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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kalai Aug 11. 2016

명사산 앞에서 자다

돈황산장(The Silkroad Dunhuang Hotel)

더위가 한창이라 그런가, 갑자기 그리워져서 다시 들여다보았다. 돈황. 만화에서든 소설에서든 뜨거운 해와 모래바람으로 더 많이 그려지는 곳이건만, 내킬 때 무턱대고 갔더니 하필 초겨울이어서 이제는 돈황이나 실크로드를 생각할 때마다 추위가 먼저 떠오른다. 눈에 잘 띄는 주황색 장화를 빌려 신고 들어가도 푹푹 빠질 때마다 냉기가 전해지던 명사산의 하얀 모래 언덕, 그림자가 짙게 졌던 월아천, 비수기라 손님이 없는 만큼 싸늘하던 돈황산장 로비, 창가에만 놓아두어도 시원하게 마실 수 있었던 맥주. 


명사산은 돈황 시내에서 꽤 떨어져 있는데, 그 명사산에서 걸어갈 수 있는 곳에 호텔이 딱 하나 있다. 

이름은 돈황산장. 명사산이 우선 목표였던 터라 여기에서 사흘을 지냈는데, 여기만 목적으로 생각하고 가도 괜찮을 만한 곳이었다. 

(성수기 가격은 모르지만 엄청나게 비싸진 않을... 거라 예상) 



실은, 원래 성채를 개조한 호텔은 아니고 성채 흉내를 내어 지은 건물이라 낮에 보면 조잡한 느낌도 좀 난다. 그래도 분위기만큼은 조금도 모자란 구석이 없다. 내부 장식도 철저히 돈황 분위기를 내는 데 집중했다. 



(좌) 본관 로비 들어가면서 (우) 우리 방이 있었던 3층에서 로비를 내려다보고

(좌) 호텔방. 역시 세심하게 분위기를 살렸다. (우) 세면대에 수건까지 철저히. 


우리는 본관에 묵었지만 꽤 넓은 숙박시설이라 별관도 있고, 명사산이 보이는 오두막집도 따로 있고, 약간 떨어진 곳에 유스호스텔까지 있다. 정원도 있고, 식당과 마사지샵도 있고... 정원에서도, 옥상에 있는 식당에서도 명사산이 보인다.  


마지막 날에 호텔 안을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 날이 흐려서 아깝다. 날이 밝고 하늘이 파랗다 해도 세상이 다 모래색인 거야 변함없겠지만. 


돈황산장 예약은 아침식사도 포함이었는데, (다른 곳에 나가서 먹기는 힘든 위치이기도 하고) 한 번은 본관 옥상 식당에서 먹었고, 한 번은 따로 자리 잡은 중식당에서 먹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단체 손님이 오자 옥상 식당을 닫아걸고 중식당에 뷔페를 열었더라. 역시 비수기라 식당을 다 열기는 무리였던 걸까. 어느 쪽이나 수준 높은 식당이지만 혹시 가게 되면, 특히 옥상 식당에서 밥을 먹게 되면 볶음밥을 꼭 먹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돈황 이후에 신장-위구르 지역 서쪽 끝에 가까운 카슈가르까지 가서도 볶음밥을 먹어보았으나, 맛있기는 돈황산장이 가장 맛있었다. 



아참, 식당 가격은 의외로 비싸지 않은데 맥주값은 조금 비싸다. 물론 그곳 물가 기준으로. (가게에서 사면 맥주 한 캔에 한국돈 600원 정도였는데 여기서 사 먹으면 5000원...;) 


덤으로 마사지도 추천. 돈황산장에서 발마사지를 받으면 3만 원쯤이니 역시 물가 기준으로는 비싸긴 한데, 만족도가 진짜 높았다. 다시 받으러 가고 싶을 정도. 


- 2014. 12월 기억 


어쩐지 숙소 이야기만 적고 말자니 멋쩍어서 덧붙인다. 쨍한 오후의 명사산




발 푹푹 빠지는 모래언덕에서 허우적대다가 해가 지고 돈황산장으로 걸어가던 길을 떠올리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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