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1
올해 너는 몇 살이 되었니?
나는 올해 33살이 되었어. 사실은 35살이 맞는데 나라에서 “만 나이 사용“을 공식화하는 바람에 33세가 돼버린 거야. 갑자기 2년은 번 것 같은 기분에 갑자기 행복해진 사람들이 많아. 사실 나도 그중에 한 명이고 말이야.
어렸을 때의 나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는 것이 너무 불안했어. 20대 초에는 꼭 연애를 하고, 해외여행을 가야 할 것 같았고, 20대 중반에는 취업에 꼭 성공하고 싶었고, 30이 넘으면 결혼을 할 때가 되는 줄 알았었거든. 지금 나이쯤 되면 정말로 멋있는 커리어우먼이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에 멋있는 스포츠카를 모는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왠지 35세라고 하면 그 정도의 성공은 이룬, 멋있는 여성이 되어있지 않을까 싶었거든. 그리고 나는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랐고.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이냐고? 먼저 내 20대는 내내, 불안했어. 어쩌면 20대 초반과 다르지 않은 불안함이 있었어. 남들보다 빨리 일을 시작했지만, 벌이는 남들만큼 되지 못했어. 이상은 저기 멀리 한강번에 있었는데, 내 현실은 서울 변두리 원룸에 있었어. 매일매일 야근을 하고, 남들보다 부지런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도 시간은 내 편이 아니었어.
그럴 때면 나는 늘 나랑 내 친구들을 비교했어. 먼저 대기업에 간 친구, 전문직 시험에 합격한 친구, 결혼한 친구, 아이를 낳은 친구, 집을 산 친구.. 나는 왠지 그 속도에 내가 맞추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어. 그 사람들 속도가 맞는 속도고, 내 속도가 느린 것처럼 보였거든. 인생의 퀘스트를 하나하나 빠르게 깨 나가는 친구와, 여전히 낮은 레벨에 있는 나. 왠지 그 친구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어.
그런데 말이야.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는 가끔 친구들보다 앞서있었어. 어떤 친구들보다 더 먼저 승진을 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내가 먼저 가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할 만큼 앞서있는 순간도 있었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할 때면, 나는 내가 좀 빨리 왔나? 조금 더 쉬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할 만큼, 나는 너무 급한 사람이 되어있더라고.
사실은, 누군가와 비교를 한다는 건, 특히 내 인생의 속도를 다른 누군가의 속도와 비교한다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이었던 거야. 나는 나로 태어났고, 내 인생의 속도는 내가 결정하는 거니까. 어떤 때의 나는 친구보다 너무 느릴 수 있지만, 그건 느린 게 아니야. 나는 내 나름대로의 정속 주행을 하고 있는 거지. 그러니 절대로, 불안해하거나, 내가 친구보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 너는 언젠가 친구를 추월하기도 하겠지만, 또 어떤 순간에는 다시 뒤에 있기도 할 거야. 근데, 니 인생이라는 도로에서의 너는 절대로 앞서가거나 뒤처지지 않을 거야.
내가 장담할게. 언제든 너만의 속도를 믿고, 절대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마. 너는 너만의 시간을 살 거고, 그 시간은 언제나, 네 편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