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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정화 Freshorange Oct 26. 2023

짧아서 아쉽지만 그래도 뉴요커

뉴욕, 맨해튼이다!!!!

부제-뒤늦은 미국 여행기 12-둘째날 오후의 스케치

 한국에서라면 가볼 마음은 있어도 가지 않았을 명품 샵들을 헤집고 다니다 보니 금방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다. 어디가서 뭘 먹어야 할 지 고민이 되었다. 스마트폰으로 구글링을 하다 일본식 이름을 가진 레스토랑을 찾아 들어갔다. 분위기는 일본식인데 메뉴는 파스타, 샌드위치, 피자 등 딱히 하나로 규정하기는 힘든 집이었다. 가장 무난하다 싶은 파스타와 샌드위치를 시키고 음료도 따로 시켰다. 예전에는 무슨 음료를 시킬지 물어보면 'Just water' 라고 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종류별로 음료도 시켜봤다. 다행히 음식맛은 나쁘지 않았다. 미국에선 음식값을 계산할 때 팁이 꼭 문제가 된다. 해외 여행을 다니던 초창기에는 팁을 주는 문화가 너무 낯설었고 음식값의 10~15%를 줘야 한다는 말에 세상에 그렇게 아까운 돈이 없었다. 지금은 익숙해지기도 하고 종업원들이 따로 월급을 받지 않고 팁을 받는 것으로 월급을 대신하기도 한다는 말을 듣고 점점 관대해졌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팁을 주는 마음이 쪼그라들고 말았다. 계산을 하려고 하면 조그만 기계의 화면을 보여 주는데 음식값이 나와 있고 그것을 확인하는 커서를 누르면 팁을 얼마 줄 것인지 결정 하라고 하는 화면이 뜬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내미는 화면에는 15%, 20%, 25% 중 고를 수 있게 뜨고 어떤 식당이나 카페는 20%부터 시작하는 곳도 이었다. 물론 세 가지 다 맘에 들지 않을 때는 그 아랫부분에 주관식도 있다. '네가 주고 싶은 만큼 줘' 라고. 역시나 모든 시험은 주관식 보다는 객관심이 쉬운법이니 제일 적은 15%나 20%를 눌렀지만 10%만 줘도 되었을 때보다 훨씬 체감 효과가 훨씬 커서 실제 음식값보다 팁을 더 많이 준 것 같은 착각이 들정도로 많은 돈을 주는 것 같아 속이 쓰렸다. 그렇게 많이 줘도 좋을 만큼 후한 서비스를 받은 것도 아닌 것 같아서 더 그랬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게 맞긴 하지만 그냥 우리나라처럼 음식갑에 포함을 시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점심을 먹고 오전에 사려다 망설였던 가방을 하나 사볼까 하고 구* 샵을 한번 더 가봤으나 역시 가방 하나에 그렇게 큰돈을 쓰는 것은 나의 평소 가치관과 맞지 않았다. 오전에 오고 또 오다니 진짜 사려나 싶은 기대감을 살짝 내보였던(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매니저의 눈총을 뒤로 하고 그냥 나왔다. 지금도 미국 한복판에서 한번 질러볼 걸 그랬나 하는 후회를 가끔 하긴 한다. 다음에 가면 꼭 실천해야지. 

 소호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금방 저녁 시간이 되어갔다.  오늘 저녁은 특별한 분들과 약속을 했다. 아버지의 다섯째 동생분인 작은 아버지 부부가 뉴욕에 와 계시는 것을 미국으로 출발하기 며칠 전에 알았다.  돌아가신 아빠의 제사를 15년 가까이 모셨는데 한번도 빠지지 않고 와주셨던 것이 감사한데다 마침 사시는 곳도 집에서 멀지 않아 잊을만하면 한번씩 연락을 주고 받으며 식사를 하고 있는 사이였다. 남편과 작은 아버지께서 술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만남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때 연락할 때는 만난지 꽤 되었던 시점이어서 작년에 서로 미국에 갈거라는 얘기만 주고 받고 정확한 날짜 등을 모르고 있을 때였다. 러시아, 캐나다에 이어 세번째로 크다는 미국 땅에서 같은 시간 같은 하늘 아래에서 서로 만날 수 있다니 참 신기하기만 한데 사촌 동생이 뉴욕에 살고 있고 코로나로 인해 오가지 못하다 작은 아버지 부부도 오랫만에 딸을 만나러 온거였고 나도 퇴직 후의 첫 여행지를 오래 전에 두고 온 내마음을 찾기 위해 뉴욕으로 정했기에 생긴 일이었다.  

 자유롭게 시간을 낼 수 있을 때 연락을 하기로 했고 우리는 그랜트 센트럴 역에서 좀 일찍 만나 저녁을 하기로 약속했었다. 미국에 와서는 거의 모든 연락을 카톡으로 하고 모든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얻고 있는데 스마트폰 없었으면 어쨌을까 싶다. 소호에서 그랜드센트럴 역에 가는 루트도 역시 손안의 마술사를 통해 쉽게 얻어 지하철을 두번 쯤 갈아타고 그랜드센트럴 역으로 갔다. 미국드라마나 영화에 가끔 나오던 곳을 보니 매번 왔던 것처럼 익숙하고 반가웠다. 안으로 들어가 만남의 장소 시계탑옆에서 잠깐 서있었더니 멀리서 두분이 보인다. 실제 미국에서 두분을 뵈니 너무 반가웠다. 저녁식사는 32번가 한인타운으로 가기로 했다. 골프장에서 우연히 한국에서 이민 오신 분들을 만났는데 '큰집'이라는 곳을 추천 받았다고 하신다. 역사 밖으로 나갔는데 우리보다 며칠 앞서 오셨다고 10블럭쯤 되는 거리를 거침없이 가신다. 아무리 구글맵을 의지해서 다닌다 해도 이리저리 헤매던 우리 눈에는 정말 대단해 보였다. 그것도 낼 모레 80 다 되시는 분들인데 말이다.  

 한인이 운영하는 한국음식점이어도 미국이 맞긴 맞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외국인들이었다.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불어 예전보다 더 많은 외국분들이 한국 음식점을 찾는다고 했다. 외국나가면 아주 사소한 걸로도 울컥 하며 애국자가 된다더니 한국음식을 즐기는 외국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니 애국심이 솟는다. 참 이상하긴 하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전주가 아닌 미국의 맨해튼에서 함께 밥을 먹는 것이 두분에게도 예삿일은 아니었는지 작은 어머니께서 계속 내 손을 만지면서 감격해 하신다. '아니 여기서 이렇게 조카를 만나다니... 참' 

우리를 환영한다며 한국에서보다는 세 배 쯤 비싼 식사비도 아낌없이 내셨다. 다음에 사촌 동생집을 방문하기고 하고 헤어지고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Macy's 백화점도 들르고 슈퍼에 들러 가벼운 식사거리도 사고 타임스퀘어의 야경을 만끽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를 3년 넘게 괴롭히던 전 세계적인 감염병의 지위가 일상적으로 있을 수 에 있을 수 있는 감기 정도록 낮아져서인지 타임스퀘어는 꽉 차게 있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피부색, 머리 모양, 옷 차림 등 십인 십색 그렇게 다른 사람들로 가득 찬 타임스퀘어를 지나치다 보니 확실하게 미국 땅에 서 있는 것이 실감이 났다. 집에 와서 만보기를 보니 삼만보 가까운 걸음 수가 찍혀 있고 급 피곤이 몰려왔다.  

타임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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