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장의 사업기록] 한해를 마무리하며
사업 2년차, 성장도 좌절이 요동치던 한해
2023년 우리의 일을 돌아보았습니다. 1년 동안 우리는 어떻게 일했고, 무엇을 이루었는지 성장과 좌절의 이야기들을 들여다보았습니다. 2022년 첫 일년은 오롯이 둘이서 회사를 이끌며 매출도 많이 올렸고, 결과물도 좋았습니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2023년을 시작하며 나름대로 기대가 컸습니다. 더 성장할 거라 믿었고, 더 많은 프로젝트를 만나 우리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2년차는 녹록치 않았습니다. 올해 첫 프로젝트가 메이드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규모를 늘려 본격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싶었던 포부도 좌절이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든든한 수입원이 되어주었던 정기간행물이 종료가 되면서 수익 구조가 크게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업무는 점점 복잡해지고 요구사항은 늘면서 비용은 줄어드는 업계의 흐름은 더 심해져서 작은 일들을 아주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업도 직장생활처럼 1년, 3년, 5년 등 홀수 단위로 위기가 온다는데 2년차에 벌써 위기가 몰려오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상반기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해서 달린 하반기는 심리적인 어려움을 불러왔습니다. 거래 관계를 유지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파트너임이 분명한 사람임에도 생존을 위해서 선택한 프로젝트가 길어지면서 정신적 번아웃을 겪었어요. 주도적으로 일하지 못하는 시간이 늘어나며 스트레스가 높아졌죠. 작은 회사로 생존을 위해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했는데, 막막한 상황들이 왜 반복될까 고민이 되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이제는 운영의 기준들을 명확히 정해갈 때라는 걸 느꼈어요. 당장의 생존과 레퍼런스 쌓기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답게 일하며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면성의 시대가 갔다고? 그럼 뭘로 승부해야 해요?
이런 고민을 하던 즈음에 "트렌드의 흐름을 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비즈니스 관점을 가지는 것"이라는 문구로 현타를 준 [롱블랙 관점24 : 비즈니스의 내일을 말하다] 강연에 갔습니다. 그리고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님의 시대 예보를 들으며 무릎을 탁 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한테 와닿았던 것은 근면성의 시대는 갔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으며, 나만의 고유함으로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일하는 핵개인의 시대는 채용이 아닌 인재를 영입하는 시대입니다. 기업은 더이상 성실한 사람을 채용해 인재로 육성하고자 하지 않고, 이런 이런 일이 있는데 할 수 있는 사람을 영입합니다. 채용공고가 아닌 특정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영입하기 위한 공고문으로 서술이 바뀐 것이지요. 이런 시대에 일을 잘하는 것은 내가 하는 일을 없애는 것입니다. 루틴한 일은 자동화하고, 좀더 부가가치가 높은 일에 승부를 봐야 하죠. 그러면서 자기만의 서사를 쌓아야 합니다. 성장과 좌절이 진실하게 누적된 나의 기록이 고유함이 되고 브랜드가 됩니다."
개인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그 속에서 우리 비즈니스에 대한 방향도 보였습니다. 우리는 고객이 영입하고 싶은 회사인지(같이 일하고 싶은 회사인지), 우리는 부가가치가 높은 일에 집중하고 있는지, 우리만의 고유한 서사는 쌓여가고 있는건지 강연을 들으며 저절로 리뷰가 되고 반성이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우리는 어떻게 보일까, 어떤 일을 잘한다고 보여질까, 우리가 디깅하고 있는 본진은 어디일까. 여러 생각들이 머리 속에서 오고가며 나만의 답을 찾으려 분주한 와중에 뒤이어 강연을 해주신 헬리녹스 대표님, 이승희 기획자의 이야기 속에 답이 있었습니다. (역시 롱블랙 기승전결이 완벽했어요!)
비즈니스도 '나'로부터
헬리녹스 대표님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자는 모토로 제품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이승희 기획자는 누구보다 자기의 이야기에 애정을 가지고 모든 순간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중심에는 그들 자신이 있었습니다. 외부에서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고민하기 보다는 '나는 뭘 좋아하는지 먼저 생각하고 그걸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구나', '지금의 나를 만든 나의 지난 시간을 애정해야겠구나'. 사업의 방향도 결국은 다시 '나'로 귀결된다는 것에서 자아 찾기가 모든 것의 우선순위라는 걸 다시금 깨닫습니다.
결국 모든 사람들의 주제는 자기 인생이죠. 우리가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 때 공감도 얻을 수 있는 법이고요. 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제 이야기로 브런치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지식을 전달하려고 애쓰거나 멋진 말로 포장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진짜 내 이야기를 써보았죠. (전에는 무언가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고, 작가신청을 3번 넘게 미끄러졌어요.)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계속 떨어졌던 브런치 작가가 딱 되었습니다. 역시 '내 이야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벌써 12월도 다 가고 이제 곧 새해입니다. 새해인데 해가 넘어간다는 느낌이 유난히 잘 안들어요. 한해가 가는 것이 너무 아쉽지도 않고 새해가 너무 기대되지 않는 상태랄까. 큰 기대보다는 해야할 것들에 대한 결심이 서서일까요? 조용히 숨을 고르며 다시 박차고 나가야할 다음 시간을 준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