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은 Oct 31. 2022

이재성에게 배운다

이태원 사고 피해자를 애도하며 

이재성과 10월 두 번째 칼럼을 준비했다. 주제는 바이에른 뮌헨. 마침 포칼 16강 상대도 바이에른으로 정해져서, 칼럼 전체를 바이에른으로 꾸미면 어떨까 싶었다. 선수가 말하는 세계적인 팀에 대한 이야기는 신선할 것 같았다. 이재성도 흔쾌히 이 주제를 선택했다. 주말에 그는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바이에른을 상대했다. 결과는 2-6 대패. 이재성은 경기장 위에서 보고 느낀 바이에른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고, 상세하게 서술했다. 이재성의 감상 덕분에 완성도 높은 칼럼이 꾸며지고 있었다. 


글이 마무리되고, 어떤 사진을 넣을까 얘기를 하던 중이었다. 이재성이 내게 조심스레 말했다. 


"그런데, 이번 이태원 사고요... 애도하는 글을 넣으면 어떨까요? 도무지 외면하기가 힘드네요." 


아. 


그의 말을 듣고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첫 번째로, 부끄러웠다. 나 역시 이 사건 내용을 접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주말 내내 뉴스를 읽고, 또 읽으며 속상해했고, 분노했고, 허망해했다. 그랬는데 왜 생각을 못 했을까. 이재성도 똑같이 그 기분을 느꼈으리란 것을. 조금 더 크게 애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있다는 것을. 두 번째로, 그가 얼마나 섬세하고 세심한 사람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칼럼을 통해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이재성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이 밀려왔다. 우리는 고민하고 또 고민해 칼럼의 마지막 부분에 애도글을 담았다. 




이재성은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괜찮을까요?" 


그의 고민을 이해한다. 사실 전혀 관련이 없는 내용의 칼럼이 아닌가. 그에 반해 너무나 비극적인 사고이고, 이재성은 말 한마디도 섵불리 뱉을 수 없는 공인의 위치에 있다.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운데, 더욱더 조심스러워야 하는 순간이다. 결국에는 결정했다. "그래도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이재성은 내게 고맙다고 했다. 아니, 오히려 내가 고맙다. 나도 그의 칼럼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애도의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그가 조심스레 물어보지 않았더라면 생각도 하지 못했을 거다. 이렇게 이재성에게 또 배웠다. 



이태원 사고로 안타깝게 돌아가신 피해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애도의 뜻을 전하며, 부상을 입은 분들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사진=마인츠05, 이재성 블로그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악플을 멈춰주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