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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빵 Aug 04. 2019

요즘 시들

일요일의 에세이클럽

'장정일, 기형도, 이정록, 이성복, 유하...'

서재의 시집을 보다 온통 70, 80년대 시인들의 작품으로 채워진 것에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배우고 읽어온 시가 선생님들 세대나 윗 세대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대의 시가 아니라 선생님들이 보고 이해한 시를 제자들에게 알려주신 것 아니었을까.

 최근 읽은 시집의 작가의 면면은 문태준, 심보선, 한강, 허수경 어쨌든 나보다 윗세대이시거나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다.


 시는 서정적인 것이나 일상 속의 작은 것에서 큰 감동을 주는 게 좋다. 전위적이거나 실험적인 시도 물론, 세계 문학과 세상을 위해 필요하지만 내 마음을 건드리지는 않는다.

 시만큼은 전작주의자나 작가주의가 되기 힘들다. 시집 한 권이 품고 있는 모든 시의 완성도가 균일하지 않고 시집마다 느낌이 다 다르다. 그래서 시 한 편, 시집 한 권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작가는 더 높은 시의 세계로 나아가는데 나란 독자는 초기작이나 시 한 편을 고이고이 갖고 있는 것이다. 내게 그런  작가가 있고 그 중 한 명이 문태준 시인이다.

 시라는 게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울 때가 있지만 내 삶에 녹아들 때 더한 감동을 주는 법이라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에 읽었던가, 한창 아프실 때 읽었던가. <가재미>라는 시를 떠올리면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하지만 최근 시집은 <가재미> 때와는 다르다. 작가도, 나도 늙었고 감정도 달라진 터라. 시어를 따라가는 맛이 서로 예전같지 않아졌다.

 고로 최근작보다 예전작, 예전작보다 데뷔작을 선호하게 되었고 시인들이 세상에 갓 내놓은 첫 시집을 읽으며 신선한 충격을 많이 받아왔다.

 엊그제 인스타그램을 보다 창비 신인문학상 시 당선자가 2000년생이라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리고 10대의 끝자락에 서 있는 청년의 시선이 궁금해졌다.

 

 최근 시집을 여러 권 읽고 있는데 88년생, 85년생 시인이다. 추천해준 자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두 권 다 첫 시집들. 물론 30대 초중반의 나이를 마냥 어리다고 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내가 읽어온 시인들과는 확실히 다른 세대다.

 세상이나 시대에 대한 아픔보다 시선이 밖에서 안으로, '나'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게 이전 세대와의 차이라면 차이겠고. 작가가 느끼는 고통이 개인적인 감정에 빗대어 서술되다보니 공감하며 같이 아프기는 어려웠다. 꼰대 같을 수 있지만 요즘 시가 언어를 갖고 노는 게 예전과 달라진 게 뭐지? 미친 게 아니라 미친척 하는 것 같은, 자연스러움보다 잘 가공된 것을 보는 느낌이 컸다. 싫다는 게 아니다. 그저 비평적인 관점에서 보는 게 버릇일 뿐.

 내가 배우지 않은 시, 처음 만나는 젊은 작가, 그야말로 요즘 시들을 읽어보려 한다. 시시한 세상 시집을 읽으며 시덥지 않게 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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