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도 시샘하고, 봄을 기다리는 사람도 시샘한다
연 이틀 꽃샘추위다. 추위는 비바람과 함께 찾아왔다. 기온으로 봐서, 간절기 점퍼 하나만 걸치면 될 것이라 판단했는데, 현관문 열고 두어 발짝도 못 가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겨울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장농 옷걸이에 걸어 두었던 덕다운을 다시 꺼내 입었다.
며칠 전 떠들었던 입방정(지긋지긋한 겨울도 이제는 끝이구나) 때문인가 싶어, 봄 맞이에 들떴을 어느 누군가에게는 미안하다. 잠시나마 녹았던 몸이 된바람을 맞아서인지 유난히 피곤한 한 주다.
움추린 어깨에 담이라도 찾아들면 어쩌나 싶어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들썩해본다.
어깨를 들썩이는 데는 가요보다 랩이 좋은 것 같다. 홀로 타는 리듬은 머리로 타는 것이니 실제 몸짓보다는 과장됐다. 눈을 감고 상상하기에 따라 춤꾼이 되기도 한다. 이런 상상을 하는 내 머리에 더없이 황송하다. 상상도 철이 덜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니, 철없는 걸 걱정했던 지난 날이 후회되기도 한다.
햇쌀에 물린 가로수가 행인 등에 업힌다. 바람은 몰라도 햇쌀은 봄이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많이 누그러진 날씨다.
"내가 어제 겨울 목덜미를 붙잡고 빨리 가라고 싸대기를 올려 부쳤으니 오늘부터는 괜찮을 것이다."고 말씀하신 페친 덕인 것 같다.
짬이 나면 창이 넓은 곳으로 가서 봄을 느끼자.
바람은 거르고 햇쌀은 쪼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