오월의 마지막 날 태어난 지호. 유치원에서 오월에 생일인 친구들을 미리 축하해줬다. 아침부터 설레는 맘으로 유치원을 향한 지호는 하원 할 때도 행복해 보였다.
주인공이니 멋을 좀 내줘야 할 것 같아서 뭘 입힐까 신경 쓰고 있었는데 할머니와 이모가 이렇게 이쁜 옷을 사주었다. 덕분에 나는 마음의 짐도 내려놓고 돈도 아꼈다. 지호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서 행복하다. 생일은 아직 기다려야 하지만 첫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처음 한 생일파티가 즐거웠던 모양이다. 종일 기분이 들떠서 자신이 주인공이라며 조잘대고 유치원에서 만들어온 사진첩도 자랑했다. 하원 할 때 지호가 가장 좋아하는 해바라기 꽃 두 송이를 사 갔다. 마침 꽃집에서 오늘의 꽃이라며 세일을 했다. 지호와 해바라기는 인연인가. 해바라기를 보며 반달 모양의 눈이 되어 기뻐한다. 집에 와서 꽃병에 이쁘게 담아뒀다. 꽃처럼 마음씨도 이쁜 아들이다.
지호가 태어난 날을 어렴풋이 생각해본다. 칠흑 같은 새벽, 알싸한 배를 움켜쥐고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향하던 길. 애 낳기 전에 힘줘야 한다며 무엇이든 먹이려 했던 남편과 함께 먹었던 짜파게티. 분만실로 들어가기 전, 이어폰을 통해 들었던 목사님의 설교와 남편이 없던 시간 느꼈던 고독. 10시간 넘는 진통과 두 시간이나 애를 먹었던 출산. 산소호흡기와 지호의 울음소리. 그리고 내게 안겼던 뜨거운 아이의 체온. 친정엄마의 얼굴과 꽉 잡은 남편의 손. 모든 게 끝나자 밀려왔던 안도감.
손바닥만 한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커서 나비넥타이를 매고 해바라기를 보며 사랑을 표현하는 아이가 됐는지. 나는 그동안 얼마만큼의 시간을 흘려보낸 건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둘째도 이렇게 또 크겠지. 아이가 크는 건 정말 한순간이다. 걷고 뛰고 말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세상을 이야기할 때 '아차'싶었다. 언제 이렇게 커버린 거지? 하루하루가 똑같았는데, 나는 대체 저 어린것을 언제 키우고 내 시간을 좀 가져보나 싶었는데 하루 종일 붙어있으면서도 순간순간 아이는 제할일을 하고 있었고 나는 그 시간을 멈춰뒀던 것 같다. 훌쩍 커버린 아들을 보고 나를 보니 세월이란 걸 조금 알 것 같다.
한 해 한 해 건강하게 잘 자라 주는 아들, 너무 고맙다. 내 시간의 전부를 너로 채우고도 더 사랑해주지 못한 것 같은 엄마의 밤들이 쌓여 너를 키우고 나를 지키고 있단다. 엄마로서 나는 수없이 많은 날들을 후회하며 반성하겠지만 내 인생에 가장 멋진 일은 너를 낳아 키우고 있는 거란다. 엄마가 세상의 전부였던 네가 세상을 향해 나아가며 보고 듣고 느끼며 성장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워. 만물이 활짝 피는 오월처럼 지호의 세상도 활짝 열려있길 기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