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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생명 Nov 17. 2024

맘먹은 대로


 11.6일 아홉 시에 합격자들에겐 문자가 온다고 했는데 나에게는 문자가 오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큐넷사이트에 들어가서 전체 합격자 조회를 해봐도 내 수험번호는 빠져 있었다.

 총 600점 만점에 평균이 60점, 과목당 과락이 40점 이어서 여기에 들기만 하면 합격이었다.

문제는 OMR 답안지로 옮기면서 일부 수정을 했기 때문에 결과는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가채점한 점수는 총점이 372 평균이 62점

우리 카페에서는 이런 점수를 아름다운 점수라고 불렀다.

부디 아름다운 점수로 합격하길 빌었는데 결과는 불합격, 하지만 내년엔 꼭 합격할 수 있다는 믿음이 았었기에 점수를 보려고 들어가니 합격이라고 나와있는 것이 아닌가.

전체 합격명단에는 없는데 합격이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더니 휴대폰으로 확인을 했는지 pc로 확인을 했는지 물어보았고 휴대폰으로 확인을 했다면 pc로 다시 확인을 해 보라고 하셨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pc로 결과를 확인했는데 전체 합격자명단에 내 수험번호가 나와 있었다.

 

     합격이었다.

그것도 무려 첫 시험에서.

과하다고 할 사람도 더러 있겠지만 결혼할 때만큼이나 두 아이를 낳을 때만큼이나 기쁘고 기뻤다. 아니 황홀했다는 말이 더 옳을지도 모르겠다.


 사고 이후 지금까지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 누군가는 적성에 잘 맞을 거라고 위로해 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누군가는 연금이나 받으면서 편하게 지내라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제일 두려운 것은 나 자신이었다.

한참 어리고 젊은 사람들도 많은 데다 공부랑 담쌓고 지낸 지가 어언 30년인데, 그리고 자격증을 따면 사회로 나가야 하는데 아무렇지 않은 듯 전처럼 지낼 수 있을까.


 공부를 하기로 마음은 먹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번에 시험 준비를 하는 동안 참으로 느낀 것이 많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는 것과

   간절한 믿음이 있으면 끝내 이루어진다 는 것이다.


 나는 늘 불안과 걱정을 달고 살았으며 무섭고 두려워도 도망갈 용기조차 없었다.

 그러다 참혹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맞이하고 나서야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되었다.


 마음을 먹어서 그대로 이루어진다면 걱정 따위 집어던지고 나에게 주어진 오늘을 마음껏 누리고

즐기다 보면 밝고 환한 미래가 이어지지 않을까.


이제 시작이고 첫 발을 겨우 뗐지만 격려와 사랑으로 나를 지지해 준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감사와 고마움의 인사를 전한다.


12월에 있을 면접과 내년 봄에 있을 연수까지 무사히 잘 치러서 자격증이 내 품에 안기는 그날까지 한결같이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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