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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투어 Jul 29. 2016

Ciao, Italia(5)-Venezia

바다 위 기찻길을 건너, 베네치아

이탈리아 오기 3개월 전부터 이탈리아 내의 기차표를 예매하기 시작했다. 빨리 예매할수록 할인이 많이 되고, 혹시나 원하는 시간의 표가 없을까 봐 틈날 때마다 Trenitlia와 Italo 홈페이지를 접속하며 예매를 시작했다. 도시별로 구경할 것들과 다음 도시로 이동하는 시간, 중간의 식사는 또 어떻게 할까도 생각하며 가장 싼 표를 구매한답시고 환불도 안 되는 표를 구입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큰 탈 없이 알맞게 잘 여행했다.

여럿 이탈리아 기차 홈페이지에 오류도 나고, 속 썩이는 일도 왕왕 있다고 하던데, 4번의 기차를 이용하는 동안 연착 한번 없이 잘 돌아다녔다.


첫 기차 여행 코스는 밀라노에서 베네치아로 가는 Trenitalia 기차 편이다.

밀라노 도착한 첫날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어두운 밤거리를 숙소를 찾아 헤매느라 땀 좀 흘렸는데, 아침 일찍 역으로 가는 길은 시원하고, 거리도 얼마 되지 않는다.

기차역에 도착해 남는 시간 동안 카푸치노를 한잔 사 먹는데, 우리나라에 비해 양도 적고 더군다나 숟가락을 하나 꽂아준다. 숟가락의 용도는 대체 무엇인지 모르겠고, 생각보다 허접한 카푸치노여서 역시, 이탈리아는 다른 것보다 에스프레소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기차 출발시간 훨씬 전에 개찰구가 닫혀있어 당황하며 기차에 올랐는데, 예상외로 손님이 많지 않아 마주 보는 자리에 서로 앉아서 가기도 하고, 편하게 간다. 무거운 캐리어를 누가 가져가랴마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짐칸에 실린 캐리어는 와이어로 묶어두고, 어제 사둔 체리를 먹으며 밀라노를 떠나 베네치아로 향한다.


구름이 잔뜩낀 흐릿한 날씨때문인지 밀라노-베네치아간 창밖 풍경은 그다지 볼게 없다. 그나마 잘익은 체리는 맛이 좋다.


2시간 반 남짓 가는 동안 베네체아에 가까워질수록 하늘이 점점 흐려지더니, 급기야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Y와 함께 여행하면서 비를 맞으며 여행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 고작 하루 동안 여행할 베네치아에서 비라니..

기차 안에서 간간히 잡히는 인터넷에 접속해서 확인하는, 흐림이라는 베네치아 일기예보가 틀리지 않기를 바란다. 햇볕 쨍한 날씨면 좋겠지만, 창밖에 쏟아지는 비를 보니 흐린 날씨만이라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바다를 가로지르며 베네치아 섬으로 들어가는 기차는 마치 물 위를 떠서 달리는 것만 같다. 은하철도 999 속의 행성을 오가는 여행자 같이, 여느 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다행히 베네치아에 비는 오지 않고, 간간히 구름 사이로 햇빛도 비쳐 멋진 베네치아 풍경과 함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차와 버스는 보이지 않고, 물속에 뿌리를 박고 서있는 건물들 사이로 크고 작은 배들이 쉴 새 없이 다니는 베네치아의 풍경은 황홀하기 그지없다. 이리저리 오가는 수많은 관광객들, 호텔까지 관광객의 짐을 옮겨가려고 준비하는 포터들, 물 위에 떠다니는 배와 곤돌라까지, 어느 것 하나 쉽게 볼 수 없는 그런 모습 하나하나가 너무나 좋다.


유심칩을 장착한 휴대폰으로 구글맵을 작동시키고 에어비앤비에서 찾은 베네치아 숙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유럽에서는 처음 이용해 보는 에어비앤비인지라 내심 불안하기도 했지만, 어쩌다 보니 밀라노에서의 호텔을 제외하고는 이탈리아 여행 내내 이용하게 됐다.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간다고 며칠 전부터 연락을 하고, 가능하면 짐만이라도 먼저 맡겨두자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다행히 친절한 집주인은 미리 와서 우리를 기다려주고, 짐만 맡겨두고 가는 게 아니라 지금부터 마음껏 집을 사용하라고 한다. 꼼꼼하게 우리가 묵을 숙소는 물론, 주변의 식당도 소개해주는데, 사진 속 모습보다 깨끗한 집도 다행인데 여러모로 편의를 봐줘 너무나 고맙다.


크진않지만 깨끗하고 분위기좋았던 베네치아 에어비앤비 숙소, 다시 간다면 하루가 아닌 몇일 여유롭게 구경하며 쉬고 싶다.


만 하루, 24시간 정도 체류해있는 베네치아에서 계획했던 것을 구경하려면 또다시 움직여야 한다. 게다가 다음날 피렌체로 떠나는 기차 시간 전까지 부라노 섬과 본섬을 함께 구경해야 하니,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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