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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투어 Jul 24. 2016

Ciao, Italia(4)-Milano

요리의 재미는 내가 아닌 남이 배부르게 먹는 모습에서 찾는다

요리는 배고픈 내 배를 채우기 위해서 하기보다는 남에게 해주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하는 일인듯하다. 

결혼 전 혼자 살 때는 배가 고프면 간단히 사 먹거나, 집에서 보내주신 반찬으로 대충 해결하곤 했는데, 결혼하고 함께 먹을 사람이 생기다 보니, 칼질하는 게 재밌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어떤 걸 해볼까 하고 고민하게 된다. 나름 정성 들여 완성한 음식을 대접하고, 상대방이 배부르게 먹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기 위해 요리를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주말이 되면 장 보러 가는 게 가장 큰 일상의 이벤트가 되어버렸고, 계절마다 다른 제철 채소를 이용해 새로운 반찬과 요리를 해보게 된다. 

물론, 결혼초에 하던 것보다는 Y가 칼질을 하는 날이 더욱 많아지곤 하지만..


이러한 생활 속에 어디 놀러 가게 되면 어김없이 그 동네 대형마트를 둘러보게 된다. 특히나 외국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더욱더 마트를 찾아가는데, 외국의 마트에는 어떤 야채와 과일이 있는지, 어떤 향신료와 요리 재료가 사용되는지, 우리에게는 여느 관광지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는 공간이 각 나라의 대형마트이다. 


우리나라 판교에 새로 생긴 백화점에도 입점해있는 Eataly.

처음 판교에서 이 매장을 보고는 이름 참 잘 지었다 하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탈리아에서 넘어온 브랜드인 줄은 여행 계획을 세우며 처음 알았다. 게 중에 밀라노와 로마에 있는 매장이 제법 크다고 해서 구경과 함께 이탈리아산 요리 재료를 마음껏 사 와야지 하고 Y와 계획을 세웠다. 밀라노 지도에 매장 위치를 표시하고, 몇 번 트램을 타고 가야 하는지도 자세히 적어놓고 찾아간 Eataly.


판교에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매장 크기에 층마다 둘러보는데도 꽤나 힘들다.

1층에 과일과 채소, 각종 오일과 향신료부터 2층, 3층 올라가면서 생선, 고기, 술까지 종류별로 없는 게 없다. 누구는 저가의 제품들 위주로 판다고 별로라고 하던데, 깔끔한 매장에 진열된 처음 보는 각종 요리 재료를 보면서 그런 게 무슨 대수랴. 모든 종류를 다 사다가 한 번씩 요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구석구석 마련된 시식코너를 지나가면서 하나씩 맛보는데 모차렐라 치즈부터 요거트, 아이스크림까지 모두 다 맛있다. 물론 술을 안 좋아하다 보니 잔뜩 기대한 레몬칠로는 레몬맛이 많이 나지 않아 실망하긴 했다. 

이탈리아 도착한 지 이제 이틀째인지라, 이것저것 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리스트에 찜해놓기만 한다. 찜해놓은 요리 재료는 여행의 마지막 로마에 가서 맘껏 사야지.


푸짐하게 둘러본 각종 이탈리아 음식재료를 뒤로하고, 저녁을 먹으러 간다. 

해산물 파스타가 유명하다는 가게를 한국에서부터 찾아와 밀라노 중앙역 넘어서까지 갔는데, 예약을 하지 않아 자리가 없단다. 식당에 도착할 즈음부터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와 내심 기대를 했는데, 토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식당 안이 가득 차있다. 

낮에 두오모를 구경하고 먹은 피자와 판제로티가 아직 뱃속에서 소화가 덜 된 듯 느껴지기도 하고, 마냥 기다리고 있기에는 아직 시차 적응도 덜되어 피곤하기도 해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선택한 메뉴는 슈퍼마켓에 파는 초밥세트와 라자냐. 


두툼하지만 부드러운 도우와 어마어마한 크기의 피자. 줄서서먹는 유명한 피자답다.


비닐봉지에 초밥과 라자냐를 넣어 덜렁덜렁 들고 호텔로 돌아오는 모습이 웃긴다. 맛있고 멋진 레스토랑에서 여러 이탈리아 음식을 먹어보겠다고 여러 음식점 이름도 적어오고, 낮에는 수많은 이탈리아 요리 재료도 보고 왔는데, 이탈리아에서 첫 저녁식사는 슈퍼마켓에 파는 음식이다. 

여행하는 동안 요리를 한 번이나 할까 모르겠지만, 그럴싸한 레스토랑에서라도 맛있는 것 함께 많이 먹고 오려고 했는데 제대로 된 첫끼니부터가 어설퍼서 Y에게 미안하다. 다음 여행지에서는 계획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미처 예약을 하지 않아 내심 불안하다.


슈퍼마켓에서 산 초밥과 가지 라자냐, 붉은 오렌지 주스로 저녁을 해결하며 밀라노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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