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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정화 Freshorange Oct 20. 2023

Just do it.

그냥 시작해..뭐든

 얼마전에 인스타 그램에서 영화 배우 유혜진 씨가 테니스를 하고 싶은데 시작을 못하겠다고 말하는 삼시세끼 피디한테 저 말을 해주었다고 한다.

"그냥 하세요. 돈 버는 거든, 일이든, 꿈이든, 뭐든 일단 그냥 해야 해요. 이것저것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 합니다. 생각만큼 무거운 게 없어요. 산을 가고 싶으면 신발부터 신으라는 말처럼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의미 부여 하며 생각하기보다 그냥 하는 거죠. 뭐든지 해본 사람은 압니다. 하기 전에는 그렇게 힘들고 어렵던 게 막상 하고 나면 별거 아니고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는 걸요. 그러니 지금 한 살이라도 더 젊고 건강할 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요.

젊음? 부지런하게 써야 합니다. 아끼다 ㄸ 되요. 건강 나빠지고 병 얻으면 하고 싶어도 못해요."

 나에게는 셔플댄스를 시작한 것이 유해진씨의 '그냥 하는 거죠'에 해당 된다.

인스타를 보면서 우연히 보게 된 댄싱 다연님의 셔플 댄스를 보면서 '나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원래가 앞뒤 생각하지 않고 저지르고 보는 성격이라 14기 줌 수업 신청 공고를 보고 바로 등록을 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도대체 수업을 어찌 하는 건지 두근두근 기대하고 있는데 수업 시작 전날 부터 몸이 좀 이상하더니 2주 동안의 수업 기간 내내 지독한 독감으로 무쟈게 고생했다. 수업 참여는 커녕 눈팅 할 수 있는 컨디션도 아니었다. 수업 기간을 그렇게 끝내고 나니 너무 허무했다. 다시 다음 기수로 등록을 할까 생각하다 기수 첫 오프 모임에 번외로 껴달라고, 가서 '보기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사정을 했다. 안된다고 하면 병원 진료기록이라도 사진찍어 보낼려고 했는데 마음이 약하신지 허락을 해주었다.

 첫 기수 모임에 셔플은 'ㅅ'자도 모르는 상태로 갔다. 13명 안에 든 행운의 14기 동기들을 보니 심상찮아 보였고 셔플 댄스가 뭐라고 수원, 인천, 서울 등에서 군산까지 왔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진짜 '보기만' 할려고 했는데 '러닝맨'을 잡아야 셔플 댄스를 잘 할 수 있다며 시작한 러닝맨 수업에 참여했다. 정말 1분도 제대로 뛸 수가 없었다. 스텝 자체를 처음 해보는 거라 어렵기도 했지만 도대체 숨이 차서 제대로 뛰어지지가 않았다. 두시간 내내 수업 하면서 도무지 지치지 않는 다연샘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고 '선장의 노래'에 맞춰 스텝을 밟는 동기들도 대단해 보였다. 그때도 체력이 회복되지 않아 중간 중간 조금씩 따라하다 쉬고, 쉬다가 따라하면서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었다.

8월 대전에서 특강 오프 모임이 있다는 공지를 보고 신청 날짜만 기다리다 알람을 설정해놓고 공지가 뜨자마자 바로 신청했다. 무슨 그 나이에 춤이냐며 시시 때때로 폴짝폴짝 뛰는 내가 영 이상하다는 듯 보던 남편은 무려 대전까지 간다하니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단다. 그럴수 있지, 나도 내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셔플댄스가 왜 이렇게 하고 싶지? 참내.

 8월 대전 특강 참여는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들게 해주었다. '생각'만 들게 해주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때는 십사꾼 동기들을 만난 것 자체로 너무 좋았고 톡방에서 '셔플셔플'로 하나 되어 지역, 나이에 상관없는 '동기'가 되어 함께 수다를 떠는 것도 생활의 활력소가 되었다. 그럼에도 '셔플'은 여전히 나에겐 넘기 힘든 태산이었다. 처음 수업할 때 제대로, 딱 하지 않아서인지 하면서도 동작에 자신이 없고 동영상을 보면서 따라 하는 것도 영 만족스럽지 못하다 싶을 때 두번 째 대전 특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8월에 갔을 때는 참 어색하더니 한번 가봤다고 이번에는 마음도 좀 편하고 '보라보라보라걸 십사꾼'도 더없이 반가웠다. 서울, 강원, 경상, 심지어 제주에서까지 온 열정 셔플러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오프라인 특강 참여에 큰 의미가 있다.

 난 여전히 셔플 댄스를 잘 추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러닝맨 할 때마다 동작이 좀 틀리는 것 같아서 자신도 없다. 각각의 스텝 이름 조차도 낯설다. 마음으로는 하루종일이라도 연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은 따라주지 않는다. 그래도 잘 추고 싶은 마음만은 그 누구 보다 강하다. 계단만 보면 러닝맨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고 안하고 지나치면 두고 두고 아쉽다. 지인들, 친구들, 가족들에게 내가 추는 엉터리 셔플댄스 영상도 마구 마구 보낸다. 이건 사실 큰 용기가 필요했지만 셔플 댄스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내면 내가 '정말 잘 추는 줄'알고 엄지척을 보내준다. 그 엄지척이 나름 위안이 되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셔플댄스를 시작한지 이제 겨우 한달 남짓, 진짜 멋지게 잘 추는 셔플 댄서로 가는 길은 아주 멀다. 그런 날이 과연 오긴 할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별로 걱정은 안한다. 같이 할 수 있는 동기들이 있고 앞에서 이끌어주는 선배들도 있고 '동시 한발! 동시 한발!' 누구보다 열정넘치는삶을 살고 계시는 셔플 교주님, 다연 선생님이 계시니 언젠가는 나도 한 귀퉁이에 낑길 수 있겠지 뭐. 셔플셔플셔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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