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했고, 으쓱했고, 공허하다가 깨달았다.
클럽하우스는 셀렙과 마주치기 쉬운 플랫폼이에요. 게다가 직접 대화를 할 수 있기까지! 클럽하우스가 한국에 상륙하기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경험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필자는 몇 단계의 감정 변화를 겪었어요. 아주 부끄러운 감정이었는데, 비슷한 감정을 겪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해서 글로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놓기로 했어요.
방송가에서 일하지 않는 이상 셀렙들과 대화할 기회가 얼마나 될까요. 미디어 속으로 그려진 그분들의 판타지 이미지와 대화를 나눈다는 건, 우리가 그 판타지 안에 들어가는 기분이었죠.
와! 이런 사람이 나를 먼저 팔로우해주신다고? 우와! 이 사람도? 우와아! 아주 신기하고 신나는 일이 반복됩니다.
2번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점점 으스대는 감정이 올라옵니다. 나란 존재를 내가 아닌 내가 맺은 관계로 가치 판단을 하기 시작하며, 내가 그들과 비슷한 뭐라도 된 양 어깨가 절로 올라가는 천박한 기분이 들죠. “내가 그 연예인이랑 좀 친한데 말이야.”라고 거드름 피우는 아저씨가 된 느낌이랄까요.
특히 클하에서는 셀렙과 맞팔 횟수가 많아서 관계 때문에 거만해지기 쉬운 것 같아요. 그러한 거만함을 클하 뿐 아니라 현생까지 끌고 와서 콧대 세우고 다니는 제 모습을 상상해봤어요. 아... 얼굴이 후끈거릴 정도로 꼴불견인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절대
그러지 말아야겠다 퍼뜩 경각심이 들었어요.
어플을 끄고 현생으로 돌아왔어요. 그 순간 내 눈 앞에 있는 건 낡은 아이폰6s과 놀아달라고 그렁그렁한 눈을 빛내는 강아지, 노트북 하나, 책상 하나, 의자 하나. 바글거리던 소리가 사라지고 남은 건 무거운 공기. 공허함이 아우성치며 이건 잘못되었다고 경보를 울렸어요.
미디어 때문에 자꾸 잊는 사실이 있어요. 셀렙도 사람이란 사실. 미디어 속 화려한 이미지만 빼면 클하 속에서 웃고, 울고, 위로받고,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 사람인데, 왜 그렇게 그분들과의 관계에 어깨 뽕을 넣었는지...
비-셀렙인 제가 셀렙 분들께 너무 부끄러운 것이, 그분들이 비-셀렙과 셀렙의 경계를 허물어 여러 사람들을 팔로우할 동안 저는 거만한 감정을 가졌다는 거예요. 앞으로 팔로잉할 사람을 선택할 때 유명인이냐 아니냐 보다는 대화나 마음, 관심사가 잘 통하는 사람인지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를 정의하는 건 ‘나’이지, 내가 맺은 관계가 아님을 계속 인지하려고요. 내 안의 알맹이를 얼마나 단단하고 풍부하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단 걸 잊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셀렙 분들도 우리가 타인보다 스스로를 더 셀렙이라 여기고, 속을 꽉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길 바라지 않을까요.
좋아하던 셀렙을 만나면 기뻐합시다! 예의를 갖추며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눠요. 셀렙이 날 팔로잉 해주시면 또 기뻐합시다! 하지만 슬며시 힘들어가는 어깨는 힘 풀자고요. 그리고 기억하는 거죠. 그분들이나 나나 모두 희로애락을 겪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렇게 적어놓고도 셀렙 분들과 맞팔을 할 때마다 또 같은 감정 실수를 범할 것 같아요. 그때마다 나의 부실한 알맹이를 바라보려고요. 요 알맹이가 노른자처럼 예쁜 노란색이 되도록, 가꾸고 가꾸려고요.
- 제 경험이 독자분들께 슬기로운 클하 생활을 누리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비문이나 오타를 발견하시면, 댓글로 지적해주세요. 수정하겠습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