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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kalai Apr 15. 2017

롬복의 바다

인도네시아 롬복 승기기 해변

별생각 없이 동쪽으로 흘러 흘러가다가 발리까지 갔을 때, 아 여기가 이래서 유명한 여행지구나 감탄하면서도 조금 실망한 게 하나 있다. 


바다. 


어차피 주로 우붓에 박혀서 놀고 산책하고 공연을 보고 지낸 데다, 발리 다른 곳에 가도 신전을 보러 다니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 져서 혼자 사누르 해변에 갔었더랬다. 그전까지 발리에 대한 내 이미지는 휴양지였던지라. 


나쁘진 않았지만 - 그 바닷가에서도 나는 주로 산책을 했다. 저도 모르게 들어가고 싶어 질 정도로 투명하고 아름다운 바다는 아니었다. 원래 그랬던 것인지, 개발과 관광의 여파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래서였나보다. 원래는 발리에서 더 빈둥거리다가 비행기를 타려고 했는데 계획을 변경했다. 롬복까지 가보기로. 



발리에서 롬복으로 가면서 도중에 길리 뜨라왕안에 들렀다는 이야기는 앞에 적었다. 그곳에서 배로 롬복의 방살 해변까지 갔다가 다시 차를 타고 도착한 롬복의 승기기 Senggigi 해변은, 길리 뜨라왕안보다 훨씬 조용한 곳이었다. 비수기라 더 그랬겠지만, 관광지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심심했다.  


그리고 바다는, 정말로 '홀린 듯이 들어가게 되는' 그런 바다였다. 무릎까지 들어가서 찍었는데 저렇게 바닥이 보일 정도. 


산책을 하려고 나갔다가 저 투명한 물에 홀려서 발을 담그는 바람에 반바지를 하나 그냥 버렸고, 바닷물에 젖어 샌들도 버려야 했으며, 순식간에 살이 타서 숙소에 돌아가서는 연고를 찾아 발라야 했던 데다가 무릎 위로 선명하게 선이 생겼다. 그 선이 사라지는 데 여섯 달은 걸린 것 같다!  


어쨌든 아침과 저녁에는 동네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노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한낮에는 거의 사람이 없다. 


이 사진을 올려도 될까 잠시 고민했지만, 초상권 침해는 없으니...; 


정말로 동네 사람들이 노는 곳이다. 


이 방파제 앞에서는 서핑을 하는데, 역시 시간대가 맞지 않아 사람이 거의 없는 모습. 

(참고로 내 사진은 약간 톤다운이다. )


나름 번화가(?)에 가까이 가면서 배가 보이기 시작한다. 


승기기 해변의 하나뿐인 선착장. 


배는 잘 들어오지 않지만, 제법 잘 정리해두었다. 저녁 시간에는 인근에서 놀러 온 청소년들이 저기서 다이빙을 하고 노는 모습을 실컷 봤고, 낮에는...


별생각 없이 걸어 나갔다가 아래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물고기가 그냥 보이잖아! 



물론 나는 구경에 넋을 놓았지만, 이 물고기들은 사람이 발을 담가도 신경 쓰지 않고 돌아다닌다. 그리고 이 동네 사람들은 선착장 주변에 그물을 쳐서 저 고기를 잡는다. 기둥 주변에 천천히 그물을 감는 어부를 보고 있노라니 드는 생각은... 저래도 되나?! 였지만. 


이 근처에는 리조트 호텔과 식당, 카페들이 좀 있다. 


 

낮에는 카페에서 음료수 한두 잔 주문해서 놀다가 바다에 들어가기도 하고, 저녁에는 모래사장에 램프를 켜주는 불안정한 테이블에 앉아, 어두워지는 바다를 보며 맥주를 마셨다. 




날이 좋은가 싶다가도 한 번씩 비가 쏟아지는 계절이라, 덕분에 이틀 저녁을 시도했는데도 석양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모처럼 롬복의 서해안으로 골랐는데! 


그 대신 구름 때문에 빛과 어둠이 오묘하게 섞여 유화 같은 바다를 실컷 봤다. 


정말로 보정을 하나도 안 하고 막 찍은 사진이 이렇다... 좀 더 날이 맑아서 석양이 제대로 떨어지면 




그러고 보면 롬복 숙소에 도착해서 꼬불꼬불한 골목길 안을 찾아들어 가느라 고생해야 했던 일, 근처에는 식당이 변변찮아서 물과 먹을 것을 사러 더위 속에 한참을 걸어야 했던 일, 그 안쪽에 살던 동네 주민들의 생활 모습, 선착장에서 한국에 오고 싶다고 말을 걸어 와서 한참을 대화했던 주민 등등의 기억은 모두 어렴풋해지고 롬복 하면 바다만 생각이 나는구나. 


며칠 있는 동안 해변에는 호텔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어떻게 변해 갈 지 모르겠다. 


- 2016.04.08-10 


정보> 승기기 해변은 배낭여행자용 숙소가 얼마 없다. 바닷가 호텔에 묵으며 조용히 지내기 더 좋은 곳일지도 모르겠다. 서핑과 다이빙을 즐기려면 롬복에서도 다른 해변을 찾는 게 낫다고 한다. 요새 젊은 층에게 뜨는 곳은 꾸따 Kuta 해변이라고. 하지만 시끌벅적하게 놀기엔 길리 뜨라왕안이, 이것저것 할 거리 많은 곳을 원한다면 발리가 나을 듯. 


정보> 롬복 섬에는 공항이 있다. 발리, 자카르타, 쿠알라룸푸르 등으로 운항하는 항공편 이용 가능. 아직까지 서울에서 롬복 직항은 없는 것으로 안다. 롬복이 목적지라면 발리 직항을 타고 갈아 타는 게 가장 빠르다. 서울에서 발리까지 7시간, 발리에서 롬복은 30분 정도.  


정보> 롬복에서 더 동쪽으로 가면 오스트레일리아 북쪽의 섬들이 나온다. 롬복의 여러 항구에서 섬들을 한 바퀴 도는 크루즈 투어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 섬들 중에는 코모도 드래곤이 서식하는 코모도 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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