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말하다
‘디그니타스’를 알고 있는가?
스위스에 있는 안락사 기구 디그니타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포괄적으로 모든 의미에서 ‘죽음’을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수도 있고, 전혀 모를 수도 있을것이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도 당연히 있을것이다.
디그니타스는 나의 소설집 클로르프로마진에도 짧게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죽음은 탄생과 동시에 시작되는, 삶에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음에도 우리 사회에서 터부시하고, 부정적인 측면으로만 읽히는것이 안타까웠다.
조력 자살을 돕는 디그니타스 단어 자체만 보면 무시무시하지만 존엄하게 살기-존엄하게 죽기를 돕기 위해 설립된 단체로 근본적으로 위험하고 고독한 자살 시도를 줄이기 위함이라고 설립자는 말한다. 디그니타스는 고독한 자살의 경우 자살 전의 시도만 10~20번 많게는 50번까지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의 국가다.
효를 중요시 하는 우리 나라의 풍습 상 부모 앞에서 죽음을 말하는것 조차 불효라는 인식이 지배적이고, 부모는 자식에게 죽음을 이야기 하는것이 지위와 품위를 떨어트린다 믿고 있는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조부모의 죽음을 지켜본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두 분다 시기는 다르지만 병으로 돌아가셨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병원에 다니셨다. 할아버지는 병원에 오래 계시다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이 되어 집에 돌아오셔 가족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시다가 돌아가셨고, 할머니는 점점 몸이 안 좋아지셔서 응급실에 계시다가 삭막한 병원 분위기를 못 견뎌 하셔서 퇴원을 하겠다 하니 사망해도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적고 나서야 퇴원을 할 수 있었다. 그 후로 잘 지내시다가 결국 병원에서 돌아가셨지만...
사망을 해도 책임지지 않는 조건의 퇴원 각서를 눈 앞에서 본다면 순간 머리가 새하얘질것이다.
분명 퇴원을 하고 싶다는 당사자의 의사는 명확하지만, 그 각서에 서명을 해야하는 보호자는 형언할 수 없는 공포감이 몰려올것이다. 당장 ‘사망’이라는 단어 만으로도 1차 충격이 올것이고, 그 책임은 온전히 자신에게 있다는 말에 2차 충격이 가중된다. 각서에 서명을 하는 행위는 환자의 사망에 동의하겠다는것과 동일한 중압감으로 다가오고 정말로 병원을 나서자마자 사망하시면 어쩌지 라는 불안감에 벌써부터 죄책감이 들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죽음을 말하는 것을 굉장히 자연스러운 행위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언젠가 맞이해야하는 마지막 순간을 준비할 필요가 있고, 때가 되면 원하는 방식을 취하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살면서 자의든 타의든 죽음을 접한다. 누군가의 부고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다녀오며 나와 나의 주변인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순서다. 모든 사람은 각자 기간을 알 수 없는 수명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삶을 살아가며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중대한 질문이 내려진다. 나는 ‘어떻게 죽을것인가’도 그에 버금가게 중대한 질문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의 마지막이 언제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디그니타스의 설립 이유와 같이 무의미한 죽음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본인의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나의 주변인이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하고 발생할 의견차이를 위해 서로와 나눌 필요가 있다. 방지와 해결은 결국 대화로 시작이 된다.
디그니타스에 안락사를 신청한 한국인은 지금까지 18명으로 밝혀졌고, 원칙에 따라 신상은 공개되지 않는다. 또한 디그니타스의 설립자는 한국에도 조력 자살이 허용돼야 하냐는 질문에 ‘그렇다. 한국인이 더 이상 조력 자살을 위해 디그니타스에 전화하거나 오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답했다. 나는 조력 자살을 허용한다는건 무의미한 자살을 방지하는것에도 동의한다는 의견도 함께 따라온다고 믿는다. 물론 그것들을 허용하기 위해서 뒷받침 되어야 하는 많은 체계들에는 국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당신의 대답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한국에도 조력 자살이 허용돼야 합니까?
서울신문에서 한 디그니타스 대면 인터뷰 영상을 링크로 걸어놓는다.
https://youtu.be/MN03vJcO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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