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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보현 Jul 10. 2022

체험농장, 체험 프로그램 기획(1)

자립형 농촌체험 프로그램 개발 가이드 4.

사자성어 중 교자채신(敎子採薪)이라는 말이 있다. 뜻은 ‘자식에게 땔나무를 해 오는 방법을 가르치라!’로 탈무드의 '물고기를 잡아주면 단 한 끼를 먹을 것이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준다면 평생을 먹을 것이다.'라는 말과 똑같은 의미라 보면 된다.


어느 날 몸이 불편한 아버지가 아들을 불러 물었다.      

“땔나무가 부족한데 내가 지금 몸이 불편해 나무를 하기 힘드니 아들아, 나무 좀 해 오겠니?”      


아들은 당연히 해오겠다고 대답했다. 아버지가 다시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아! 가까운 뒷산과 멀리 있는 큰 산 중 어느 산으로 갈 생각이니?”       

             

그러자 아들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뒷산이 집에서 가까우니 저는 뒷산으로 갈 생각입니다.”       

             

아들의 대답에 아버지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큰 산은 날씨가 나쁘면 쉽게 갈 수 없으니 오늘처럼 날씨가 좋은 날에는 큰 산에서 나무를 하는 것이 낫지 않겠니?”     


아버지의 말에 깨달음을 얻은 아들이 지게를 매며 말했다.     

“아버지, 말씀을 들어보니 왜 큰 산부터 가는 것이 좋은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멀리 내다 보라는 말씀이지요. 그럼 큰 산에 다녀오겠습니다.”         

           

교자채신과 탈무드의 물고기 잡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뜬금없이 꺼낸 이유는 집에서 먼 산으로 보내는 아버지의 마음과 지금 이 글을 쓰는 나의 마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지혜를 가르칠 것인지 당장 편한 방법을 알려줄 것인가에서 지혜를 가르쳐 준 아버지의 심정처럼 나 또한 농촌 체험을 진행하는 모든 분에게 지혜를 알려주고자 한다.                    


단순히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 즉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다.   

                 

3편에서 체험농장의 시그니처 체험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이번 4편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체험 프로그램, 관광상품을 어떤 방식을 만들면 좋은지 이야기를 이어갈까 한다. 

                    

01. 경주, 한라봉     

예전 강의를 듣는 분 중 재미있는 농장이 하나 있었다. 그곳은 경주에서 한라봉을 재배하는 농장이었다. 한라봉이라면 당연히 제주도에서 재배가 된다고 누구나 생각한다. 그런데 이 한라봉이 경주에서 재배된다는 사실은 너무나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경주에서 재배되는 한라봉은 신라봉이라는 이름으로 재배가 되고 있었다. 이 농장을 운영하는 분은 신라봉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을 고민하고 있었다. 신라봉이라는 너무나 훌륭한 아이템이 있지만 이 아이템을 활용하는 방법을 못 찾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경주 신라봉(한라봉) 농장의 경우 그 어떤 농촌 체험보다 훌륭한 관광 자원이 있다. 단순 관람과 신라봉 수확만 해도 관광객을 모을 수 있는 재미있는 장소라는 것이다. 또한 경주라는 지리적 이점도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좋다. 이미 관광지로 유명하고 많은 관광객이 몰려오고 있는 곳이다.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오는 곳에 훌륭한 아이템까지, 정말 성공할 수밖에 없는 모든 조건을 가지고 있다.     


경주의 신라봉 농장은 앞서 3편에서 이야기한 주제, 지역성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 연령별 구체적인 프로그램 개발만 하면 그 어떤 곳과 비교해도 최상의 체험농장, 관광농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제(테마) : 신라봉(한라봉)     

-지역성 : 경주시  

                  

그리고 이 신라봉 농장은 단순 체험농장이 아니라 하나의 테마파크 형태로 구성할 수 있다. 경주에서 만나는 제주 감성의 농장으로 테마를 정하고 기획한다면 다양한 포토존과 명확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게 된다.     


경주는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며 많은 관광지, 유적지가 있지만 여러 번 경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신선함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경주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유적지는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다. 이런 경주에 신라봉 농장은 신선한 재미를 안겨주는 이색적인 공간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처음부터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구상할 필요가 없다. 신라봉 나무 아래 테이블을 설치하고 신라봉 음료와 신라봉 잼으로 만든 샌드위치만 먹어도 특이한 경험이 된다. 여기에 제주도 느낌의 돌하르방과 돌담 등을 설치하고 사진을 찍을 때 사용할 귤 모자와 머리띠를 준비해 자유롭게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굳이 신라봉 농장에서 어떤 만들기나 수확 체험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경주에서 한라봉을 보는 것만으로 분명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신라봉을 활용한 음료를 체험, 판매하는 카페를 운영하고 신라봉을 캐릭터로 만들어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고 신라봉으로 만든 가공식품(잼, 청등)을 판매한다면 최상의 공간이 만들어지게 된다.        

       

신라봉 카페에서는 신라봉 청 만드는 체험을 진행하고 이 신라봉 청으로 에이드를 만드는 체험과 신라봉으로 잼을 만드는 체험, 이 잼으로 샌드위치 등을 만드는 체험을 진행한다면 분명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곳이 될 것이다.     

          

02. 제2의 경주 한라봉     

경주의 신라봉 농장처럼 전국에는 좋은 관광 자원이 있으나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곳이 분명 많을 것이다. 이는 스스로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 관광상품으로 얼마나 좋은 소재인지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를 알려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한라봉을 사과로 바꾸어 접목해도 괜찮은 체험농장이 나올 수 있다. 사과나무 아래 예쁜 테이블이 있고 사과를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를 먹고 사과로 캐릭터를 만들어 굿즈를 팔고 사과를 활용한 잼, 음료 등등 만들기 체험하고 여기에 추가로 사과나무 아래서 캠핑까지 한다고 상상해보자. 이렇게 하나의 체험농장 프로그램이 완성되는 것이다.           

    

체험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너무 거창하고 어렵게 생각하면 그 어떤 프로그램도 나오지 않는다. 관광상품은 단순해야 한다. 그 어떤 부연 설명도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소비자가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는 1편 브랜딩 편에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소비자가 쉽게 접근하고 빠르게 이해하고 구매하고 싶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너무나 재미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면 일단 머릿속의 잡다한 생각을 비우고 천천히 농장을 살펴보라. 내가 운영하는 농장의 대표 농산물이 무엇이며 어떤 시설을 가졌는지 자원부터 작성해보기 바란다.                

-관광 자원 : 사과, 비닐하우스, 실내 체험장, 농기계 창고...   

            

이렇게 적다 보면 꽤 많은 자원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다음 3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자원을 활용하여 주제(테마), 지역성, 연령을 접목하여 프로그램을 만들면 된다.    

           

솔직히 경주의 신라봉 농장처럼 독특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기는 힘들다. 대부분 체험농장을 준비하는 분들은 평범한 농작물을 활용하여 농장을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일반적인 것을 독특한 상품으로 만드는 것은 그곳을 운영하는 사람의 깨어있는 사고와 의지다.     

           

마지막으로 위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며 마무리해보겠다.     

-당장 체험농장의 관광 자원을 찾아보라.     

-체험농장 관광 자원을 활용하여 주제(테마)를 선정하라.     

-지역성을 살려 다른 지역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관광상품을 기획하라.     

-연령을 세분화하여 전문적이며 재미있는 체험을 만들어라.     

-모든 체험 프로그램은 최대한 쉽고 단순하게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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