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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령 Feb 23. 2021

클라벨: 클럽하우스와 삶의 균형을 이루려면?

클럽하우스 중독 빠져나오기.

 클럽하우스를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며칠 밤을 새우며 클럽하우스를 즐겼고, 자기 직전까지도 클럽하우스에서 귀를 떼지 못했습니다. 클럽하우스는 제게 매우 중독적인 SNS였어요. 항상 독방에서 글을 쓰고, 이 시국에 사람 만나길 피하다 보니, 홀로 갑갑해하던 생각과 감정들을 표출하기 좋은 공간이 제게 절실했거든요. 주변을 보면 클럽하우스를 저처럼 진창 즐기는 경우를 못 봤는데... 클럽하우스가 제 성향에 딱 맞는 플랫폼인 듯도 합니다.  


 클럽하우스에서 나눴던 이야기가 자꾸 귀에 아른거리고, 자꾸 클럽하우스를 확인합니다. 싸이월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그 어떤 플랫폼에도 이렇게 빠져든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클럽하우스를 즐기는 정도가 지나쳐, 현생까지 방해받는 지경에 이르렀죠.



< 현생 망 전조 증상>

1. 수면 부족

 원래 술자리에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성격입니다. 그런 분위기에서는 밤도 꼴딱 잘 새우는 편이고요. 그런데 그런 술자리를 클럽하우스를 통해서 매일 참석할 수 있게 됩니다. 사람들 사는 이야기를 듣고, 세상 다양한 목소리에 취하다 보면, 달의 작별 인사마저도 잊고 밤을 지새웁니다. 해가 빠끔히 고개 들고 새벽 푸르스름을 부를 때 즈음이 돼서야, 시간이 이만큼이나 지났어? 놀랍니다. 그런 일이 매일 지속되다 보니, 삼 일도 못 가서 수면 부족 증상이 옵니다. 낮과 밤이 꼬여서, 낮에 뜬 눈으로 몽롱함에 취합니다. 지금 내가 걷는 곳이 지구인지, 우주 공간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2. 건강 악화

 수면 부족은 자연스레 건강 악화를 초래했습니다. 원래 가지고 있던 질병인 피부병이 악화되고, 신장 통증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건강 문제도 있었습니다.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갈 정도로 쿵! 쿵! 뛰기 시작했습니다. 심장의 널뜀 때문에 몸이 피곤해도 정신은 쉽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손발에서는 비정상적으로 땀이 흘렀습니다. 손발에서 물 흐르듯이 뚝뚝 땀이 떨어졌습니다.



3. 소리의 아른거림

 가상 환경에 오래 있다 보니, 그곳의 감각이 현실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습니다. 혼자서 작업을 할 때나, 누군가와 말을 할 때면 항상 클럽하우스 소리가 잔상처럼 귀에 맴돌았습니다. 현재 일과 현재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빨리 클럽하우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은은히 들었습니다. 현생에서 겪은 쓸쓸함을 위로받으려고 시작한 클럽하우스인데 주객이 전도되어, 이제는 클럽하우스가 현생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 겁니다.




< 클럽하우스 중독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한 일들>

 클럽하우스를 시작한지 단 며칠만에 현생이 어긋나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클럽하우스 중독에서 빠져나오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래 글은 지난주부터 문제를 자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들을 정리한 것들입니다.  



1. 24시간 클럽하우스 디톡스

 지난주, 24시간 동안 클럽하우스를 하지 않는 시도를 했습니다. 클럽하우스 설정을 통해서 내일 아침까지 알람이 울리지 않도록 설정했습니다. 어플에 들어가서, 오늘은 어떤 룸이 열렸는지 탐색하기도 했고, 룸에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여러 번 느꼈지만 참았습니다.  클럽하우스를 하고 싶은 마음에 잠이 얕아도, 클럽하우스를 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내 봤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24시간은 클럽하우스를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우기엔 긴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하루가 지났음에도 책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클럽하우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에 잔상처럼 남았습니다. 중독성으로 유명한 유튜브도, 인스타그램도 전혀 재미 없었습니다. 클럽하우스 외에 만사가 따분하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클럽하우스를 다시 시작했죠. 클럽하우스를 하지 않은 시간만큼 클럽하우스를 즐겼습니다.



2. FOMO 인지

 다시 클럽하우스 중독이 시작되었고, 왜 내가 클럽하우스에서 노는 것을 멈출 수 없는지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아서? 아닙니다. INTJ와 INTP 사이에서 INTJ에 가까운 저는 새로운 사람들을 경계하는 성향을 가졌습니다. 그렇다면 내 안에 어떤 감정이 계속 클럽하우스를 하게 만드는지.....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고민의 끝에서 인정하기 싫은 감정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바로 FOMO였습니다.

 

 내 결점을 인정하는 일이 자존심 상하지만, 전문가들이 클럽하우스에 대해서 지적해왔던 FOMO를 저도 겪고 있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인 FOMO는 소외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뜻합니다. 친해졌던 사람들에게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휘발되는 정보를 얻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제 안에 자리 잡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3. 관계에 대한 고민

 클럽하우스에서 맺은 관계에 대해서 공허함을 자주 느꼈습니다. 현실에서도 관계란 상대가 애초에 투명인간이었던 것처럼 사라지는 것. 가상공간 속 관계는 더욱 신기루처럼 느껴졌습니다. 내가 이야기 나눈 상대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그들에게도 내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클럽하우스에 집착했습니다. 하지만 그 집착이 심해질수록 공허한 감정은 더욱 강해졌고, 조급해질수록 관계는 점점 더 투명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했어요. 과연 관계란 무엇인가. 제가 지금까지 맺어왔던 관계들. 밀물과 썰물처럼, 왔다가 멀어진 존재들. 그들과 왜 친해졌더라. 그들과 왜 멀어졌더라. 그들과 나눈 것은 무엇이었던가.


 결국 우리가 나눈 것들은 기억이었습니다. 웃고, 울고, 화내고, 짜증 냈던 기억들. 서로 위로하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었던 기억들. 비록 현재 그들과 교류를 하지 않더라도 기억만으로도 관계는 의미 있었습니다. 클럽하우스에서 제가 만들었던 것도 실은 관계라기보다는 기억들이었죠. 위로받고, 위로되었던 기억, 웃고 떠들었던 기억... 즉, 교류가 사라져도 기억만으로도 클럽하우스는 의미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말이, 문자가, 노래가 매일 오가지 않아도,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클럽하우스에서 교류하는 일에 집착할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



4. 클럽하우스 48시간 디톡스 중

 글을 쓰는 시점에서 클럽하우스를 이틀 째 디톡스 중입니다. 24시간 디톡스를 할 때보다 이틀 째 디톡스를 할 때에는 머리가 더 맑고 하루가 개운합니다. 드디어 책의 문장이 눈에 들어왔고, 써야 할 글들이 머릿속에 차곡차곡 차올랐습니다.


클럽하우스에 종종 들어가서 그곳에서 맞팔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뭘 하고 있는지 살피긴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기에 참여해야 하는데...'라는 충동질을 여전히 느낍니다. 하지만 주말까지는 참으려 합니다. 디톡스를 한 지 삼, 사일 정도 지나면 맞팔한 분들이 참여한 방을 보며 '아! 이 사람이 여기서 즐기고 계시는구나. ' 여유롭게 생각하고 넘기는 날이 올까요. 왠지 그 정도 마인드를 가지려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하네요.



<적당하게 클럽하우스 즐기기>

 클럽하우스가 중독적이라고 나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필자의 경우에는 클럽하우스를 통해서 너무나 큰 위로를 받았고, 업계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받았으며, 오랜만에 깔깔 웃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못하고 FOMO 때문에 클럽하우스에 중독 증상을 보인 것이죠.


 앞으로 현생에 도움이 되는 정도로 클럽하우스를 사용하기 위해서 저만의 규칙을 세웠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다음 날이 휴일인 경우에만 사용한다. ' 저의 나약한 몸뚱이가 밤새 클럽하우스를 즐기기 위해서는 다음 날 긴 휴식 시간이 꼭 확보되어야 하거든요. (이런 규칙은 각자의 생활 패턴, 클럽하우스를 하는 이유에 따라 달라지기에, 제가 세운 규칙이 정답이라고 하고 싶지 않아요~!)


 아무리 클럽하우스 알람을 통해서 좋은 방이 열렸다는 소식을 들어도  눈을 질끈 감으려 합니다. FOMO가 발동되겠지만, 클럽하우스에서 아주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하더라도, 원칙을 지키려고 합니다.


 그렇게 현생과 가상공간의 균형을 지키면서 클럽하우스를 통해 현생에 도움을 받을 거예요. 혼자와 군중의 사이, 고독과 교류 감정의 사이, 제게 가장 적당한 점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팬데믹 시기가 지나가면 남편과 함께 그곳에서 만난 분들의 공연도 가보고, 전시도 가보며 덕분에 코로나 블루를 잘 넘겼다고 감사 인사를 전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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