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펄스(Pulses)의 날!
펄스(pulses), 콩과 식물의 말린 씨앗을 말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백 가지의 다양한 종류의 펄스류가 재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단어로 번역을 할지 알지는 못합니다. 저도 참~ 무식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 데 작물을 볼 때 그런 느낌이 자주 듭니다. 다른 분야야 몰라도 그러려니 하는데 농업분야에서 이런 기초적인 것까지 모른다는 게 거시기하긴 하죠.
엄밀히 말하면 펄스(pulses)는 콩류(legumes) 중에서 대두, 땅콩, 신선채소로 먹는 콩류(fresh peas & fresh beans)를 제외한 걸 의미합니다. 여기에서는 우리말 단어의 한계 때문에 콩과 펄스를 번갈아 쓰겠지만 일반적인 명사로는 콩, 펄스에는 펄스로 사용을 하겠습니다. 이걸 옮기는 게 정말 어려운데 이게 나라마다 다 다르게 받아들일 것 같기는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콩하면 대두를 의미하고, 동남아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펄스를 의미하고 '대두는 뭐야?' 랄 수 있겠죠. 대두의 원산지가 만주와 한반도라서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콩류를 먹습니다. 사실 요즘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죠. 된장과 두부를 많이 먹으니 그렇다고 막연히 이해하고 있을 뿐이죠. 메주나 두부를 만들 때는 대두(Soy Beans)가 사용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콩의 거의 전부랄 수 있습니다. 요즘은 시장에 가도 여러 종류의 콩을 본다는 게 무척 어렵습니다. 조, 수수 등 다른 곡물은 더러 보기도 하지만 콩류는 점점 더 먹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집 애들도 가르쳐준 적은 없지만 콩을 걸러내는 데 탁월한 재주를 가졌구나 싶기도 합니다. 애들이 잘 안 먹으니 자연스럽게 식탁에서 사라져 가겠죠.
예전에는 단팥빵에 들어 있는 팥, 전을 부쳐먹는 녹두정도는 재배를 했었는데 요즘은 대체로 수입에 의존합니다. 손이 많이 가고 돈이 안되니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콩을 먹지 않는 시대로 가버린 듯합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뭘 제대로 못해서 그런 것이죠. 제가 외국에 머물 때 먹은 요리 중 뭐가 가장 인상적이었나 하면, 단연 펄스로 만든 인도/파키스탄 요리였습니다. 우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어찌 보면 된장이 너무 위대해서 우리가 다른 콩의 세계를 모르고 있구나, 싶은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콩을 먹지 않는 애들이 문제가 아니라 그걸 제대로 먹지 못하는 우리의 한계가 아닐까, 그런 책임감도 통감하죠.
제가 콩 이야기를 하는 게 이게 그냥 식성이나 선호의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엔은 2월 10일을 “World Pulses Day”로 지정했습니다(세 번째 그림). 우리 인류가 최소한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는 작물이라서 그랬겠죠. 왜 ”세계 콩(legumes)의 날”이 아니라 펄스의 날인지 이해가 가시나요? 땅콩과 대두는 이미 기업적인 재배가 이루어지는 작물이라 따로 무슨 날을 지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펄스는 개도국 사람들에게 특히 중요한 작물이라서 그렇겠죠.
펄스는 지방은 적고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많은 거의 유일한 채소류 식재료입니다. 우리는 콩 하면 대두를 떠올리니, 기름이 많은 걸 콩으로 생각하겠지만, 이건 대두가 특이한, 특별한 작물인 것이고, 대두와 땅콩을 제외한 대부분은 콩류는 낮은 지방, 높은 단백질 함량을 가진 작물입니다. 영국심장재단(British Hear Foundation)에서는 우리가 먹는 육류의 일부를 펄스 식품으로 바꾸면 심장병과 제2종당뇨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말합니다. 펄스가 가진 단백질과 식이섬유의 조합은 소화를 늦추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다이어트에도 좋습니다(4).
이뿐만 아닙니다. 콩과작물은 재배하기가 쉽고 비료를 작게 사용해도 잘 자랍니다. 뿌리의 근권균과 공생을 통해서 질소를 고정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콩이라는 작물의 중요성은 사이짓기와 돌려짓기, 산림농업 등 다양한 작부체계와 연계할 수 있어서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역할도 합니다. 한마디로 기후변화에 적응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작물이라는 뜻이죠.
펄스는 식량안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세계인들이 모두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고기를 먹고살 수는 없습니다. 그랬다가는 지구가 둘이라도 모자랄 것입니다. 인구가 증가하는 대부분의 개도국에서는 필요한 단백질의 대부분은 펄스에서 충당을 해야 합니다. 다행히도 펄스에는 밀과 쌀과 같은 곡물에서는 부족한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 등이 풍부합니다. 그래서 “숨겨진 기아(hidden hunger)”라고 불리는 미량영양소 부족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대안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인터넷에서 pulse recipe라고 검색을 해보시면 얼마나 다양하고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있는 지를 알게 됩니다. 그중에는 제가 먹어봤던 게 상당히 많습니다. 틈만 나면 펄스로 만든 음식을 찾아다녔었거던요. 아마도 우리나라에 동남아나 인도지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펄스 요리도 늘어나겠죠. 첨부한 펄스요리로 가장 유명한 펄스 요리 중 하나인 Besan gatta 카레입니다. 밥과 함께 먹어도 좋고 로티와 함께 먹으면 더 좋죠.
(1) What is a Pulse?
(2) 10 Countries With Highest Pulses Production In The World
(4) Pulses: what they are and why they're good for you
(5) What are Puls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