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눌리는 심장과 터져나오는 울음
가벼운 마음으로 웃다가 점차 웃을 수 없고, 심장이 짓눌려서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2019, 봉준호 감독의 영화이고 칸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나는 봉준호 감독의 골수팬은 아니지만 ‘봉준호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영화 자체에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의 신뢰를 가지고 있고, 예고편을 굳이 찾아보진 않지만 SNS광고를 통해 의도치 않게 보게 되었다. 대부분 그냥 넘기지만 내용 자체가 관심사이기도 하고 짧은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뒤를 이어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7분 동안 기립박수를 받았단다. 연일 찬사가 끊이지 않는데 기대가 증폭되기 보단 흥미가 떨어질것 같은 마음이 들어 서둘러 영화를 보게 되었다. 큰 틀로 보자면 주제는 빈부격차이지만, 결국은 태도와 인식을 말한다.
아직 더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는 마음으로 스포 없이 조심히 감상을 전하고자 한다. 어떤 말보다 직접 보고 느끼는것 만큼 전달력이 최대치로 닿지는 않을거라 느낄 만큼 상당히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영화는 블랙코미디를 보는듯한 개그코드를 짧은 간격으로 배치해 놨다. 그래서 나는 감독의 의도대로 바보처럼 웃었다. 그리고 영화가 본격적으로 진행이 되며 ‘네가 지금 웃을때가 아닐텐데?’ 라고 말하는 듯한 서늘함에 표면적인 웃긴 장면에도 웃음은 멈춘다. 장르는 블랙코미디에서 스릴러로 변한다. 심장이 쫄려서 긴장을 늦출 수 없었고, 곧이어 허탈한 괴리감에 휩싸인다. (사실 이때부터 울기 시작했다.)
영화는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선을 넘을락 말락 하며 계속해서 자극한다. 그리고 영화 속 대상에게 이입이 끝났을때 다시 한 번 확인 사살 하며 공포스러운 현실로 돌려놓는다. 그 현실로 돌아온 나는 무력하게 울음을 터트릴수밖에 없었다.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말하듯 ‘기생충’의 제목과 모든 장면은 빠짐없이 상징적이다. 생과 사를 결정짓는 권한도 ‘부’에서 결정되는거라 말해주는듯 하다. 영화에서 일어나는 비극을 합리적으로 생각하게끔 반복적으로 건들이지만 사실 그 비극의 진짜 의도는 영화를 함께 한 관객들에게 보상 심리 차원에서 질러준것은 아닐까 생각도 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격차는 해결이 불가능한 구조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그 해결의 근본적인 시작은 자금에서 오는것이 아니라 우리의 태도와 인식에서 오는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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