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의 계단식 논
발리 여행 정보를 찾으면, 볼 만한 곳 중에 계단식 논(terraced rice fields)이 꼭 들어간다.
발리에서 잡을 수 있는 모든 일일 투어 프로그램에도 이런저런 사원 사이에 계단식 논이 들어간다. 뜨갈랄랑 같은 곳은 경치가 꽤 장관이니 관광지라고 해도 무방하기는 하다.
하지만 여기만이 아니다. 계단식 논만도 아니다. 발리의 모든 식당과 카페는 바다나 논이 전망에 들어가느냐 여부에 따라 가격대가 달라진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 우붓의 모든 식당과 카페 자리는 논이 보이는 자리와 보이지 않는 자리로 나뉜다.
(이를테면 이런 식으로 논이 보이는 카페 자리. 가격이 다른 건 아니지만 이런 자리를 차지하기가 어렵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풍경이긴 한데, 논 앞이니 당연히 모기가 습격해온다!)
한국어로 나온 여행 책자는 보지 않아서 모르겠으나, 영어권 사람들이 여기 논 구경을 좋아하는 건 확실하다.
그런 상황을 파악했을 때 내가 바로 한 생각은 이랬다.
글쎄, 논농사를 짓지 않는 나라 사람들이 신기해서 그런가? 그래 봐야 논이잖아.
하지만 어느 새벽에 우붓 중심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논으로 산책을 가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신기하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다.
꼭 신기한 것만이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가공하고 개발을 해야 관광지인 것도 아니지.
어쩌면 어디나 변함없는 일상의 풍경이 다른 누군가의 눈에는 아름다울 수 있는지 모른다. 모든 것을 관광화하고 상품화하자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직까지 관광과 여행을 생각할 때 일상적이고 추레한 것들은 모두 밀어버리고 새로 꾸며야 한다는 편견이 두드러지는 한국을 생각하면, 이거야말로 우리가 배워야 할 뭔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래 사진은 다른 날, 이번에는 저녁에 산책.
아, 물론 여행자의 눈으로 봤을 때나 관광 산업이라는 시각으로 봤을 때 그렇단 얘기고. 여기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있는 분들에게는 또 다를 수 있겠지. 발리는 섬 전체가 친환경을 표방하고 있으니(사진에서도 닭들이 친환경을 증명하고 있다), 아무리 날씨가 좋아 농사가 쉽게 된다고는 해도 일하기가 마냥 편하지는 않으리라.
- 고 생각만 해본다. 실은 아침저녁으로 산책하면서는 일하는 분들을 별로 못 봤다!
어쨌든 발리의 논은 아름답고, 해가 지면 불빛이 없으니 얼른 마을로 돌아가야 한다.
- 2016.03.26-4.5 발리 우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