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장 오늘 기록
입원했다
연초 몸의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검진을 진행했는데 악성 용종이 발견됐다. 암은 아니지만 암일 수도 있다는 진단에 자궁적출 수술울 하기로 했다.
마침 시작된 의료 파업으로 큰 병원에서 수술하고자 한 계획은 이뤄지지 않았고, 빠르게 하는 게 좋다는 말에 이차병원에서 수술을 하기로 했다. (친구 소개로 좋은 선생님을 만나 다행히 빠르게 수술을 잡았다. 친구가 최고다.)
복잡했다
그 무엇보다 마음이 복잡했다. 무엇 때문일까 되뇌었고 혹시 암이면 어떻게 할지 불안함이 밀려왔다. 감정은 주체가 안되었고 주변의 모든 것이 짜증이 났다. 나는 왜, 무엇을 위해 지금까지 달렸을까 생각이 많아졌다.
아껴주고 싶다
몸이 잘못됐다 생각하니 남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 이외의 그 무엇도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누구보다, 그 무엇보다 내가 먼저임을 깨닫는다. 그래, 건강이 이렇게나 중요했다. 아픔이 죽음이 가까워졌다 생각하니 내 존재가 무척 소중해진다. 평소에도 좀 아껴줄걸
진짜 좋아하는 것만 해야겠다
<진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는 법> 이란 책을 만났다.
진실을 보여주는 것은 행동이다. 나의 진정한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은 행동이다.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멈추자. 진짜 나의 우선순위를 인정하자. 하고 싶다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자. 그게 내 진심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여유롭게 하자. 노력의 절반은 진짜 노력이 아니라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불필요한 스트레스였다고 한다. 정말 여유롭게 해도 결과가 비슷하다는 것. 내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가짜 노력을 멈추자.
가진 것에 감사하자. 은메달리스트보다는 동메달리스트의 마음을 가지라고 권한다. 바로 위의 상황과 비교하지 말고 바로 아래 상황과 비교한다면 감사할 수밖에 없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만족항 클라이언트가 있는 것, 아직 우리를 찾는 사람이 있는 것, 일할 동료가 있는 것에 감사하기로 한다. 높은 목표를 바라보며 나는 왜 저렇게 되지 못할까 그를 질투하며 일희일비하기보다 현재를 유지하고 있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전략을 바꾸어야 할 때. 사업의 시작은 늘 YES여야 한다고, 모든 것을 시도하고 전력으로 달려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하다가 기회와 제안이 물밀듯 밀려올 때가 전략을 바꿀 때. 이때 NO를 말해야 한다고. 우리 일이 아직 기회와 제안이 밀려오는 건 아니다. 일이 없어 불안에 떠는 순간이 많지만 둘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 건강 이슈가 생긴 지금 전략은 수정되어야 한다. 더 오래 달리려면 소진하는 방식이 아닌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게 맞다고 느껴진다.
나는 보통 이하이다. 옳고 그름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정의로워야만 하는 함정에 빠졌다. 나 역시도 늘 옳은 일들을 행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옳은 행동을 강요하는 마음이 커져버렸다. 그냥 나 역시 옳지 않은 약고 이기적인 인간임을 인정하기로 한다. 나는 그들과 다르지 않으며 평균 이하다. 그러니 세상은 배울 것 투성이고 배우는 사람인 나는 완벽할 수 없다. 19년을 일했다고 완성된 사람이 된 것이 아니다. 업무 역량과 매너가 완벽히 갖추어졌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렵다. 그저 나는 내 일을 나답게 해 나갈 방향을 잡았을 뿐. 이제 옳고 그름의 함정에서 벗어나, 판단하고 평가받는 걱정에서 해방되련다.
병실에서야 온전히 내 시간을 보내며 나를 정리한다. 이래서 이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