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영의 tmi
1. 내 기억 속 첫 번째 책은?
- 어릴 적 엄마가 사주셨던 그림형제 동화전집. 무려 필터링 되지 않은 원래 버전.. 엄청 잔인하고 엄청 충격적인데 어릴 때 그렇게 그걸 좋아해서 그림도 앞에랑 중간중간 조금씩 있는 일러스트 빼고는 엄청 빽빽한 50권짜리 전집을 한 권당 최소 5번씩은 다 읽은 듯 합니당.. 그 와중에 삽화 너무 예뻤다.
2. 처음으로 눈물 흘리며 읽은 책은?
- 처음..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학교 때 혼자 방에서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읽으면서 울다가 룸메이트한테 딱 걸려서 울다가 웃다가 울었던 기억이 너무 강렬하다. ㅋㅋㅋㅋㅋㅋ 아 처음으로 읽으면서 가슴 먹먹했던 건 이정현 작가?의 <아버지>. 읽고 아빠에게 잘 해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음. 얼마 전에 좀 찡하니 눈물 났던 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의 초등학교에서 송아지를 키웠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
3. 좋아하는 장르의 변천사?
- 어릴 땐 무조건 판타지,모험 류를 좋아했다면 중학교 때는 자기계발서를 오지게 읽었다. 그러면서 남들 몰래 Chic-lit, 혹은 틴소설, 성장소설 많이 읽었고, 고등학교 가서야 조금 문학에 재미를 붙여서 고등학교 때부터 고전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한)은 듯. 추리소설은 한결같이 좋아했고, 아직도 뭔가 자극이 필요하거나 심심할 때, 집중 잘 안될 때 추리소설 많이 읽는다. 대학교 땐 공부도 그랬고 해서 예술 관련 서적 많이 읽었고, 문학책은 쭈욱 많이 읽는 편. 채연이 영향으로 건축관련 서적도 꽤 읽었음. 원래 신앙소설 진짜 별로 안 좋아했는데 요즘은 유독 신앙소설 많이 읽음
4. 서점 VS 도서관
- 도서관은 주변에 많이 없었어서 주로 서점을 많이 간다. 강남에 한번 갈 때 교보문고, 알라딘, yes24는 거의 본능적으로 생각하기도 전에 가있는 편. 알라딘 사랑해요....
5. 책상 VS 침대
- 침대.. 어릴 때부터 엎드려서 책 많이 봐서 엄마한테 혼나고 자세도 많이 안 좋아졌는데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흑흑 또는 소파에 앉아서 책 읽는 것 정말 좋아함.
6. 집 VS 카페
- 햇빛이 잘 들어오는 카페를 아주 좋아함. 돈이 없어서 요즘은 집에서 많이 읽는데, (왠지 집중도 집에서 더 깊이 집중이 되긴 함) 가끔 조금 일찍 나가서 카페에서 완전 집중해서 일기쓰고 책읽고 하는 시간을 항상 정말 좋아합니다. 한국와서는 거의 하지 못함.. 왜 일까
7. 고전문학 VS 현대문학
- 무조건 고전. 오래 살아남은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문학은 뭔가 아직까지 검증되지 못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너무 그 시대의 분위기에 휩쓸려가기도 쉬운 기분이라 좀 꺼려지게 됨..
8. 문학 VS 비문학
- 위와 같은 이유로 문학. 진짜 편식 심한 독서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9. 내가 주로 책을 사는 경로는?
- 알라딘, 혹은 교보에서 구경하다가. 주로 좋아하는 인물의 추천이나 영감을 따라 책을 사는 편인데, 좋아하는 감독이나 작가, 배우, 아티스트의 인터뷰를 보다가 그 사람의 취향에 맞다고 하는 책을 따라살 때도 있고, 영화를 보고 원작이나 영감을 준 소설이 궁금해서 살 때도 있고, 관심있는 주제에 대한 내용이 담긴 책을 살 때도 있고 다 다름.
10. 책 읽을 때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는?
- 달달한 커피, 음료보다는 밥 먹을 때 책 많이 읽고, 아이스크림이랑 같이 보는 거 좋아함..
11. 책을 고를 때 첫 번째 기준은?
- 실은 표지.. 좋아한다.. 예쁜 표지가 짱이야.. ㅋㅋㅋㅋ 그것도 있고 제목에 주로 끌리는 편. 주변 사람이나 좋아하는 사람의 추천, 또 뒤에 소갯말이나 목차, 또 가장 중요한 건 작가. 한 작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의 작품을 죽 다 읽어보는 편이다.
12. 책을 읽을 때 음악을 듣는 편인가? 듣는다면 추천곡은?
- 책 읽을 때 음악 들으면 온전히 집중하기가 힘들어서 음악을 잘 듣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가끔 필 꽂히면 듣는 건 좀 easy listening의 음악, Corinne Bailey Rae나 Lianne La Havas, Erykah Badu, Somi 같이 재즈풍의 음악을 듣는다던지, 영화 관련된 책이나 원작을 읽을 땐 관련 OST, 히사이시 조,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도 좋아한당.
13. 소리내어 웃으면서 읽은 책을 한 권 꼽는다면?
- 얼마 전에 읽다가 소리내서 빵 터진 책이 있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뭐지.. 좀 무거운 책들을 많이 읽는 편이라 읽다가 웃은 책의 기억은 많이 없는데 아마도 C.S. Lewis 관련 책이었던 것도 같고.. 잘 기억이 안나지만 <루이스와 톨킨>이었던 것도 같다. 루이스와 톨킨의 관계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 대해 한 이야기가 너무 현실 우정이라서 웃었던 것 같음..
14. 처음으로 영업(다른 이에게 추천)해본 책은?
- 음 이것도 너무 많아서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아니면 <1984>, <멋진 신세계> 였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 <호밀밭의 파수꾼>, <파리대왕> 이후로 문학에 입문해서 진짜 재밌게 읽었던 책들인지라 몇몇 친구들한테 얘기하고 다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 요즘 가장 많이 영업한 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걷는 듯 천천히>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 선물도 많이 줬다.
15. 지금까지 가장 여러 번 펼쳐본 책과 그 이유는?
- <The Ways of Seeing>; 대학교 2학년 때 좋아했던 오빠가 캄캄한 영화관에서 내 손을 붙잡고 손 등에 펜으로 책제목을 써줬던 기억이 너무 예쁘게 기억에 남았었는데, 대학교 와보니까 필독서여서 사두고는 다 못 읽고, EBS 국제다큐영화제에서 <존 버거의 사계> 보고 또 읽으려다가 다 못 읽고, 존 버거님이 별세 하셨을 때도 마음먹고 읽으려다가 다 못 읽어서 펼쳐보기는 정말 많이 펼쳐봤지만 못 읽음.. ㅋㅋㅋㅋ
그 외에 <모모>, <좀머씨 이야기>, 소피칼의 <시린 아픔>; 이건 내가 너무 좋아하는 구절이 있는데 집에 놀러오는 사람들마다 읽어주려고 펼쳐서 아마 가장 여러 번 펼쳐보지 않았을까..? 등이 있다.
16. 완독하기 가장 어려웠던 책은?
- <롤리타> 영어로 읽기. 어휘가 너무 어려워서 진짜 세번정도 시도하고 겨우 끝냈다 오기로..! 이건 나도 다 읽고 뿌듯했음. 무려 영어로 완독했다고!!
17. 완독을 포기한 책 중 한 권 이야기해보기
- <레트로 마니아>;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이론적인 이야기라 너무 재미가 없었음.. 공감도 잘 안되고. 또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건 너무 다 이해하고 싶지만 너무 무겁고 심오해서 다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서 잠시 쉬고 싶었다.. 언젠가는 다시 다 읽어보리.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이것도 영어로 읽다가 거의 다 읽고 안 끝낸 책..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정말 잘 읽다가 마지막 10장, 5장 이렇게 남겨두고 꼭 모든 의지를 잃고 안 읽게 되는 책.. 그렇게 끝까지 아슬아슬하게 완독하지 못한 책.. 비슷하지만 다르게 완독을 못한 책은 C.S. Lewis의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인데 이건 잘 읽다가 마지막 25장? 남겨놓고 마커스 예배 드리러 갔다가 그 자리에 그대로 놓고 집에 와버림. 문제는 이 책은 이 마지막 장을 위해 전반부에 막 달리는 책인데 가장 중요한 액기스만 빼고 다 읽어놓고는 마지막 한 방을 못 읽어서 아직도 결론을 모름...
18. 무인도에 단 한 권의 책을 들고 갈 수 있다면 어떤 책을 고를까?
- 성경책..? 읽어도 읽어도 새로울 듯.
19. 내가 믿고 보는 작가를 한 명만 소개한다면?
- 단연코 C.S. Lewis. 내 이상형 루이스 오빠.. 사랑함. 그냥 이 분 책은 선결제 후감상. 이미 책을 집어 들기도 전에 난 이 책을 좋아하기로 마음을 먹고 보는 작가. 너무 똑똑하고 너무 따뜻하고 너무 재밌고 너무 다 해. 그리고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백야> 읽고 그냥 팬 되어벌임.. 마지막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은 그냥 나오는 족족 다 사버림. 이 분은 그냥 사상이 예술이신 분..
20. 선물받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 <그리스인 조르바>; 처음으로 이성친구에게서 신앙서적이 아닌 문학책을 선물 받았는데, 한국어 영어 세트를 사서 영어책을 날 주고 한국어 책을 자기가 가졌다. 그것도 왠지 조금 낭만적이라 생각했는데, 그 날 대화도 너무 잘 통했고 책도 취향저격이라서 왠지 오래 기억하고 싶었던 기억. 문제는 이 책도 읽다가 말았..
<전능자의 그늘>; 책의 첫 장에 편지를 써서 선물 받은 책인데, 왠지 책의 첫 장에 편지를 써주는 행위가 참 낭만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그 때 처음했다. 처음 대학교 가서 나의 신앙에 불을 지펴준 책이었어서, 그리고 아직까지도 내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책이라서 선물 준 사람하고는 연락도 안하는 서먹한 사이가 되었지만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책.
21. 선물해본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 <걷는 듯 천천히>;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한테 선물해 준 책. 분홍색 첫장에 흰색 펜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설레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줬던 기억이 난다. 그 사람과 나 둘 다 너무 좋아했던 감독이었고, 그 때 그 사람의 영화로 밤늦게까지 이야기 했던 기억이 너무 좋았다. 만나기 한 달 전부터 책을 사서 직접 전해주기 까지도 쉽지 않았지만. 아직도 낙성대역 8번 출구 앞에서 비닐에 소중히 싼 책을 들고 그 사람을 기다리던 그 날이 생각난다. 그런 마음은 또 쉽게 찾아오지 않을 듯.
22. 지금 당장 떠오르는 책의 한 구절이 있다면?
- 나는 책의 내용을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한다...ㅠㅠ 종종 생각나는 구절을 적는다.
"나이 든 바텐더는 무수히 많은 손님들이 들르는 이곳에서 손님들의 취향을 읽어내고 그들의 편안함을 위해 노력한다. 나는 그즈음 사람을 읽어내는 사람들의 피곤함을 떠올리곤 했었다. 어느 나이가 되면 나의 약점을 노출하는 것과 별개로 타인에 대한 장단점을 보는 눈이 생긴다. 타인을 읽고 판단하고 경계한다. 냉철한 시야가 냉소적인 인간을 만든다. 히라키 또한 사람을 읽는다. 하지만 그는 경계가 아닌 그 사람을 위해 그 사람을 읽었다. 한 사람의 편안한 기분을 위해서." (<골목 바이 골목>, 김종관, 99)
23. 내게 상처를 남긴 책이 있다면?
- <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나의 첫 무라카미 하루키 책인데, 스무살 초중반 아직 순수할 때 읽은 책. 하도 주변에 남자애들이 좋아하고, 마침 내가 좋아했던 카페 오빠도 인상깊게 읽었다며 강추하고 빌려주셔서 읽었는데 너무 야해서 대충격 (다들 너무 인생책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나한테 20대에 꼭 읽어야 한다고 이걸 읽어야 사랑을 안다느니 뭐라느니 해서 읽었는데 생각도 못한 너무 생생하게 묘사된 정사장면에 충격..) 읽고나서 너무나 공허한 마음에 더 충격.. 이 때부터 난 무라카미 하루키랑 잘 안 맞았나보다.. 진짜 당시에 나의 순수했던 영혼에 엄청난 스크래치가 남겨진 기분이었음...
24. 의외로 재미있었던 책을 한 권만 꼽아본다면?
-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계약결혼> (선영사 출판); 장 사르트르와 시몬느 드 보부아르 사이의 계약결혼 안에서의 관계와 유대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인데 진짜, 다른 그 어떤 연애소설보다 재밌음. 전에 <비밀독서단>인가? 책 관련 프로그램에서 비슷한 내용의 책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마침 알라딘에서 우연히 마주하게 되어서 바로 산 책. 2001년도에 나온 밀레니엄 옛날 책이라서 책 디자인도 진짜 말도 안되는 디자인인데 나름 느낌있고 내용이 진짜 재밌다. 비교적 최근에 살림지식총서에서 나온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계약결혼>아님 주의.
25. 한 번쯤 만나보고 싶은 책 속 인물이 있다면?
- <모모>의 모모, 그리고 <앵무새 죽이기>의 스카웃; 이건 누군가 나랑 되게 비슷하다고 했던 인물인데 왠지 공감되기도 하고 어떤 의미인지 좀 궁금했다. 하여튼 만나보고 싶음. 이건 번외로, 성경 인물 중에 요나단이랑 바울 만나보고 싶음.
26. 죽기 전에 읽어보고 싶은 책이 있다면?
-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시리즈.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 프루스트를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만이 있다."라는 앙드레 모루아의 말에 괜히 오기가 생겨서 꼭 읽어보고 싶다. 워낙 많이 회자되는 문학작품이기도 하고. 그리고 완전 고전고전 읽어보고 싶다. 막 <논어>, <손자병법>, 플라톤 <국가>, 칼 맑스의 <공산당선언> 막 이런 거.. 나만의 허세랄까..
27. 가장 좋아하는 동화는?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좋아합니다. 이게 동화로 쳐진다면 말이죠. 어릴 때부터도 제일 좋아하는 디즈니 영화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어요. 좀 어릴 때부터 정신세계가 정말 독특했던 것 같다. <푸른 수염> 이런 거의 준호러/스릴러 류의 동화 정말 좋아했고요, 그런 뭔가 디스토피아적이고 약냄새.. 아니, 완전 제3세계의 나라가 나오는 그런 동화 좋아했습니다. 근데 해리포터 시리즈나 완전 판타지 판타지는 또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함정. 이상한 취향.. 딱 집어 얘기하기 좀 어렵지만 어두운 판타지스러운 것 좋아함 매우 좋아함. 지브리 영화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어떤 느낌인지 알까나..
28. 구입하지 않은 채 내 장바구니에 가장 오래 머물러 있는 책은?
- <토베 얀손, 일과 사랑>, 도스토예프스키의 <고백록>; 이건 왠지 아껴뒀다가 읽고 싶음, <내면의 침묵>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 이건 그냥 너무 비쌈..
29. 우울할 때 볼 만한 책이 있다면?
- 너무 교회언니스럽지만 성경책이요.. 그 다음에는 글쎄.. 개인적으로 우울할 때나 생각하기 싫을 때, 도망가고 싶을 때 철저히 유흥을 위한 쉬운 소설이나 추리소설을 많이 찾는다. 역시 스트레스 받을 땐 피 나오고 죽이고 치정... 아니 이게 아닌데, 성경책을 읽습니다. 아멘 할렐루야.
30. 내가 절대 읽지 않을 것 같은 책이 있다면?
- 한창 소피 칼에 꽂혀있을 때 마침 책방에서 일할 때라서 40% 직원할인이 됐었다. 그 때 소피 칼의 <Les Dormeurs> (잠자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사진집인 줄 알고 거금 들여서 샀는데 불어로 된 책 파트가 있어서 그냥 소장용으로만 가지고 있고 읽어본 적은 없다. 저 책을 읽으려면 불어를 배워야겠지...
31. 가지고 있는 책 중 가장 두꺼운 책은?
- <The Brothers Karamazov> by Fyodor Dostoevsky;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영어책, 인덱스 빼고 776페이지
32. 가지고 있는 책 중 가장 얇은 책은?
- <On Reading> by Andre Kertesz; 사진집 60페이지 조금 넘는 듯.
33. 같은 책을 여러 권 사본 적이 있다면?
- 이것 역시 <걷는 듯 천천히>, 역대급으로 많이 선물한 책인 것 같다. 쉽게 읽기도 좋고, 내용도 너무 좋아서 그냥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구마구 주고 싶은 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사랑하는 사람하고는 왠지 잘 맞을 것 같아.. 그리고 류시화 시인님이 엮으신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라는 시집은 전에 <지구별 여행자>를 읽고 류시화 시인 관련된 책을 마구 샀을 때 처음으로 산 책인데, 엄마가 너무 좋다고 자신도 사달라고 하셔서 또 샀는데 엄마가 또 따로 사셨고, 또 선물받고 그래서 한동안 집에 똑같은 책이 3권 있었던 적도 있었다. 뉴욕에 있는 한인 서점에서 룸메이트였던 채연이가 또 사오는 바람에 한 4-5번은 산 듯.
34. 책을 정리하는 기준이 있다면?
- 예술책, 좋아하는 책,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책, 자주 다시 보는 책, 한번 보고 말 책, 소장가치가 있는 책, 신앙서적, 문학, 선물주기 좋은 책 등등
35. 자기 전에 읽기 좋은 책은?
- 얼마 남지 않은 책. 다 읽고 자면 기분이 조크등여. 딱히 자기 전에 따로 읽는 책은 없는데 추리소설은 못 읽고 (그 날은 궁금해서 끝까지 읽어버리기 때문에.. 전에 <7년의 밤> 자기 전에 시작했다가 밤 꼬박 새어버렸다.) 주로 깊이 생각 안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수필류나 시집, 사진집 읽는 것도 좋아한다. 혹은 성경책 읽고 자면 왠지 좋음.
36. 나와 맞지 않는 작가를 한 명만 꼽자면?
- 솔직히 무라카미 하루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문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데 그런 느낌이 있다. 살짝 허세같기도 하고 무라카미 하루키 류의 허세과 사람들이 있는데 과하지도 않고 좀 비밀스럽고 뭔가 세련됬는데 정작 까보면 별거 없는 그런 사람들에게 (싫으면서도) 본능적으로 끌리는 그런 것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체는 꽤나 쉽고 세련되어서 에세이나 단편은 정말 좋지만 장편은 정말 질린다. 다 비슷비슷한 것 같고 다 읽고 나면 이상하게 허무하다. 그래서 별로 안 좋아함.
37. 가장 충격적이었던 책은?
- <죄와 벌>, 중학교 때 처음 접했던 책인 것 같은데 당시에도 굉장히 충격적인 소재였고, 내용도 너무 충격적이었는데 왠지 이해는 다 되지 않지만 엄청 좋았고, 그 때의 감정은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다 지금도. 그냥 충격 그자체였음. 물론 좋은 충격이었죠.. 지금 읽으면 또 다를 듯.
그리고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어릴 적 잠깐 스치듯이 언니 방에서 잠깐 읽었던 몇 줄--유모가 그르누이의 머리에서는 캬라멜 향이 안 난다고 하는 장면--읽고는 그 장면의 묘사가 너무 생생해서 진짜 오랜 시간 기억에 남았는데 책 제목이 생각이 안 났다. 중학교 때 영화로 보고 나서야 그 책이 그 영화의 원작이었다는 걸 알고 다시 읽게 되었는데, 진짜 묘사력 갑. 아직도 생생하다.
38. 그저 표지가 좋아서 산 책이 있다면?
- 헌 책방에서 발견한 완전 옛날판 펭귄 클래식의 책, <The Plumed Serpent> by D.H. Lawrence (심지어 펼쳐보지도 않음..) 그리고 옛날 디자인의 <To Kill a Mockingbird>(앵무새 죽이기) (이 책 디자인 정말 이쁘다. 문제는 너무 오래된 책이라 펼치면 책장이 다 쏟아져서 이것도 다 못 읽음), 더북소사이어티에서 산 <내 방 여행하는 법> 시리즈랑 뉴욕 갔을 때 일본서적 파는 서점에서 산 버섯 사진집. 사진/예술 관련 책을 조금조금 사모으던 때가 있었는데 사이드로 버섯 관련 서적을 그렇게 모았다. 그래서 삽화가 그려진 버섯 사전이랑 버섯 사진집, 버섯 삽화 엽서북 등이 있다 히히. 그냥 버섯 관련 책이면 일단 사고 봄.
39. 처음 읽었을 때와 지금의 느낌이 크게 다른 책을 한 권만 꼽자면?
- <Franny and Zooey>(프래니와 주이) J.D. Salinger, 처음에는 조금 이해도 안되고 샐린저의 술법이 너무 중구난방이라고 생각되어서 그 흐름을 따라가기가 조금 어려웠던 책이었는데 마지막 장을 덮고 하루 이틀이 지나고나니 머리속에서 정리가 되고 엄청 좋은 책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음.
40. 내가 북카페나 서점을 운영한다면 어떤 컨셉으로 하고 싶나?
- 독서모임 위주의 서점/북카페를 운영하고 싶다. 만남이 있고 책으로 이어지는 관계가 있는 서점. 햇빛이 많이 들고 서로 좋아하는 책에 대해서 자유롭게 추천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관계가 쌓여가는 서점. 책 뿐만 아니라 영화 스크리닝이나 공연 행사도 많은 그런 책방을 운영하고 싶다. 햇빛이 아주 잘 들고 좀 편하고 쉼이 있는 책방이었으면. 친구집에 놀러오는 기분으로 오기 좋은 책방.
41. 책을 읽을 때 메모를 하는 편인가? 한다면 어디에 하나?
- 일기장, 포스트잇, 아니면 책 귀퉁이 여백에.
42. 어릴 때 열렬히 좋아했던 작가가 있다면?
- 파트리크 쥐스킨트, 루이스 캐롤. 한동안 루이스 캐롤의 인생에 완전 꽂혀가지고 루이스 캐롤 전기부터 사진집, 관련 기사들 다 정독할 때가 있었다. 진짜 사람으로서도 너무 흥미로운 작가이자 사람이었음.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어릴 적 언니 방에서 처음 <향수>의 첫 부분을 읽은 뒤로 엄청 오래 기억에 남아서 그 때 <좀머씨 이야기>도 엄청 좋아하고 아직까지도 이 사람 책 좋아한다.
43.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 싶은 책이 있다면?
- 왠만한 건 다 영화화되긴 해서..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진짜 잘만 영화화하면 진짜 잘될 것 같은데 스토리도 너무 탄탄하고 반전있고 해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하면 잘할 듯.
44. 작정하고(?) 책을 읽을 때 나만의 준비물이 있다면?
- 일기장, 글씨에 대한 편집증이 있어서 주로 작정하고 책을 읽을 때만 일기에 필사를 한다던지 메모를 하는 편입니다. 움직일 때 삐뚤빼뚤하게 글씨 쓰는 거 너무 싫어요..
45. 만나보고 싶은 작가가 있다면? 그 이유는?
- 이건 언제나 한결같이 C.S. Lewis. 엄청 똑똑하고 이성적/논리적인 것 같은데 항상 그 이면에 뭔가 알 수 없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뭔가 이해받고 있는 느낌. 엄청 냉철하게 이야기하지만 사랑이 담긴 회초리 같은 느낌이 있어서 뭔가 이성과 감성이 정말 적절히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의 영원불변한 이상형 루이스 오빠.. 사심가득 담아 만나보고 싶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 사람의 신념이 이렇게 작품세계에 일관되게 묻어나오기 힘든데, 정말 이 사람은 삶도, 작품도 너무 따뜻하고 사람 중심의 가치관이 너무 묻어나서 가히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요즘같으 시대에 옳은 말을 하기는 쉬워도 직접 살아내고, 그 가치관이나 신념을 지켜나가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그 작품에서의 일관성이 정말 진실되어 보인다.
46. 언젠가 원서로 읽어보고 싶은 책은?
- <호빗>, <반지의 제왕> 등 J.R.R. 톨킨의 책; 워낙 언어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시고 자기만의 단어나 언어를 연구하시고 계발하신 만큼 그 정신을 존중해서 원어로 읽어드리는 것이 예의인 것 같다.. ㅋㅋㅋ, 성경책; 워낙 번역에 번역을 거듭하면서 너무 많은 버전들이 있고, 그 깊이도 깊고 항상 원어가 중요한 것 같아서 할 수만 있다면 원서로 읽어보면 또 다른 깊이로 읽힐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영영 불가능하겠지..
다른 건 옛날부터 일본 작가들의 책을 원어로 읽어보고 싶다는 알 수 없는 욕심이 있었다. 내가 일본어를 정말 배우고 싶어하는데 그건 진짜 단순히 원어로 일본 작가들의 책을 읽기 위함과, 영화볼 때 자막없이 그 어감을 느끼고 싶어서..
47. 추천하는 책 관련 팟캐스트/유튜브 채널이 있다면?
- <빨간 책방>, <겨울서점>은 뭐 왠만한 책덕후들은 다 알겠져.. 그런데 이건 좀 더 개취이지만 <FBI Warning>이라는 마초 냄새 뿜뿜하는 남자 애들 세명이서 했던 팟캐스트가 있다. 나도 엄청 어이없이 찾아서 듣게 된 팟캐스트인데 본인들도 이걸 듣는 사람이 있나 하면서 녹음하지만 또 나름 열심히 해서 재밌는 팟캐스트 방송. 그냥 아무 생각없이 친구들이랑 잡담하는 느낌의 방송으로 듣다보면 재밌다.
48. 오디오북을 선호하는 편인가? 이유는?
- 가끔 오디오북을 듣는 편인데 접근성이 떨어져서 잘 안 듣게 되는 것 같고, 가끔 이동하거나 활자에 집중하기 힘들 때 들으면 좋은 것 같다.
49. 지금 읽고 있는 책의 제목과 저자는?
- <A Mother's Reckoning>(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by Sue Klebold, <인간 폐지> C.S. Lewis,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 한번에 여러 권의 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읽는 편이다.
50. 지금 읽고 있는 책의 50쪽 5번째 줄은?
- <A Mother's Reckoning>(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I braced myself to be alone for the last time with what remained of my son, and I began to panic."
이건 1999년도에 콜로라도의 콜롬바인 총기난사사건의 가해자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가 쓴 자서전이다. 이 부분은 당시 죽은 딜런의 시신을 화장하기 이전 마지막으로 아들을 보기 직전의 마음을 다스리던 시간을 회고한 부분이다.
- <인간 폐지>: "전자라면, 가치의 기초를 본능에서 찾겠다는 시도는 포기된 것입니다."
이건 아직 초반 30장도 못 읽은 상태인데다가 다 이해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서.. 부끄럽지만 설명 생략.
-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새끼 소의 죽음에 눈물 흘리며 슬프지만 젖 짜기는 즐겁다는 복잡한 심정이 아이들 작품에 여실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은 매우 씩씩하고 아름다웠습니다." (86)
아쉽게도 내가 정말 좋아해서 아끼고 아껴 읽고 있는 책인데 50페이지에는 주석이 있었다. 그래서 그 주석의 본문을 대신 쓰려고 찾아보니 그것도 그냥 '이런 사람과 같이 일했다'하는 내용이라 대신 내가 여태까지 읽은 내용 중에서 제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정신(?)을 담은 부분을 발췌했다 히히. 내맘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