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 꽃향이 향기롭다는 걸 알거된 건 중학교에 다니면서였다
어린 시절 몇년을 깡시골에서 살았지만
그땐 어려서 꽃향기를 감각하지 못 했던 것 같다
시각적인 것에 더 끌렸는지
나 중심적인 사고를 하던 때라
주위의 변화를 미처 캐치못 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중소도시에서 초중고를 보냈지만
도심에서만 주로 살았던 터라
주변에 자연을 접할 기회는 학교나 가로수 정도?
그러다 언덕받이에 위치한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내 시야는 확 넓혀졌다
학교 주변이 죄다 숲이었다
철마다 진달래 벚꽃 그리고 그 어떤 꽃보다 아카시꽃은
흐드러진 꽃도 꽃이지만
향기가 질 때까지 행복하게 해줬다
더워지기 시작할 무렵인 5월
교실 창을 열면 쏟아져들어오는 향기가
얼마나 황홀했던지
이즈음
집 거실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숲은 허옇게 버즘핀듯 얼룩덜룩하다
숲에 아카시나무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이 무렵 기억해두지만
꽃지고 나면 홀랑 까먹는다
다시 봄이 오고 아카시 꽃이 필 때라야
또다시 눈치채겠지만
창을 열면 바깥이 향수 뿌린듯
기분좋다
인공향이라면 저어했을 마음인데
걸림 없이 좋다
아카시 향이 좋아 한 때는 아카시아껌만 씹기도^^
지리산 산청도서관에서 오후 강의하느라
전주에서 순천
순천에서 진주로 왔고
진주역에서 도서관 담당 사서샘께서 친절하게도 픽업와주셨다
전주에너 느긋하게 기차를 탄 것까진 좋았는데
이 기차가 무려 12분이나 연착
다음 기차로 갈아타기까지 20분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피가 마르는 느낌
그러다 에라 모르겠다
늦으면 늦으라지
하는 베짱 발동
나이가 들어서 좋은 거, 베짱이 느는 거!
강의 마치고 다시 진주역으로 와서 서울 가는 길
서대구 돌아가느라 서울까지 3시간이 넘게 걸린다. . .
언제갈까 싶다가 그림 그리고 나니 동대구역
가다보면 도착하겠지
2022.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