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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May 15. 2022

부지런한 농부, 지렁이


*

집에 지렁이 사육상자가 두 개 있는데

지렁이가 단맛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일년이 훌쩍 넘어서야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사과껍질이나 메론껍징 같은 단맛이 나는 걸 넣어주면 왁스층만 남기고 다 먹어치운다

그래서 비닐껍질같은 부분만 남는다

지렁이를 키우니까 건강한 흙은 초콜릿케잌같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렁이를 키우면서 건강한 흙은 향긋한 냄새가 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음식물을 쓰레기로 남기는 걸 최대한 줄이려한다

그럼에도 채소를 손질하면서 나오는 부분들은 어쩔 수 없다

어쩌다 음식물이 상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게 있다


어떤 요리를 해 먹느냐에 따라

그리고 여름에 수박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

겨울 김장 때를 제외하고..

음식물 쓰레기가 보름에서 이십일 쯤에 1리터쯤 나온다

1리터 정도 나온다

그러니까 1리터 통을 한달에 한 두 번 비우러 나간다


사과나 단감 같은 과일은 껍질째 먹는데

꼭지나 씨방 부분을 도려낸 걸 지렁이 상자에 넣어두면

너무나 잘 먹는다 

이따금 나눠먹으려 껍질을 일부 깎아서 준다.

잘 먹고는 까만 흙을 만든다

까만흙 체르노젬이 이런 모습일까...


지렁이를 처음부터 좋아했던 건 물론 아니다

지렁이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고 나니 고맙고

싫은 마음이 바뀌었다.


**

레몬트리가 하나 있는데

날파리가 꼬이는 바람에

현관 밖에다 두었다

그게 추운 겨울이었다

얼어죽겠다 싶었지만

날파리가 줄어들지 않아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 레몬트리가 

봄이 되니 새 잎을 내밀기 시작했다

생명력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화분에 물을 주고 화분 받침에 고인 물을 따라버리려는데

거기에 지렁이가 한 마리

레몬트리 화분은 계속 지렁이를 낳는 중이다

지렁이는 우리집 사육상자로 들어왔다

추운 겨울 동안 지렁이는 대체 어떻게 그곳에서 지냈을지 궁금한데

작은 레몬트리 화분 속에서 잘 견뎌냈나보다

거의 열 마리 가깝게 지렁이가 그 화분에서 나왔다



***

일박이일 지방에 다녀왔더니

오늘은 종일 하는 일 없이 쉬었다

아니 정확히는 할 일이 많았지만

어떤 일에도 집중이 잘 되질 않았다

몸이 많이 힘들 때는 그저 쉬는 것만으로도 보약 한첩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 해야할 일이라도 내 건강과 바꿀 수는 없다는 생각에

오늘 하루 잘 쉬었다


****

오늘은 스승의날이라는데

내 스승은 누굴까 생각해봤다

오래전 나는 학창시절 기억할 스승 하나 없다며

스승복이 없다 생각했는데

큰 스승 한 분 계셨다, 이미

붓다!

위대한 인간 붓다, 고맙습니다.^^


202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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