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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슴 Oct 13. 2023

공허한 마음이 들 땐, 쳇 베이커

영화 <본 투 비 블루> 리뷰

가을 영화 하면, 어쩐지 제목부터 가을인부터 떠오른다. 포스터 부터 가을 풍경을 보여주겠다 작정한 <뉴욕의 가을>이나, 우리나라의 아름 다운 가을 풍경을 담고 있는 <가을로> 쓸쓸한 감성으로 가득 찬 <만추> 그리고 <시월애> (시월(10월)이 아니라 시(時)월(越)이지만) 쌀쌀한 날씨가 시작될 무렵 <시월애>나 <만추>를 떠올리는 이유는 영화의 장면보다 음악 때문이기도 한데, 서정적이고 차분한 선율이 가을의 감성과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계절을 음악으로 떠올려보면, 여름이 신나고 통통 튀는 음표로 가득 차 있었다면, 가을은 조금 눅진한 느낌의 재즈 아닐까.

 

 

쳇 베이커의 음악과 삶을 다룬 <본 투 비 블루>는 다른 계절보다 가을에 보고 싶은 영화고, 듣고 싶은 음악이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의 음악에서는 청춘의 냄새가 난다.’ 고 했는데, 청춘의 음색을 지닌 그의 음악에서는 ‘가을의 차가운 공기’가 베어 있는 듯 하다. 



아마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쳇 베이커의 음악은 한 두곡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영화 <본 투 비 블루>는 에단호크의 아련하고 섬세한 눈빛으로 쳇베이커의 어두운 시절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1966년 이탈리아 교도소에 있던 쳇 베이커를 영화제작자가 꺼내주면서 시작된다. 교도소에서 나왔지만, 마약을 끊지 못하던 그는 마약상에게 심하게 맞고 앞니를 모두 잃고 나서 약물 치료를 시작한다. 그 무렵 제인과 사랑에 빠져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반겨주는 어머니와 다르게, 트럼펫 연주자 였던 아버지는 집안에 먹칠을 하고 있다며 그에게 그만 포기하라고 하는데… 쳇은 제인에게 약물을 끊기로 약속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쳇은 틀니를 끼고 피를 뱉어내며 트럼펫을 연습한다. 어쩌면 트럼펫은 삶의 이유가 된 건지도 모른다. 오디션을 보지만, 계속 탈락하게 되고 불안감 속에서 게으른 천재였던 그가 성실히 애쓰는 모습에 조금씩 회복하고, 작은 무대 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쳇은 전성기 시절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재즈바인 버드랜드 무대에 다시 설 기회를 얻게 되는데…제인 없이 공연하게 된 불안감에 결국 마지막에 그는 나쁜 선택을 하고 만다.

영화는 내내 먹먹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외롭고 불안하지만, 영혼을 버려, 나를 부서야 했을까? 그의 짙고 깊은 음악과 대조되는 삶을 떠올린다. 최고라는 타이틀을 위해 약물에 의지해 온 그, 약에 기운으로 연주하는 그의 음악은 완벽했지만, 그 안은 비어 있다.


"천사의 혀로 노래하더라도 사랑이 없다면 시끄러운 심벌즈인 거야. 텅 빈 채로 올라가지 말란 소리야."

"정교함이 떨어져인지 소리에 개성이 생겼어. 예전의 쳇 같지만 더 깊어."


치밀하고 정교하고 완벽한 사람이 되기 보다, 개성있고, 매력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좋다고.

영화는 우리에게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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