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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Feb 01. 2024

들녘 레스토랑에서 보는 농촌의 미래

일본 가가와현 레스토랑 만자레

레스토랑 만자레 


다카마쓰의 근교인 기타군 미키조에 위치한 들녘 레스토랑입니다. 갓 환갑이 된 부부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레스토랑을 운영한 지는 이미 35년은 되었다고 하더군요. 베테랑이죠.


일본 농촌에서도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우리나라의 중국집보다 더 흔한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많이 만들어 먹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일본인들에게 양식은 특별한 날의 음식이라기보다는 엄마가 만들어 준 추억의 음식에 더 가깝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레스토랑은 논과 어우러져 자리를 잡고 있다.


부부가 처음에는 다카마쓰 시내 쇼핑몰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했는데, 가게를 옮기려고 할 때 이곳에 사는 직원이 권유를 해서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극적인 스토리를 기대했지만 시작은 덤덤했습니다. 그런데 솜씨 좋은 셰프와 주변 농가의 신선한 식재료, 농촌의 목가적인 풍경의 조합은 고객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했겠죠.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자 자연스럽게 주변 마을에서는 농산물을 팔기 시작했죠. 그렇게 형성된 게 파머스 마켓인 이도몰(ido mall)입니다. 


파머스 마켓인 이도몰


그 파머스 마켓에는 다른 식당도 들어섰는데, 주인장은 손님이 겹치지 않으니 그게 오히려 더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자기 식당은 조용한 식사를 원하는 고객이 중심인데, 애들과 같이 오는 손님은 그게 안되니 말이죠.  공간이 아주 작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되죠. 그런 손님들은 옆에 이도몰에 있는 식당을 추천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접근이 유효할 수 있을까? 


저는 당연히 잘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아니겠지만 여럿이 이미 근교에 많이 있죠. 그런데 농촌마을과의 공존 모델은 아직 잘 보지는 못한 듯합니다. 식당도 대개는 바비큐나 백숙, 대형 카페가 많은 듯하죠. 지역과는 별개의 느낌으로 존재합니다. 제가 느낀 건 뭐가 작동을 하려면 좋은 뜻으로 시작되기보다는 훌륭한 실력이 먼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공존모델의 성공사례가 별로 없는 게, 외국을 벤치마크하고 관 주도의 기획으로 사업을 진행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역개발을 하면서 식당도 넣고 농민시장도 넣지만, 그리고 실력을 배양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넣고 견학도 열심히 가죠. 외형은 완벽하게 카피를 할 수 있지만, 일의 순서가 그게 아닌 게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레스토랑 주인 부부와 그룹 리더인 채상헌 교수


우리나라 농업계, 다른 분야도 비슷하죠, 는 수많은 벤치마크를 다닙니다. 수많은 벤치마크 결과물들을 구석구석에서 볼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를 많이 가니 당연히 시드밸리, 푸드밸리, OO클러스터,.... 같은 게 많이 기획되고 만들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외형은 복제할 수 있지만, 개개 역량과 실력, 그리고 작동 원리까지 그냥 복제되는 건 아니라는 거죠. 덩그러니 생뚱맞은 걸 많이 봅니다.


저 역시 벤치마크 여행을 정말 많이 다녔습니다. 전 세계를 다녔죠. 정부 사업도 많이 기획을 해봤고요. 그럴수록 더 큰 벽이 느껴집니다. 훈수만 둘게 아니고 선수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요.


논에 붙어 있는 레스토랑과 파머스마켓 주변에 마을이 있다.


음식은 아주 훌륭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갈 만큼 훌륭했습니다. 그렇지만 음식평론은 문정훈 교수님 영역이니 패스하고, 서빙도 훌륭했습니다. 그 외 우리를 위해 한글 메뉴판도 만들었더군요. 디테일에 또 놀랐습니다. 농촌의 품격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수수해서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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