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습격사건> 1999년에 개봉된 영화이다. IMF의 후유증을 시원하게 날려준 영화로 기억한다. 유오성의 "나는 한 놈만 패!"도 너무 재밌는 캐릭터였다. 요즘은 이 영화를 다시 찍을 수는 없다. 주유소에 기름을 털러 가지 않을 바에야 습격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더 이상 총잡이 알바도 없고, 현금을 보관하는 사장도 없다. 어느 순간 거의 대부분의 주유소가 셀프로 바뀐 듯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뭐가 좋아지고 뭐가 나빠졌을지 분석하는 기사를 본 적은 없다. 아마도 요즘 청년들에게 이 영화는 무슨 조선시대 활극을 보는 느낌이 아닐까. 그냥 그렇게 변해버렸다. 그래도 이건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언젠가 커피숍을 갔는데 한동안 주문을 할 줄 몰라서 당황을 한 적이 있었다.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라는 데, 어떻게 쓰는 지를 몰라서 한동안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쳐다봤다. 식당을 갔을 때도 점점 자리에 키오스크가 달린 곳을 자주 본다. 아니 뭘 이렇게까지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건 꼭 사료 공장 같은 느낌이었다. 다음은 이 모든 게 로봇으로 대체될 것도 같았다. 이런 변화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질문은 별로 들리지 않는다. 싫으면 오지 말던가라는 오만이 사회 구석구석에 넘친다. 반면에 '오마카세'도 번성한다. 아마도 사료공장 같은 시대의 반작용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정점을 찍고 감소하기 시작했다. 고령화 속도는 가파르다. 개인의 관점에서 모두 벼랑 끝을 걷고 있다.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누칼협'의 시대가 지나고 나면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을까? 상상력을 크게 발휘하지 않더라도 그 시대는 로봇이 주는 음식을 받아먹는 층과 사람이 메뉴를 설명하는 휴먼인터페이스 식당으로 분화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물론 대다수는 로봇급식대를 선호하는 세상일 것이다. 인간도 적응의 동물이다.
가끔 주유소에서 주유원이 나와 기름을 넣어주는 곳을 만나면 화들짝 놀란다. 차 옆에 누가 서있는 게 이제는 너무 생소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주유소도 습격받을 일은 없다. 어차피 현금을 지불하는 사람도 이미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젊은 청년들이 주유하던 시절을 떠올려 본다. 한 때는 노년들의 일자리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시대도 있었음을 추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