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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YSBE Nov 06. 2017

3-2. 모든 아이들이 리더로 성장해야 하나?

진로 교육에 대한 고찰 - 저는 커서 행복한 ‘저 자신’이 될래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바르게 살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고 하면서 그래야 이다음에 커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김연아나 박지성, 안철수같이 어느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들의 예를 보여주며 그들의 노력과 열정, 끈기를 배워야 한다고 말하죠. 그리고 어른들이 생각하는 현실적인 목표를 아이들에게 주입합니다. 의사나 변호사, 그도 안되면 교사나 공무원, 대기업 사원이 되라고 말이죠.

  이런 교육이 유치원이나 초등학생 때까지는 잘 먹힙니다. 아이들의 마음은 스펀지와도 같아서 부모나 선생님같이 가까운 어른들의 바람을 자신의 바람이라고 쉽게 믿게 되지요. 그리고 부모의 장래희망을 자신의 장래희망인 것처럼 말합니다. “저는 커서 의사가 되고 싶어요!”, “저는 커서 선생님이 될 거예요!”라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은 알아차리게 됩니다. 공상에서 깨어나면, 자신이 원했던 직업을 자신이 얻는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상당히 낮거나 딱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그렇다고 비어버린 ‘장래희망’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 떠오르지도 않습니다. 벽에 부딛친 아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되고싶은게 없어요." 그리고 점점 무기력한 아이로 변해 갑니다. 한창 하고싶은 것들이 많아야 할 나이에 하고싶은 것이 한 가지도 없다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제대로 된 진로 교육이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다양한 진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으며, 직업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으면 아직 구체적인 직업 설계에 대한 대답을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들이 말하는 ‘장래희망’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직업의 수는 만 가지가 넘는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장래희망’으로 적어내는 직업은 소수에 국한됩니다. 실제로 초등학생들의 담임을 하며 장래희망을 조사해 보면, ‘축구 선수’나 ‘연예인’처럼 자신이 좋아하고 동경하는 직업을 말하거나 ‘의사’나 ‘공무원’, ‘대기업 사원’처럼 어른들의 바람을 투영한 직업을 말하는 경우가 90%가 넘습니다. 어느 경우도 자기 자신과 해당 직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현실적인 진로 설계보다는 공상에 가깝습니다. TV나 인터넷에서 봤을때 멋있어 보였거나 어른들이 말해준 직업이 대부분이지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신이나 직업의 실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말하는 장래희망들이 평범한 듯 보여도, 실제로는 소수 엘리트층에 가깝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어린 아이들조차도 직업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리더로 성장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투영된 결과이지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리더’로 성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러한 편견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요? (리더의 의미를 ‘자기 자신의 리더’, ‘우리 가족의 리더’로 확대 해석한다면 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없을 것이며, 원치않는 직업을 얻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심각한 경우, 좌절감이나 패배감에서 오랜 기간 빠져나오지 못해 자신의 삶을 사랑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직업에 따라 차별을 하는 사회 풍토가 유지되는 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좋은 직업’이란 ‘돈’을 많이 벌거나, ‘명예’와 ‘안정된 삶’을 얻을 수 있는 직업이라고 말을 합니다. 조건적으로 따지면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직업을 얻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불행한 직업인이 많은 것입니다. 많은 부모들이나 교사들이 아이들의 진로 설계를 도와준다며 앞서 말한 ‘조건이 좋은 직업’을 추천하고, 그 직업을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러나 이는 ‘진로교육’을 빙자한 ‘강요’에 가깝습니다.

  ‘좋은 직업’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좋은 직업은 없습니다.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나 ‘안정된 직업’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직업이 반드시 모두에게 좋은 직업은 아닐 것입니다. 진로 교육에 대해 논의하기 앞서 ‘행복한 직업인’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행복한 직업인’이 되기 위해 충족해야 할 요건은 무엇무엇이 있을까요?

  첫째, 자신이 좋아하고 의미를 두는 분야의 일이어야 합니다. 최근 저는 목공예를 체험할 기회가 생겨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어떤 지인들은 묻더군요. “그냥 밖에서 파는 것을 사면 되는데, 힘들게 왜 하느냐”고 말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신은 발손이라 결과물이 좋지 않아 만들기를 하고나면 허무하고 재미도 없답니다. 같은 일도 누구에게는 기쁨을 주고, 누구에게는 시간낭비처럼 느껴집니다. 직업은 한 번 발을 들이면 수십년동안 그 분야의 일을 할 가능성이 높게 되는데, 시간낭비처럼 느껴지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면 얼마나 불행하겠습니까? 자신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해야 인생이 즐겁겠지요.

  둘째, 자신의 재능과 맞아야 합니다. 재미를 느끼는 일과 재능이 있는 일은 곂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재미를 느끼는 일이 여러 가지라면 자신이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직업의 세계는 냉정한 것이라서 ‘잘’ 하지 못하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직업에서의 실패는 생활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실패를 연속하게 되면 흥미도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재미는 느끼지만 잘 하는 일이 아니라면, 취미로 삼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셋째,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재미있고, 잘 하는 일이라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제가 알고 지내던 형사님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깡패와 경찰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말을 해보면 순박한 사람들도 많다.”라고요. 힘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조직적이라는 면에서 성향이 비슷한 점이 많다는 말이었습니다. 다만 진로 선택을 잘못 한 것이지요.

  넷째, 최소한 생계의 안정을 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아하고, 재능이 있고,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더라도 생계의 위협을 받으면 오래 할 수 없는 법입니다. 밥을 굶고, 가족들의 보금자리가 위협을 받으면, 사람은 못할 일이 없어집니다. 무엇보다 생계가 우선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 사회에서 주로 말하는 ‘좋은 직업’이란 네번째 조건인 생계의 안정만 생각하는 편협한 관점입니다. 물론 여기에도 이유는 있습니다. 한국 전쟁이후 우리 나라는 정말로 먹고사는 것이 힘들어서 직업을 얻을 때 적성 따위는 생각할 처지가 못되었습니다. 그리고 산업이 발전하고 조금 먹고 살만해 지는가 싶더니 경제 위기가 찾아와 다시 사람들의 마음을 움츠리게 했지요. 저는 우리 사회가 돈 많이 벌거나 안정적인 직업에 더욱 집착하게 된 계기가 IMF 외환 위기 이후, 평생 직장이 많이 사라지고 빈부격차가 심해진 탓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안전망이 위태로운 나라에서는 아이들에게 좋아하고 의미있는 일을 하라고 가르치기가 어려운 것이지요.

  그러나 아이들은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는 조금 용기를 내어, 그들이 자신이 좋아하고 재능있는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할 것입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좋은 직업’들은 현재 좋은 직업일지 모르나 아이들의 미래에서는 사라질 직업일지도 모르기에, 어른들이 생각하는만큼 돈을 많이 벌고 안정적인 직업일리도 없습니다. 게다가 왠만큼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하면 그 직업들은 얻기 어렵습니다. 많은 학생들이(이제는 사회인이 된 제 세대도 그렇습니다.) 어른들이 말하는 ‘좋은 직업’을 얻는 데에도 실패하고, 대학 졸업이 다가와서야 자신이 지원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적성과 상관없이 일단 취직을 하다보니 억지로 회사를 다니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보다 행복한 직업인이 될 수 있게 하려면 아이에게 맞는 현실적인 진로 교육이 필요 합니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진로 교육은 어떤 것일까요? ‘전 학창시절’을 거쳐 ‘자기 자신’에 대해 탐구하고, ‘직업의 실제’에 대해 이해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중요합니다. 사실 이것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대학을 가는 것이나 교과목에 대해 아는 것은 교육의 중요한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기 자신과 직업의 실제에 대해 아는 것이 진로교육의 핵심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누구나 공감하는 말일 것입니다. ‘어떻게’가 어려울 뿐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교육부에서도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고, 제도적인 개선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유학기제’ 도입은 그 고민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다음은 중학교 1학년에게 도입된 자유학기제에 대한 교육부의 소개입니다. 2017년 현재 중1을 대상으로 1학기 시행이 되었고, 2018년에는 지원하는 학교의 경우 1년으로 확대 시행할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제도의 도입되었다는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직업의 세계를 체험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제도 입니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가 효과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큰 틀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됩니다. 분명히 좋은 제도이고, 앞으로도 확대되고 발전되어야 할 제도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은 성공을 거두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로 ‘전 학창시절’을 거쳐 이루어져야 할 자기 탐색과 직업 탐색이 중학교 1년에 국한되어 실시되고 있다는 것을 들겠습니다.

  아직도 ‘대학입시’라는 큰 틀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초점은 대학입시에 맞추어져 있어 중학교 2학년부터는 5년간 입시를 향해 달리게 되는데, 중학교 1년 동안 한 여러 가지 체험은 그 큰 틀에서 참 생뚱맞아 보이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학력의 저하를 우려하는 학부모도 있습니다. 게다가초등학교 때도 선택형 진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앞으로도 받지 못할텐데 중간에 1년 선택형으로 진로 체험을 하는 것은 많은 학생들의 경우 ‘쉬어가는 기간’이나 ‘그저 즐거운 기간’으로 인식되기 딱 좋습니다.

  교육부가 어째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학년으로 설정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학년을 대상으로 설정하든 결과는 마찬가지 입니다. ‘1년 동안 자기 자신에 대해 완전히 파악하고, 모든 직업을 체험한 후, 진로를 설정한다.’는 발상은 매우 비현실적입니다. 대학생이나 어른들도 1년동안 그 일을 이루어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조금 개혁적인 발언을 하자면, 저는 자유학기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필요한 경우 일부 고등학생까지 허용해서) 비교적 긴 시간에 걸쳐 이루어져야 하며, 그 교육내용이 맛보기 식이 아닌 깊이를 담은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제도에 대한 고찰은 ‘교육과정에 대한 질문’을 담은 장에서 보다 상세하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학생들의 꿈은 ‘행복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좋은 직업을 얻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가치관을 버리도록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평범한 사람, 아니 우리가 생각하는 좋지 않은 직업을 얻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진로 가치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평범하지만 성숙한 시민이자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가치도 강조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커서 리더가 아닌 평범한 어른들이 될 테니까요. 소수의 리더나 부자를 부러워하며 살기엔 우리의 한 번 뿐인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남들에게 인정받는 돈을 많이 벌거나 안정적인 직업은 그 수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얻기 힘들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간다면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평범한 직장, 어쩌면 남들보다 돈을 적게 버는 직장이더라도 자신이 원하고 의미있는 일을 한다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불행한 직업인이 많은 이유는 단순히 돈을 적게 벌어서가 아닙니다. 학창시절 내내 자신의 적성이나 진로와는 무관한 엉뚱한 방향으로 노력하다 직업을 얻을 때가 되어 ‘어쩌다보니’ 그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나는 벗어나고 싶은 이 직업이 누군가에겐 기쁨이 될 수도 있었겠지요.

  직업의 종류는 너무나 다양합니다. 학생들이 학창시절 오랜 기간(10년 이상, 거의 전 학창시절)에 거쳐 자기 자신과 직업에 대해 고민하고, 실질적인 공부를 한다면, 모두가 사회적으로 성공할수는 없을지라도 대부분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곳에서 행복하게 일할 수는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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