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며

동생에게

by 니쿠

2025년 10월 29일. 3년전의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사이렌이 10시 29분에 1분간 울렸다. 사이렌 소리를 듣고 하던 청소를 멈추고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3년전 그날을 기억하려.


나는 그날 친구네 가족과 함께 캠핑장에 있었다. 할로윈을 맞아 아이들은 여기저기 텐트에서 나눠주는 사탕을 받으며 신나있었고 어른들은 고기를 굽고 술잔을 기울이며 좋은 날씨를 즐기고 있었다. 사고 소식을 접한 것은 해가 뉘엿뉘엿 지고나서 모닥불에 둘러앉았을 때였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사고가 일어나리라고는 한번도 상상해보지 않은 일이어서 믿을수가 없었다. 시시각각으로 늘어나는 피해자 규모를 보며 이것이 굉장히 무겁고 심각한 일이라는것을 깨달았다. 그때처럼. 눈앞에 버젓이 있는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충격에 한동안 머리가 멍했다.


그 다음에 생각이 스친 것은 너였다. 너는 불과 일주일전에 서울에 올라왔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서울에 온 너와 함께 양고기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식사도 맛있었고 동생을 서울에서 보는것이 오랜만이라 나도 즐거웠다. 다음날 너는 남산도 가고 강남도 가고 서울 여기저기를 누비고 내려갔다. 나도 덩달아 들떠서 여기저기를 추천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만약 그게 지난주가 아니라 이번주였다면. 어쩌면 너도 이태원에 가봤을지 모른다. 할로윈이라는 명절이 좀 어색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고 한번쯤 호기심으로라도 가고 싶을수 있었을테니까.

만약 그랬더라면, 너가 이번주에 서울에 올라왔고 그래서 이태원에 갔다면, 그 수많은 인파속에 너와 네 여자친구도 함께 있었더라면. 만약 그랬더라면……


나는 그 당시 둘째를 임신하고 있었다. 그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나 이제 2살이 되었다. 만약 그 일이 너에게, 우리에게 일어났더라면, 나는 무사히 아이를 낳을수 있었을까. 나는 나의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겼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내 동생에게 일어난 일이었다면, 나의 가족일이었다면, 나의 인생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렸을것이다.


캠핑장의 모닥불 옆에 앉았을때도 나는 그 생각을 했다. 네가 지난주에 온것이 천만다행이라고.

그날 잠깐의 상상만으로도 너무 아찔해서 그날만 되면 너가 생각난다. 나도 이런데 유가족들은 여태 얼마나 힘든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마음이 무거운 날이다.


사이렌이 울리는 1분은 참 짧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잠깐만 추모하는 것이 미안할 만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느 날 문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