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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Nov 13. 2023

조금 잃고 많이 얻고 싶다

가성비 좋은 삶

  내일이면 긴 연휴가 끝납니다. 여유가 있어 이것저것 많이 했는데 마냥 좋지만은 않았어요. 가족들을 보거나 놀러 다니면 몸이 피곤해졌고 몸을 늘어뜨려 쉬면 놀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무얼 하나 얻으면 무얼 하나 잃어야 하는, 그래서 쉬는 것에 고민이 많았던 참 웃긴 상황이었죠. 휴식만 그런 건 아닌 듯합니다. 살다 보니 무언가를 얻으면 반드시 무언가를 희생해야 했어요. 그러지 않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종의 법칙이랄까요. 만약 하나를 얻었는데 잃는 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 비용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뿐입니다. 가성비가 좋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생각해 보면 무엇을 원하는지만 고민했지 그것을 위해 어떤 비용을 치러야 하는지는 많이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린 나이에 가진 시간과 에너지가 많았고, 설령 크게 실패한다 한들 회복할 시기가 있어 큰 비용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원과 회복 탄력성은 줄어듭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적은 비용이 드는 선택을 하는 게 현명한 것 같아요. 그런데 무엇이 적은 비용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죠. 아무도 답을 내려줄 수 없고 오롯시 자신의 취향이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경험치를 많이 쌓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저는 지금까지의 시간과 에너지를  경험치를 위해 거의 다 쏟아부었습니다. 다방면으로 취향이 꽤나 확고해졌고 어떤 비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를 잘 아는 편이에요. 반복되는 일들이 크게 어렵지 않은 것, 멋 부리는 건 좋아해도 비싼 걸 좋아하지는 않는 것, 사람을 좋아해서 만남을 크게 가리지 않는 것, 내 사람에 대한 기준이 높고 헌신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 등 수많은 크고 작은 기준들이 있습니다. 물론 상황과 컨디션에 따라 비용의 기준들이 조금씩 변하기는 해요. 아직 스스로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기도 하고요. 그래도 지금까지의 경험들로 만들어진 취향은 그동안의 선택들에 분명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공짜 없는 인생과 쉽고 빠른 길은 없다지만 그래도 가성비 좋은 방법은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무엇을 얻고 싶은지만큼 그것을 얻기 위해 어떤 비용을 치를지 잘 알아야 할 거예요. 치르는 비용이 별로 크지 않은데 얻는 게 큰 선택들이 많다면 가성비 좋은 인생입니다. 원하는 바를 크게 힘들이지 않고  얻어내며 살아가는 것만큼  즐거운 게 또 있을까 싶네요. 그래서 조금 잃고 많이 얻고 싶다는  양심 없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어차피 스스로만 만족하면 되는 문제일 테니 다른 사람에게 피해 끼치는 것도 없을 거고요.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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