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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다정 Feb 08. 2024

시간이 더 있다면, 더 잘 했을까

[엄마사장의 사업기록] 육아와 업무 사이의 균형


나 이외의 대안이 없는 엄마의 일과 사장의 일 

엄마로서 업무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회사 퇴근하면 집으로 출근하는 엄마사장은 육아와 일이 뒤죽박죽 얽힌 하루를 보내기 일수입니다. 집에서 엄마의 역할도 남에게 미룰 수 없고, 회사 업무도 미루기 힘드니 어느 곳에서도 나 이외에 대안이 없는 삶을 사는게 엄마 사장입니다.

제 스케줄에는 아이의 스케줄과 업무 스케줄이 늘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아이도 자기의 생활이 있습니다. 아프면 병원도 가야 하고 학원 상담도 가야하고 친구들과 약속도 잡아주어야 합니다. 업무를 포함한 내 일도 한가득입니다. 재무 일, 회사 홍보, 홈페이지 정리와 영업을 위한 활동 등 챙겨야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일은 바쁜 사람한테 시키라는 말 아세요?

얼마 전 프로젝트 때문에 만난 작가님과 미팅에서 작가님이 해주신 말이에요. 일은 바쁜 사람한테 시키라고 했다고, 하던 사람이 더 힘내서 빠르게 잘 하는 법이라는 말을 나누었습니다. 우리끼리 정말 명언이라며 무릎을 쳤지요.

일을 안하던 사람이 마음을 잡고 집중하는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늘 바쁘게 일하고 있는 사람은 이미 예열이 되어 있습니다. 항상 스탠바이가 되어 있는 거지요. 그래서 늘 바쁜 저는 일할 시간은 적지만 집중력만은 늘 최곳값으로 세팅되어 있습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온전히 일에만 집중해야 사업이 잘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생각한 목표대로 해내야 고객이 좋아하고 일도 계속될 거라 생각했죠. 그래서 늘 조금더 잘, 조금 더 완벽하게, 하나라도 더 하려고 했습니다. 혼자 해내야 하니 스스로 더 단단히 동여매고 긴장했습니다.

육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독립을 하면서 부모님의 도움에서도 독립을 했기에 육아는 온전히 우리 부부의 몫이었습니다. 제가 일에만 몰두하는 동안 픽업 시간을 놓치고, 학교 숙제와 준비물은 전날 겨우 마련하고, 학원비는 번번이 늦게 입금되었습니다. 저녁밥을 하는 건 상상하기 힘들어 외식과 배달에 의지했어요. 엄마로서 일상은 늘 허둥거렸습니다. 엄마로서의 책임감보다는 생존에 대한 불안이 더 강했나 봅니다. 가정이 늘 다음이 되었으니까요.



완벽함보다는 꾸준함으로

한해 두해 시간이 흐르고 혼자 하던 일을 같이 하게 되면서 걱정은 줄고 일하는 패턴은 정착되었습니다. 육아에서 자유로운 10시부터 4시 사이는 엄마 사장의 코어 타임. 이 때 최선을 다해 모든 일을 했습니다. 점심시간 빼고 5시간. 이 시간에 최대한 많은 업무를 해내기 위해서 가장 먼저 내려놓은 것이 완벽주의입니다.


저는 일을 잘해야만 한다는 강박이 원래도 있는 사람입니다. 책임감이 좀 강한 편이지요. 그런데 독립을 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니 강박이 강화되었어요. 제어해주는 사람도 없으니 어떨 때는 하지 않아도 되는 열심을 부렸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적당히 하고 넘겨야 되는 일도 있긴 하더라고요.) 이러면 하루 24시간이 코어타임입니다.


지금은 꾸준히 하는 것에 포커스를 둡니다. 해야만 하는 일들을 꾸준히 하는 것. 잘 해야 하는 일과 적당히 해도 되는 일을 구분하고 바른 방향으로 열심을 내려고 합니다. 꼼꼼히 빈틈없이 하려고 아등바등거려도 놓치는 건 생기고, 잘 했다고 생각해도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실수가 있고, 덜 한 거 같아도 나아가고 해결되는 일도 있고요. 시간이 있다고 더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이지요.

어떻게 보면 완벽함이란 나 중심적인 생각입니다. 각자 자기 기준에 따른 완벽함을 추구하니까요. 내가 부족하다 생각해도 누군가가 보기에는 완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보다 꾸준하게 일을 이어가는 자신을 칭찬해주기로 했습니다.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니 엄마의 일과 사장의 일을 병행하는게 좀더 편해졌습니다.




겨울방학입니다.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코어타임은 더 줄어듭니다. 독립하고 나서의 좋은 점은 시간의 주도권을 가진다는 것. 하루를 내 템포에 맞춰 일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래서 24시간 일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요. 오늘은 느즈막히 아이를 돌봄 교실에 보내고 메일함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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