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간절하지 않은 유학 준비는 더 힘드네요
퇴사한 지 2개월 하고도 12일이 지난 지금, 난 무엇을 하고 있나.
이틀 전 나를 소개해야 하는 자리에서 나는 나를 무엇이라 설명했나.
톡톡 치면 텅텅 소리가 날 것 같은 나의 빈껍데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나.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6월에 퇴사하고, 지금 대학원 유학 준비하고 있는 하도라고 합니다."
즉, 하고 싶은 말은
"다들 처음보는 사이에 안녕하신지는 별로 안궁금하지만, 저의 안녕은 보이는 것보다 불안하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보이는 것처럼 평생 백수는 아니였구요. 무려 이개월전까지만 해도 삼성역 아침출근좀비떼의 한 구성원이였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지금도 마냥 세월아 네월아 놀고 있는 백수는 아니에요. 무려 대학원! 그것도 유학! 준비를 하고 있다구요. 물론, 대부분의 시간을 진짜 갈 수 있을까 걱정하며 보내긴 하지만요. 그래도 뭔가 준비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어요..."
휴, 속이 다 시원하다.
그렇다. 나는 유학준비생이다. 그 흔한 취준생도 아니고, 유준생. 29살의 유준생.
27살의 취준생 하도보다 더 불안하고, 더 비참하고, 더 혼란스러운 29살의 유준생.
5월의 어느 한날의 짜릿함을 기억한다.
"제가 유학준비를 시작해야할 것 같아 일을 그만두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나는 첫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 짜릿함은 내 기대의 발끝에도 못미칠 정도의 짧은 시간정도만 지속되었다. 언제나 그래왔듯 불안이 엄습해왔다.
그 바로 다음날 아침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진행되는 토플단기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딱 2주만 들으면 토플 점수는 끝낼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래야만 했다.
첫날 아침 8시 등원 성공, 둘째날 아침 8시 10분, 셋째날 8시 반, 넷째날 9시 뭐 대충 이런 느낌으로 학원생활을 근근히 유지해나갔다. 영어공부를 시작한 아주 어린시절부터 그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으로 떼려잡아온 나는 29살이 되어 갓 20살이 된 어린이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면서도 그 습관을 못 버리고 있었다. 결국 언제나 채점결과는 좋았지만 언제나 집에 갈때면 고개는 한쪽으로 기울어진채 오늘 내가 배운 것은 무엇인지, 모른것은 무엇인지 혼란스러워 할 뿐이였다.
그렇게 14일을 보낸 결과 나의 토플 점수는 99점. 내가 필요한 점수는 딱 100점이였다. 인생 참...
주변에는 내가 따~악 1점이 모지라서 한번 더 봐야한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첫번째 시험때 찍은게 잔뜩 맞았었기에 두번째 시험은 99점도 안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숨겨야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