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연과 상상>, 삶이라는 연극
살다보면 알고 싶지 않아도 맞닥뜨리는 당혹스러운 순간들.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 생의 비밀들.
우리 마음 사이에 구멍 숭숭 뚫는 우연적 사건들.
모처럼 어깨 맞대고픈 친구가 생긴 줄 알았는데 전 애인과 마법 같은 시간을 보냈다네. 정신 사납고 성가신 돌림 노래에 어처구니 없는 엔터 한 방이 나와 남 인생을 송두리째 날렸다네. 처절하게 그리웠던 초면의 첫사랑을 만나 말이 되는 연극을 올렸다네.
관객은 우연히 나였다나.
곳곳에 올 나간 스웨터 같은 마음 틈새로 맨살 시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눈 질끈 감고 상상想像하는 일. 상想의 씨실을 질러넣고 상像의 날실을 엇걸어 만든 무늬로 꿰맨 마음. 어쩌면 이뤄졌을지도 몰랐던 상상.
그 불가사의한 시간,
그 황홀한 체험,
그 마법보다 불확실한 것.
'말이 서로 어긋나면서 표현에 모순이 생기고 의미가 불분명해지는 때도 있다. 사람들과 사건들을 자리매김할 만한 의미 망을 겨우 찾아냈다고 생각하는 순간, 작업자 앞에는 불투명한 것들, 서로 어긋나는 것들이 출현하고, 앞서 다른 자료를 통해 추측되었던 풍경과는 전혀 연결되지 않는 듯한 특별한 공간들이 감지된다.' (『아카이브 취향 』아를레트 파르주)
#영화 #우연과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