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이 되는 시간
김소연 여행산문집 '그 좋았던 시간에'
대학 시절, 임용고사를 준비하느라 노량진 고시원에서 머물던 때가 있었다.
나를 아는 사람이 없고
내가 신경써야 하는 사람이 없는 도시...
나는 화장도 하지 않았고,
옷입는 것도 신경쓰지 않았고,
하품을 할 때에도 손으로 입을 가리지 않았으며,
아무렇게나 걸어다니는 자유를 느꼈다.
그것은 어쩌면 몇백명이 넘는 수강생이 있는 학원에서의 숨막히는 압박감과
의자를 책상 위로 올려야만 잘 수 있는 고시원에서의 불편함에 대한 나만의 작은 보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자유를 평상시에 누리기는 힘들다.
나이가 들수록 화장으로 가려야할 잡티가 늘었고,
품위 유지를 위해 옷도 신경써서 갖추어 입어야 하고,
말도 행동도 더 조심해야 하며,
타인의 시선과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일까?
힐링과 삶의 일탈을 위한 '여행'이 필요한 때이다.
여행은 이 글의 제목처럼 '낯선 사람이 되는 시간'이다.
평소의 내가 아닌,
'공적인 나'를 내려놓아도 되는
자유로움이 허락되는 시간.
코로나19로 여행이 불가능해진 요즘,
눈으로나마 힐링할 겸,
여행의 추억이라도 느낄 겸,
김소연의 여행산문집 [그 좋았던 시간에]를 읽었다.
목적지보다는
목적지에 가다가 만난
시골 마을이 더 좋았다.
(중략)
목적보다는
목적한 적 없는 것들이
언제나 좋았다.-120쪽
책을 읽고나니 더욱더
여행이...가고 싶다.
어디론가 훌쩍 자유롭게 떠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