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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선영 Jan 22. 2019

2018 리페어카페서울,
개최하다

2018. 11. 3(토) @신촌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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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을 시작으로, 9~10월 두 달간 장소를 섭외하고, 사람을 모으고, 공구와 재료들을 준비했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시작했으나, 진행하는 과정에서 함께하는 친구와 의견 충돌이 있기도 하고, 어서 끝나버렸으면 좋겠다 싶었다가도, 끝나고 나면 아쉽기도 하겠다 싶었다. 


드디어 D-Day. 

11월 3일 토요일. 


우리는 미리 장소 세팅을 하기 위해 오전 일찍부터 서둘렀다. 미리 공구와 재료들은 준비를 해두었지만, 당일 필요한 다과는 오전에 구입해야 했다. 인근 마트에서 장을 본 후, 쏘카에 짐을 싣고 도착했다. 스태프 분들이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계셨다. 1층에 짐들을 내려놓고 2층으로 하나씩 날랐다. 이러저러 기존 물건들을 한쪽에 치워놓고 테이블 세팅을 했다. 공구와 재료, 커피와 다과를 내려놓고 1층 현관과 입구, 벽에 포스터를 붙였다. 


포스터도 붙이고 
커피와 다과도 준비하고 
세팅해 놓고 기다리는 중 / 이렇게 보니 꽤 넓었군


역시 손이 많아서인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고, 오후 1시 시작까지 10분 정도 남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신청자들을 확인해 보았다. 과연 이 분들이 다 오실지, 초조하게 기다렸다. ㅇㅅㅇ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1시 조금 넘자 한두 분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입장을 도와드리고 테이블까지 안내를 해 드렸다. 조금 있으니 또 몇 분이 오셨다. 그리고는 어느새 2-3명이 응대해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테이블은 가득 찼고, 앉을 곳이 없어서 서서 기다리시기도 하였다. 커피와 다과를 안내해드렸다. 생각보다 공간이 좁았다. 무언가 고치는 작업 자체가 시간이 좀 걸리다 보니 수리 테이블은 계속 사람들이 많았다. 


고장 난 스피커를 고쳐보는 중
공기청정기, 노트북이 열리고 고쳐지던 테이블 상황 



고칠 것이 없지만, 궁금해서 참관하러 오신 분들도 꽤 계셨다. 해외 리페어카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열린다기에 오신 분도 계셨고, 리페어카페 자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오신 분도 계셨다. 지금은 고칠 것이 없지만 다음에 고칠 게 생기면 오고 싶으시다며 언제 또 여냐고 물어보시는 분도 계셨다. 리페어카페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 이번에 개최하게 된 배경,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드렸다. 


외국인 커뮤니티에도 홍보글을 올렸더니, 그 글을 보고 오신 외국인분도 계셨다. 가구를 고칠 줄 알아서, 혹시 고칠 가구를 가져온 사람이 있다면 도와주려고 오신 것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구를 가져온 분은 없어서, 다른 사람들이 고치는 걸 구경만 하고 가셨다. 




무언가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름다웠다.


막상 사람들이 모이고 나니, 생동감이 넘쳤다. 이곳저곳에서 이야기가 오갔고, 고장 난 물건이 고쳐지면서 기뻐하는 모습들도 보였다. 20대부터 40대까지 친구나 연인, 부부,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등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했었다. 제각기 다양한 사람들이었지만, 무언가 고치는 열중하는 모습은 같았다. 멋있었다. 


솔직히 나도 평소에 무언가 고쳐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보니, 리페어카페를 준비하면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커피나 다과를 안내하고, 순서를 알려드리는 등의 일반적인 행사 모습은 상상이 갔는데, '수리 테이블'에서 '직접 수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상상이 잘 가지 않았었다. 


실제로 그렇게 열중해서 고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고장 난 물건을 너무 정성스럽게 다루며 고쳐보려고 하는 그 마음들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공기청정기를 고치고 있는 중
믹서기를 고쳐보려고 했으나 실패 ㅠ
필름 카메라 고치기 성공



모두 다 고치기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고장 난 스피커를 두 시간 동안 붙잡고 고쳐보려 애를 쓰다가, 결국 실패하신 분도 계셨다. 못 고쳐서 속상하지 않냐고 물으니, 고치면 좋겠지만 못 고쳤더라도 두 시간 동안 이리저리 고쳐보려고 함께 시도해본 것이 재밌었다고 하셨다. 


13시부터 17시까지, 4시간을 오픈 동안 꾸준히 북적북적 였던 리페어카페서울. 

우리는 생각보다 많이 찾아와 주신 분들 덕분에 기분 좋게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장소를 빌려주신 신촌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문을 닫았다. 


- 2018 리페어카페서울 Closed - 








2018리페어카페서울은 총 38명이 방문했고, 15명이 자가 수리에 도전했으며, 이 중 12명이 수리에 성공하였다. 전반적인 만족도는 높았으며, 장소의 접근성 및 편의성, 공구와 재료의 편의성 등이 보완되어야 할 점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리페어카페를 개최하기 전과 후.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나의 인식이었다. 

개최하기 전에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우리나라에는 고치는 것을 좋아하거나 즐기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걱정 했었다. 

그러나 개최하고 나니, 그것은 정말 나의 기우였다. 우리 주변에는 '직접 고치고 만드는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리페어카페와 같은 공간이 일상적으로 주어진다면 그런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들었다. 



리페어카페가 지역단위 프로그램으로 확산된다면,


그리고 

리페어카페가 지역단위 프로그램으로 확산되어 지속 운영된다면, 

메이킹 문화 확산에 기여

쓰레기 줄이기 & 환경보호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기여 

등 파급력이 더욱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우리가 직접 개최하는 것뿐 아니라, 

관심 있는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리페어카페를 알리고 퍼뜨리는 일도 중요할 것 같았다.  


언젠가 또 이렇게 리페어카페 개최 후기를 적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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