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입장정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입장정리 Mar 04. 2023

전기 모기채의 유용함

집에 모기가 창궐했다. 자다가 발가락이 간지러워서 깨 보면 모기에 물려 있다. 벅벅 긁다 지쳐 이불로 코를 제외한 온몸을 둘러싸고 번데기처럼 잠을 청한다. 그럼 모기는 코를 문다. 주먹코가 되어 얼굴을 긁다 보면 원통하고 분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 모기들은 그 먼지만한 뇌에서 나온 거라고는 믿을 수 없는 영악함으로 눈을 부릅뜨고 있으면 숨을 죽이고 있다가 슬슬 잠이 들려고 할 때 쯤에 위잉- 하는 소리를 내며 귓가를 스쳐간다. 그럴 때마다 누워있던 만물의 영장은 부질없이 허공에 손을 휘두르며 허우적거릴 뿐이다. 가끔 소리를 듣고 살금살금 일어나 불을 켜면 벽에 붙은 모기를 발견할 수 있다. 눈을 부릅뜨고 손을 힘차게 휘두르지만 잠에 취한 육체와 흐리멍텅한 초점 때문인지 손은 텅 빈 벽을 가르고, 모기는 간데 없다. 이렇게 한 번 놓치면 끝장이다. 쥐 코딱지만한 방 안을 아무리 뒤져 봐도 모기는 없고 나는 그저 우리 안 가축처럼 피를 착취당하다 피곤에 절어 출근하는 것이다. 


이렇게 며칠간 모기에 시달리다가 다이소에서 전기 모기채를 샀다. 전기 모기채는 그 모양이 테니스 라켓처럼 생겼다. 평소에 모기를 잡다가 갑자기 테니스를 쳐야 하는 상황이 생길 때는 테니스 라켓으로 삼는 것도 괜찮다. 포장을 뜯자마자 마침 문에 모기가 있길래 전기모기채 버튼을 누르고 모기를 향해 냅다 휘둘렀다. 그러나 모기는 나를 비웃는 것만같은 소리를 내며 유유히 날아갔다. 건전지는 별도 구매였기 때문이다. 


다시 건전지를 구매한 후 실제로 작동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감전될 뻔한 작은 해프닝이 있었지만,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전기모기채를 충전할 수 있었다. 충전된 전기모기채를 모기 위에 살며시 갖다댄 순간, 파직! 타닥! 하고 푸른 불꽃이 일었다. 놀랄 만한 효과였다. 그 숱한 여름밤동안 나를 농락하고 업신여기고 내 피를 앗아가던 모기는 그저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할 뿐이었다. 그 꼴이 보기 아주 좋았다. 마침 집에 모기가 6마리나 있었다. 나는 딱총나무 지팡이를 손에 넣은 드레이코 말포이처럼 고함을 지르며 6마리의 모기를 모두 희생시켰다. 이건 내 엄지발가락의 몫이었다 더러운 모기야.


당시에는 상당한 흥분 상태였지만, 감정을 배제하고 생각해 보아도 전기모기채는 아주 훌륭한 도구이다. 날쌔고 눈치 빠른 모기를 손바닥으로 잡기에는 힘들 뿐더러, 잡더라도 벽지가 나의 피로 빨갛게 물들어 영 지워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손도 씻어야 한다. 그러나 전기 모기채는 아주 깔끔하고 신속하게 나를 괴롭히던 모기들을 제거할 수 있다. 집에 거주하는 현대인들에게 전기모기채는 필수 아이템이다. 고로 앞으로 집들이 선물은 전기모기채로 고정할 생각이다. 


22.8.23

매거진의 이전글 모기는 나의 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