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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온소연 Jul 24. 2020

엄마도 화창한 날이 필요해

삼대 모녀 베트남 세 달 살기

딸은 엄마가 되어야 엄마가 보인다.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꿈들이 있다.

어느날 불현듯 내 마음속에 설익은 채로 잠들어 있는 꿈을 깨우고 싶었다.

상쾌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신 후 오후의 따사로운 해변을 그녀와 함께 거닐어야지. 
그리고 수고했다고 정말 고맙다고 말해주어야지.

쑥쓰럽지만 오랜만에 손을 잡고 걸어보아도 좋을거야.


마음을 먹으니 모든 것이 착착 준비되었다.

일주일간 항공권 가격을 비교해보다 특가로 나온 좋은 시간을 찾았다.

바로 예매를 하고 부푼 마음으로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 베트남으로 몇월 몇일에 떠날거야. 
 올 겨울은 따뜻하게 보내자.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베트남에서 보내는거야. "



그녀는 언제 돌아올거냐고 물었다.

나는 차분하게 세 달 후라고 대답을 했다.


다음 날, 그녀를 찾아갔다.

그녀의 얼굴에는 다크써클이 내려앉아 있었다.

세 달이나 여행을 간다니 걱정이 되어서 잠을 못 잤다고 한다.

그녀가 집에 없으면 남은 남자들이 밥은 어떻게 먹냐며 조선시대 여인처럼 걱정을 하고 있었다.

올해 육십하고도 한살, 나의 엄마 정여사의 여행은 그렇게 남자들 밥 걱정으로 시작되었다.   


아빠는 퇴근 후 동네에 있는 재래시장을 산책하듯이 다녀오시는게 취미시다.

지금까지 밥을 해 보신적은 없지만 국수와 라면은 끓여 드실 수 있다.

햇반에도 익숙하시다.

부모님과 같이 사는 남동생은 요리를 고급지게 잘 한다. 

주로 파스타, 스테이크를 뚝딱 만들어 낸다. 

옆 동네에 작은아버지께서 식당도 하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집안 남자들이 우리가 없는 동안 굶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자신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사 먹으며 지내면 

매일 된장찌개 먹는 것보다는 만족도가 높아질 것 이라고 위로를 했지만

환갑을 넘기도록 오롯이 자기 자신만을 위해 여행을 떠나 본 적 없는

정여사는 부재함의 무게와 마주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는 어디로 갈 거냐고 물었다.

다낭가는 비행기가 많으니까 먼저 다낭으로 가서  쉬다가 위로 올라갈지 밑으로 내려갈지 정하지 뭐.

베트남의 주요 여행 도시들을 이야기해주니 그녀의 눈빛이 반짝인다.

두려움을 이기고 낯선 땅으로 향하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달콤함을 이제 그녀도 알게 되리라.

그렇게 그녀는 큰 딸에 이끌려 생애 처음으로 한국 땅이 아닌 곳에서 세 달을 보내게 되었다.

61세의 친정엄마와 4살 딸 아이와 함께하는 삼대모녀의 베트남 세달 살기가 화창하게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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