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식 창문 달린 방에서 잠을 깼다. 파리에 온 지 사흘째다. 경비를 줄이려고 바스티유 근처 작은 방을 하나 빌렸다. 유럽 사는 친구 왈 파리 여행은 그게 제맛이란다. 세금을 덜 내려던 귀족의 꼼수에도 불구하고 폭 좁고 길쭉한 창문은 퍽 낭만스럽다.
이번 여행의 첫 일정은 혀끝으로 느끼는 프랑스였다. 백종원이 소개하는 삼대 천왕 식당처럼 줄 서서 트러플 파스타를 먹었다. 환상의 비주얼과 함께 송로버섯향이 진하게 풍겼다. 파리의 진수 같았다. 하지만 레스토랑 훈남 웨이터가 이 요리의 고향이 이태리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파리에 오면 루브르를 지나칠 수 없다. 특히 모나리자는 파리 관광의 백미이다. 하지만 정작 나를 매료시킨 것은 딱히 어느 작품이라기보다 걷고 보고 앉거나 쉬면서 박물관과 한 몸처럼 호흡하는 일이었다.
삶을 가장 뜨겁게 느낄 수 있는 곳은 그 반대의 장소일지도 모른다. 빼흐 라쉐즈 묘지 비석에서 내가 떠나온 이유를 읽는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그리고 카르페디엠(carpe 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