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홀로 서는 나무일지도..
마스터(Master)
'부부는 마주보고 서있는 나무 같아야 하고 그 사이로 바람과 햇살이 자유롭게 지날 수 있어야 한다'.
18년전 어느 후배가 아내에게 결혼선물로 주었던 시의 내용이다. 인디언들의 시였다고 하는데.. 인생이란 마주 서있는 나무들처럼 각자 키워가야하는 것이고 그래야만 좋은 부부가 될 수 있다는.. 일종의 인디언판 부부 지침서였다.
영화 마스터는 인간의 홀로서기에 대한 이야기다. 불안과 부재는 절대적으로 의지할 대상을 갈구하게 만들지만 삶이란 결국 오롯히 혼자 살아내야하는 숙제임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2차세계대전 직후 미국이다. 전후 미국은 새로운 평화시대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동서냉전에 따른 이념적 극단화와 핵전쟁에 대한 공포가 공존하던 공간이다. 이 공간안에 두 명의 남자가 있다. 불안과 부재의 상징인 프레디 (호아킨 피닉스), 불협과 부조리의 상징인 렝카스터(필립 시어모어 호프만).
프레디는 해군 갑판사 출신으로 군에 있을 때나 제대후 사회에서도 늘 술에 취해있고 사람들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는 인물이다. 축처진 어깨, 굽은 등, 불안감과 공격성이 공존하는 눈빛은 마치 진화하지 못한 유인원을 연상시킬 정도다. 그의 원시성은 우연한 기회에 심리학자겸 신흥종교 지도자인 렝카스터를 만나면서 길들여지기 시작한다.
렝카스터는 신흥 사이비 종교 단체 '코즈'의 지도자다. 신도들에게 마스터로 불리는 그는 현재의 괴로움의 근원을 과거의 기억이나 전생에서 찾고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렝카스터는 피실험자로 프레디를 선택하고 프레디 역시 그 과정을 통해 과거를 극복하고자 한다. 프레디의 불안은 근본적으로 가족의 부재에서 출발한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죽음, 정신병원에 있는 어머니.. 그의 유일한 안식처였던 연인 도로시도 현재는 부재하다.
프레디는 자신의 내재된 상처와 그 근원을 이끌어낸 렝카스터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며 마스터로 인정한다.
하지만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렝카스터 역시 자신처럼 불완전한 존재임을 깨닫게되고 프레디는 절대자의 품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혼자서 자신의 삶을 마주보기로 한 것이다.
렝카스터 역시 그의 결정을 인정하면서 마지막 부탁을 한다. 만약 마스터를 섬기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되면 자신에게도 알려달라고...
사실 영화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법에서 친절하지 않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다양한 상징과 형이상학적 대화들을 통해 인물들의 생각을 유추할 뿐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질병처럼 겪고 있는 삶에 대한 불안과 그것의 해결책으로서의 절대자로의 귀의가 과연 옳은 삶의 방편인가를 묻고 있음은 확실하다.
어떤 삶의 방식이 옳은 것인가는 각자의 판단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인생이란 인디언 시의 지침처럼 결국엔 혼자서 풀어내야하는 고차방정식 같은거다.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결국 내가 풀어내야만 하는거다.
PS. 영화의 주제와 상관 없이 두 주연배우의 연기는 정말 최고였다. 더 이상 필립 시어모어 호프만의 연기를 볼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