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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수수하지 않은 수수

고량주에서 수수팥떡까지

by 에코타운

이다. 우리에겐 어떤게 있을까?

수수(Sorghum), 벼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작물로 옥수수, 밀, 쌀, 보리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중요한 곡물이다. 고온 건조한 기후에 매우 강해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의 건조 지역에서 식량 안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작물이다.


C4 작물로, 광합성 효율이 높아 단위 면적당 생산성이 높고, 뿌리가 깊게 발달하여 수분 흡수 능력이 뛰어나 가뭄에 잘 견딘다. 나이지리아, 인도, 미국, 멕시코, 중국, 수단 등 전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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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는 전분함량이 높고 특유의 향을 가지고 있어서 술을 만드는 데 적합한 원료이다. 중국의 백주는 수수가 주원료인데, 수수의 단단한 껍질이 발효 과정에서 미생물의 서식처 역할을 해서 복합적인 향과 맛을 만들어 낸다. 마오타이, 우량예, 금문고량주가 이 수수로 만들어진다. 향긋한 과일향(에스테르)이 나는 게 특징이다.


이 고량주를 만들 때는 전분이 100% 아밀로펙틴으로 구성된 찰수수가 주로 사용된다. 찰수수는 껍질(과피)이 두껍고 타닌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 타닌은 발효, 증류, 숙성 과정을 거치면서 폴리페놀 화합물로 변해 독특하고 복합적인 향 - 장향, 농향, 청향, 미향 - 을 형성한다.


고급백주는 수수를 여러 번(8-9회) 반복해서 찌고 발효시키는 공정을 거친다. 이때 껍질이 두껍고 단단한 품종이라야 으스러지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면서 긴 발효과정을 견딜 수 있다. 엄청난 노동력이 들어가니, 중국정도나 가능하다. 반면 식용 맵수수는 쉽게 부서져서 이런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수수의 생산성은 헥타르(ha) 당 1.5톤 정도로 낮다. 이건 이 작물이 전통적으로 건조 지역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는 품종을 개량해서 5~6톤 정도가 생산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9톤에 이르기도 한다. 즉, 작물의 문제라기보다는 기후와 토양, 그리고 종자의 문제이다. 한국에서는 소규모 식용 잡곡으로 재배되는데, 수량은 2톤 이하로 낮다. 그래서 중국산에 비해 가격이 10배는 차이가 난다고...., 이외에도 수수는 연작장해가 심한 작물이다. 돌려짓기가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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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수수대를 빗자루로 많이 사용했다. 플라스틱 빗자루가 나오면서 자취를 감추었다. 수수빗자루로 아궁이 주변을 쓰는 소리와 느낌이 참 좋았다. 플라스틱 빗자루는 결코 그 손맛을 주지는 못한다. 가장 아쉬워하는 것 중 하나이다.


많은 분들은 아마도 영화 <붉은 수수밭(红高粱)>을 떠올리지도 모르겠다. 여기에서 수수는 생명력, 사랑, 술(희로애락), 그리고 피(저항)라는 인간 역사의 가장 원초적인 요소들을 모두 품고 있는, 작품의 심장과도 같은 존재이다. 우리에겐 어떤게 있을까?


영양학적으로는 탄수화물이 주를 이루지만 단백질, 미네랄, 특히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우리는 주로 잡곡이나 수수팥떡 정도로 먹기는 하지만 대중적이지는 않다. 예전에는 밭의 일부나 둘레를 따라 수수를 심었지만 요즘은 보기가 어럽다. 길을 지나가다 보여서 반가운 마음에 사진에 담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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