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 26
포트리스,크아,카트,서든...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건가
석양이 진다..
한 친구가 단톡방에 저렇게 치니 모두가 웃는다. 뒤이어 메이코패스, 탱트리온처럼 내가 이해 못할 말들을 자기들끼리 쏟아낸다. 친구들과 나 사이에 소통의 장벽을 세운 것은 요즘 친구들이 빠진 FPS(1인칭 슈팅) 게임인 '오버워치'이다. 친구들이 어릴 때처럼 PC방에서 밤을 새우기 시작했다.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는 친구도 새벽까지 PC방에서 전우애를 불태우다 2시간 쪽잠을 잔 뒤 출근을 했다. 사회초년생에게 잠의 유혹조차 밀어낼 만큼 오버워치의 기세가 무섭다. 대체 얼마나 재밌길래 저러는 건지 궁금해서 저번 주에 친구들과 같이 PC방을 가서 2시간 정도 게임을 해봤다.
간략한 게임 소개 & 플레이 평
오버워치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시리즈로 유명한 블리자드에서 만든 첫 번째 FPS 게임이다. 사용하는 무기에 따라 단순히 돌격, 저격으로 나뉘었던 기존 FPS와는 달리, 오버워치는 서로 다른 스킬을 가진 영웅들 중에 원하는 영웅을 골라서 플레이하는 방식이다. 서든어택의 틀 위에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히어로 방식을 도입했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게이머들은 맵에 따라, 팀원들과 상대방의 히어로 조합에 따라서 자신의 히어로를 선택하며, 게임 중에도 영웅 변경이 가능하다는 게 주목할만한 점이다. 이를 통해 한 판의 게임 안에서도 다양한 영웅 조합이 만들어지고 전략도 바뀌게 된다.
게임 방식은 다른 팀과의 6v6 매치가 일반적이지만 1v1뿐만 아니라 다른 인원수의 매치도 가능하다. 현재까지 나온 영웅들은 21명으로 각각 공격, 수비, 돌격, 지원에 특화되어 있다. 영웅 중에는 한, 중, 일 캐릭터도 포함되어 있어 게임업계에서 달라진 아시아의 위상을 간접 확인(?)할 수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2시간 정도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했을 때 나는 조금의 재미도 느끼지 못했다. 친구들과의 실력차 때문일 수도 있고,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2시간 동안 했는데 재미를 느끼지 못한 게임은 오버 워치가 처음이었다. 튜터리얼도 안 해보고 바로 해서 그런지 이겨도 왜 이겼는지, 져도 왜 졌는지 모른 채 2시간을 보냈다. (아 바스티온으로 위치 잡고 기관총 쏠 때에는 좀 재밌었다..)
그렇기 때문에 평을 남기기가 참 애매하다. 모두가 재미를 못 느꼈다면 내가 느낀 개인적인 아쉬움들을 전체로 확장할 수 있겠지만, 나 혼자 재미없었기 때문에 내가 느낀 아쉬움들은 온전히 나만의 감상이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오버워치를 재밌어하는 이유는 (하나도 동의할 수 없지만) 캐릭터들이 많은데도 단순하고, 처음에는 뭔지 모르는데 잘 때 되면 생각나는 중독성이 있다고 했다.
현재 점유율을 보면 나 빼고 다 재미를 느끼는 게 맞는 것 같다. 6월 14일에 발표된 PC방 게임 순위에 따르면 오버워치가 서든어택을 한참 밀어내고 2위를 차지했고, 현재는 5년 연속 1위였던 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고 한다. 게임 강국 한국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해외의 두 게임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PC방에서 사라져가는 한국 게임
PC방이 전국적으로 보급되었던 시기는 공교롭게도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가 발매되었던 98년을 전후로 한다. 그 당시에는 PC방이 '스타크래프트 방'으로 불릴 정도로 모두가 스타크래프트에 빠져있을 때였다. 게임 중독이라는 말도 이때 등장했던 것 같다.
스타크래프트의 한국 정복은 당시 한국의 게임업계에게는 위기가 아닌 기회로 다가왔다. 포트리스, 바람의 나라, 리니지 등이 PC방의 보급과 함께 자리를 조금씩 넓혀가더니 팬덤을 형성했고, 연이어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르마 등이 흥행하며 '스타' 일변도였던 게임업계를 다양화시켰다. 물론 이후에도 인기순위 1위는 스타-디아-워크 등 블리자드의 게임들이 차지했으나, 넥슨, 넷마블이 만들어낸 다양한 온라인 게임들은 게이머들을 즐겁게 해주기 충분했다.
그러나 최근 넥슨, NC, 넷마블 등 국내 TOP3 게임 회사들의 신작들은 대부분 모바일에 맞춰져 있다. 모바일은 투자 대비 수익성도 PC에 비해 뛰어나고, 게임이 성공하지 않더라도 회사가 입는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다. 고사양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모바일 게임이 게임산업에서 대세를 차지했지만, 플레이할 때의 깊은 재미와 보는 재미는 PC게임을 따라올 수 없다. 조작이 단순하다는 점이 모바일 게임의 성장을 이끌어냈지만 그만큼 쉽게 질리는 한계가 있고, 회전율이 빠르다. 또한 모바일 게임은 상대적으로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창의성을 기반으로 만드는 게 가능한 반면, 게이머들을 만족시킬 PC 온라인 게임은 대기업의 자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실 게임을 어느 나라에서 만들었는지는 게임할 때 고려사항이 아니다. 게이머들이 게임을 평가하는 기준은 딱 하나다. 재밌으면 된다. 새로 나온 게임이 롤이나 오버워치, 서든보다 재밌다면 그 게임을 만든 회사가 러시아건 적도기니건 상관 않고 밤새워가며 게임하는 게 게이머들이다. 그럼에도 내가 한국 온라인게임의 쇠락을 안타까워하는 이유는 그들이 갖고 있던 키치스러움, 단순성이 그립기 때문이다. 한 때 포트리스,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라이더와 같은 게임들이 PC방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처음 해보는 사람도 10분 만에 게임을 이해하는 간단한 조작법과 룰. 아기자기한 캐릭터들로 대부분의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대중성. 그러한 강점이 모바일과 찰떡궁합이어서 주력분야를 모바일로 옮긴 것이겠지만, PC에서 더 이상 그들의 참신한 게임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 아쉽다.
블리자드도 히어로즈 오브 스톰이 흥행에서 참패했지만 결국 오버워치를 만들어냈다. 이 말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강요가 아니라 '우리도 해줬으면 좋겠다.'에 가까운 부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 TOP3 기업들이 다시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할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아직 PC를 버리기에는 이르다.
서든어택2 출시 임박.. 추월할 것인지 뒤늦은 합류인지
정말 국내 게임회사들은 온라인게임을 더 이상 출시하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검색을 해보니, 넥슨이 7월 6일에 서든어택2를 공식 오픈한다는 소식을 얻었다. 공교롭게도 오버워치와 같은 FPS 게임이다. 트레일러 영상만 봤을 때에는 플레이 방식에서의 변화는 보이지 않고, 단지 그래픽적인 부분에서의 발전만 눈에 띈다. 전작의 스타일을 고수한 것이 과연 게이머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의문이다. 2시간가량 오버워치를 하면서 아무런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나 같은 사람은 기존의 클래식한 방식을 더 선호하지만, 출시일인 7/6까지 다른 FPS 유저들은 더욱 오버워치 스타일에 익숙해질 것이다. 오버워치 출시 이전까지는 점유율 2위를 차지했던 서든어택이 서든어택2로 인해 다시 FPS의 최강자 자리를 차지할지, 아니면 서든어택1의 유저들만을 흡수하는 자기잠식에 머무를지는 결국 하나마나한 이야기이지만, 서든어택2의 퀄리티에 달렸다.
<시즌어택2> 영상 첨부: https://youtu.be/BdN4IcsREu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