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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하 Sep 09. 2023

예전보다 살이 안 빠지고 찌는 이유

똑같이 먹고 똑같이 자는데 왜 살이 찔 까

"예전이랑 비슷하게 먹는 데 어릴 때보다 살이 잘 안 빠지고 찌기만 해요"


30대 초반 동갑내기인 직장 동료와 점심을 먹으면서 동료의 건강검진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날씬하고 건강해 보였지만 건강검진 결과에서는 여기저기 이상 신호를 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혈압도 너무 낮아 측정이 안돼 여러 번 측정했고 안구의 시신경 다발에 문제가 있다고 하며 부인과 쪽 소견도 있었습니다.


겉보기에는 테니스도 꾸준히 하고 날씬해서 옷도 이쁘게 입는 멋진 삶을 살고 있는 동료에게 이러한 이상 신호가 온 것은 불과 2년 만이라고 합니다. 2년 전에 받은 건강검진에서는 소위 검진 결과표에서 "걸리는 게"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2년 만에 시신경 다발 문제, 혈압 문제 등 여러 문제들이 생긴 이유가 무엇일 까.


이걸 읽는 여러분들도 20대는 10대 때를 회상할 것이고 60대는 30대 때를 생각하면서 이렇게 몸이 안 좋아진 건 나이 탓을 할지도 모르겠네요. "핑계입니다!"라고 말하기에는 실제로 나이가 들수록 면역 세포는 현저히 줄어든다고 합니다. 면역세포 수가 30대 때 최고치에 이르고 60대가 되면 절반까지 줄어든다고 하니깐요.   


박민수 박사의 저울 면역력 中




갑자기 다이어트 이야기를 하다가 왜 면역력 이야기를 할까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시사합니다. 저는 요인을 크게 숙면, 환경 (스트레스), 식습관으로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제대로 된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멜라토닌과 같은 좋은 호르몬들도 나오지 못하고 자가 치료를 진행하는 시간도 현저히 줄어들 테니 면역력이 떨어지겠지요. 그리고 환경적으로 인간관계든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코르티솔 분비가 많이 분비되면서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고요. 그리고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으로 장 내 환경이 안 좋아지면서 생길 수 있는 장누수증후군 등. 이러한 잘못된 식습관이 면역력 감소 원인 중 하나일 수 있고요. (비타민, 효소, 프로바이오틱스만 섭취한다고 장땡이 되지 않아요.)


나에게 맞지 않는 음식(정제 탄수화물 등)을 계속 섭취함으로 인해 장 내 환경이 안 좋아지면 장 틈새가 넓어지면서 박테리아나 큰 분자 덩어리들이 몸 내부로 이동할 수 있게 됩니다. 몸속으로 여러 소화가 안된 단백질 덩어리들이 통과하게 되면 내부에서는 "적"으로 인식하여 공격을 하는 데 이것이 염증 반응을 일으킵니다. (이러한 현상을 장누수증후군이라고 합니다)


다음은 장누수 증후군의 증상들 중 일부입니다.

    소화기 증상: 설사 또는 변비, 가스, 부풀림, 위장 통증      

    식품 민감성 및 알러지 반응: 특정 식품에 대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피부 문제: 알러지 반응, 홍반, 건선 등의 피부 질환 발생 (아토피성 피부염)      

    관절 및 근육 통증  

    면역 시스템의 문제: 반복적인 감기, 감염, 기타 면역 관련 질환  

    인지 및 신경 관련 증상: 피로, 두통,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소, 기분 장애(우울증, 불안)      

    영양소 부족: 특정 영양소의 흡수 문제로 인한 증상  

    자가면역 질환: 장누수증후군은 몇몇 자가면역 질환의 원인 또는 기여 요인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건강한 식습관을 진행하기 전 장내 미생물 검사에서 위험 미생물이 다른 사람들보다 1.5배 많은 수치를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만일 유해균이 유익균보다 월등히 많아지게 되면 장 속 기회균(장에는 유익균, 유해균, 기회균들이 서식하고있다.)들은 유해균 편에 서게 됩니다. 유해균 수만 많아지는 게 아니라 기회균까지 포함하면 장 내 환경이 썩 좋았다 할 수는 없겠지요.     


건강한 식습관 진행 전 검사 결과 (2023. 04)에서 나온 대장 내 유해균 결과





다이어트는 절대 의지력 문제가 아니다.


당뇨병 전문의 마케타 젠지는 그의 저서 당질 중독에서 비만은 절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건강하지 않은 장에는 그렐린(위와 소장에서 분비되는 식욕 촉진 호르몬, "배고픔 호르몬"이라고도 한다)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먹고 싶은 충동이 생겨 과식하거나 폭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충동은 의지만 가지고 조절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고 해요. 실제로 비만이거나 과체중인 사람에게는 혈중 그렐린 농도가 높다고 하고요. (그리고 애석하게도 그렐린 호르몬이 분비될 때에는 렙틴이라는 식욕 억제 호르몬은 분비되지 않습니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건강했던 장이 변화되지는 않았겠지만 자극적이고 당이 많은 음식을 지속적으로 섭취하게 된다면 서서히 장 내 환경이 나빠지면서 내가 모르는 사이에 호르몬의 불균형이 일어나고 몸 내부에 염증도 생기겠지요.


그렇담 우리 몸은 계속 손을 놓고만 있을까요? 아니요. 우리가 비만이 되는 과정에서도 렙틴 호르몬(식욕 억제 호르몬)은 꾸준히 분비됩니다. 몸은 뚱뚱하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체내에 지방이 너무 쌓이는 것 같으면 자연스럽게 그만 먹게 하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정제 탄수화물과 같이 당이 너무 많은 음식을 한꺼번에 지속적으로 섭취하게 되면 렙틴 호르몬이 분비된다 하더라도 배부름에 반응할 수 없고 자연스럽게 "렙틴 저항성"이 생겨 "배부름"을 잊어버리는 상황이 옵니다.     


그럼 당연히 예전과 비슷한 음식을 먹더라도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에 생긴 저항성 문제, 장 내 환경 문제 등에 의해 체중이 안 빠지고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거고요.


그리고 중요한 건 체중 증가는 여러 결과 중 하나일 뿐입니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몸의 불편한 신호들이 여기 장에서 시발점이 되었을 수도 있어요.  




다시 직장 동료 이야기로 돌아가서, 동료에게 2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어볼 수 있었어요.

1~2년 전 바디프로필(단기간 체중을 감량하고 근육을 성장시켜 몸매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이 되면서 보통 체형이었지만 10kg 정도를 급하게 감량했다고 합니다. 감량할 때 닭가슴살, 고구마 등의 식단으로 계속 진행하여 이쁘게 몸은 만들었지만 1개월 만에 8kg이 증감하는 요요가 왔다고 하고요. 그리고 6개월간 생리를 안 하게 돼서 "이것저것 건강하게 먹자"로 바꿨더니 1년 간 천천히 5kg을 감량하고 지금은 유지 중입니다.


한 두 가지 영양 성분으로만 몇 개월 주구장창 섭취하다 보면 당연히 체중은 빠지지만 영양 불균형으로 인해 장에서 서식하는 좋은 유익균은 굶어 죽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유익균은 한 가지 종류가 아니에요. 수많은 유익균이 군락을 이루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종류의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한다고 장 환경이 좋아지질 않아요.) 물론 동료의 건강검진 결과가 모두 식습관이 요인이 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동료 스스로도 그렇게 체중 감량이 된 것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저는 건강한 식습관 변화로 14kg 감량 이후 느낀 좋은 점을 순위로 매기자면 사실 체중 감량은 최하위에 있고 면역력 증가가 상위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2장에서 말씀드린 나의 식습관에 대한 바이오해킹 방법을 거치면서 집에 있던 알마겔(제산제)과 까스활명수 1박스를 누구를 줘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위가 튼튼해진 것도 있고요. 피부에도 트러블이 나질 않으니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의 피부 연고제도 더 이상 비싼 돈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생긴 급성 부비동염을 치료하기 위한 항생제도 끊은 지 오래입니다. (이비인후과에서 3시간 넘게 대기하는 끔찍한 경험을 두 번 다신 하지 않아도 되고요. 얏호!)  

건강한 삶 시작 약 3개월 후 모발 검사 결과 균형 대사로 결과를 받았다. (2023. 9월) 

여러 호르몬들이 정상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배고픔(그렐린)과 배부름(렙틴)에 정상적으로 반응할 수 있으니 체중 감량은 당연히 따라오는 보상이기도 하고요.


이번 식습관의 변화를 경험하면서 깨닫는 것 중 하나는 생각보다 뇌만큼 "장"이 하는 일이 많다는 거예요. 히포크라테스도 "모든 병은 장에서 시작된다"라고 할 정도면 우리가 먹는 음식이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요? 칼로리만 적다고 장땡이 아니라 음식에 적힌 영양 성분, 제조 성분이 내 장에 끼칠 영향을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에필로그) 실험 쥐가 되지 말자!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은 자연식(정제 탄수화물 및 화학적 가공 음식을 제외한 것)을 주 에너지 원료로 섭취했습니다. 그러다 산업 혁명으로 인해 고도로 발달되면서 100년만에 설탕 등과 같이 혀에는 좋으나 몸에는 좋지 않은 정제 음식들이 마구잡이로 생겨났습니다. 마트만 가더라도 가공음식이 즐비해있고 예전엔 가족이 도란도란 앉아서 설탕을 뿌려먹어야 맛있었던 과일들도 십여년 만에 당이 한 껏 포함된 과일로 마트에 진열되어 있습니다.

당질 중독 中 (마케타 젠지 저)


장 내 연구는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병보다 연구가 이루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음식이 장에서 어떤 결과를 일으킨 다는 것은 인과 관계를 밝혀내기도 실험하기도 굉장히 까다롭고 어려울 테니깐요. 심지어 음식이 좋다고 했다가 나쁘다고 한 사례도 있고 나쁘다고 했다가 좋다고 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사례로만 그친 게 아니라 미국에서는 정부의 잘못된 영양 지침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일도 있었죠. 그 결과 미국 비만율은 40% 이상으로 치솟았습니다.


심장병과 콜레스테롤이 인과 관계가 있음을 연구 결과로 결론지은 것을 토대로 미국의 첫 번째 식단 목표를 공식화하게 된 장본인. 현재 해당 연구가 잘못됨이 밝혀져서 논란이 되었다


수천 년 전부터 조상들이 먹어오면서 입증(?)한 건강한 음식이 아닌 새롭게 만들어지고 가공된 음식의 실험쥐가 되는 건 아무래도 께름칙합니다. 이렇게 내가 먹는 것들이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크푸드나 정제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싶다고요? 그럼 어느 정도 건강은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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