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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선영 Apr 08. 2024

지역 공공공간을  삶의 장소로 만드는 팝업 파클렛

자동차에 점령당한 지역 공공공간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의 90.7%는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도시에 거주하면서, 도시 공공공간을 일상적으로 이용한다. 국내 도시 공공공간의 대부분은 도로 공간이고, 사람들은 도로 공간에서 걷거나, 자전거, 킥보드, 버스, 개인 자동차를 이용하여 이동하고, 풍경을 구경하거나 앉아서 쉬고,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도로 공간은 목적지로의 이동뿐 아니라 머무르고 생활하는 삶의 장소로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국내 도시의 도로 공간은 70~80%가 12m 미만의 보차혼용 생활도로(이면도로)로 이루어져 있고, 자동차의 신속하고 원활한 통행 관점에서 도로 환경 및 교통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도로 공간의 주인이 ‘자동차’이다 보니, 보행자 및 자전거의 도로이용 여건은 열악한 실정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보행자 안전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어린이보호구역 도로의 차량밀집 모습 (c)머니투데이 이재윤기자


열악한 보행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정부 및 지자체는 보행자우선도로, 어린이보호구역, 노인보호구역, 보행환경개선사업 등을 추진해오고 있으나, 사업이 시행되는 구간은 전체 생활권에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공공 보행환경 개선 사업이 충분히 확대 및 활성화되지 못하고, 보행이 불편한 환경이 방치되고 있다. 여전히 우리 도시는 걷기에 불편하고 위험하다. 걷는 것도 불편한데, 그 도로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머무르며 대화하는 사회적 활동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보행환경개선이 쉽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원인을 ‘자동차 중심의 도로이용 문화, 인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도로 공간이 걷고 교류하는 삶의 장소로 전환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도로변 주차장에 만드는 미니공원, 파클렛(parklet)


우리는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로 ‘파클렛’을 생각하였다. 파클렛(parklet)이란, 공원(park)과 두다(let)의 합성어로 도로변 주차장을 공원으로 변용하는 것 또는 도로변 주차장에 조성한 미니공원을 의미한다. 거리 가구를 활용하여 임시로 공원환경을 조성하거나, 맞춤형 가구 유닛을 제작하여 설치하기도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파클렛 예시 (c)pacific Nurseies


200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리바(Rebar)라는 디자인 스튜디오가 도시의 공공공간을 보행자에게 돌려주자는 차원에서 도로변 유료주차장에 요금을 지불하고, 자동차 대신 의자를 두고 공원처럼 이용한 게릴라 프로젝트가 그 시초이다.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Park(ing) Day’라는 글로벌 파클렛 무브먼트가 확산/활성화되었고, 미국 및 유럽 등 도시 정부는 주민커뮤니티 신청을 통해 파클렛 조성을 지원하는 ‘파클렛 프로그램’을 제도화하여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한편 파클렛은 도로변에 설치하는 ‘시설물’로서, 차도의 아스팔트를 거둬내고 자연형 비포장 표면으로 전환하거나 보도를 확장하는 영구적인 공사를 추진하기 전 단계의 ‘검증과정’으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활용 형태는 ‘택티컬 어바니즘(tactical urbanism)’ 이라는 도시계획/설계 패러다임의 일환이다.


택티컬 어바니즘 예시_베를린 팝업 자전거도로 (출처: 건축과 도시공간, Vol.38 - Summer 2020, pp70-72)


택티컬 어바니즘이란, 고비용, 복잡한 이해관계, 비가역성의 특징을 갖는 공공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미리 저비용으로 임시 조성/운영해봄으로써 공공사업 추진 가능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도시계획·도시설계 수법이다. 해외 도시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 주거환경개선 등을 위하여 자동차 중심의 도시를 보행 중심의 도시로 전환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해외 도시 또한 우리나라처럼 자동차 중심의 도시공간과 도로이용 인식/문화가 존재하기에 자동차 공간을 줄이고 보행공간을 늘리는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이 많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임시로 보행친화환경을 조성하여 사회 구성원들이 이용해보면서 장단점을 발견하거나 적응해나갈 수 있는 완충 과정을 운영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동차 중심의 공공공간을 보행친화환경으로 전환하는 사회적 합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보다 효과적은 정책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국내에서도 파클렛은 종종 소개되어 왔다. 2017년 「서울시 가로 설계관리 매뉴얼」에서 도로다이어트 차도설계기법으로 파클렛이 소개되었고, 2019년 국토교통부훈령 「도시지역도로 설계 지침」에 ‘도로변 미니공원’, ‘교통정온화시설’로 도입되었다. 2022년 행정안전부 보행자우선도로 가이드에도 가로 설계 시 적용할 필요가 있는 시설로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파클렛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팝업 파클렛으로 만드는 지역 공공공간의 활력

팝업 파클렛 예시이미지 (c)소소도시


우리는 택티컬 어바니즘 기반의 팝업 파클렛이 국내 자동차 중심의 인식을 개선하고, 보행환경 개선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비록 현재 공공 차원에서 추진할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팝업 파클렛를 실제 개최하여 선보인다면 변화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임시 파클렛을 조성하여 사람들이 도로에서 걷다가 잠시 앉아 날씨를 느끼고 풍경을 즐기거나, 옆사람과 함께 담소를 나누는 소소한 일상 생활을 경험한다면,

도로공간에 대한 상상력이 풍부해지지 않을까,

그리고 공공공간이 단순 이동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일상적 삶의 장소라는 공감대가 조금은 생기지 않을까“



이런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우리의 팝업 파클렛 여정은 2022년 4월, 대전 소제동에서 한남대 도시건축연구실과 함께 시작한 후, 2022년 10월 서울 성동구, 2023년 5월~6월 서울 서초구, 강남구, 성동구까지 총 5번의 팝업 파클렛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올해에도 몇 개의 팝업 파클렛을 준비 중에 있다.


그리고 아직은 생소한 파클렛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려보고자 브런치를 통해 소소도시의 개최 사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  


              

* 소소도시는 2021년 시작한 ‘참여형 도시계획회사’로 소소한 참여와 실천을 모아내어, 지속가능한 도시, 삶이 있는 공공공간을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팝업 파클렛과 같은 공공공간 디자인 리빙랩, 도시계획을 위한 시민참여 과정 기획/운영, 도시 및 지역 관련 연구 및 전략수립의 프로젝트를 수행해 오고 있다.     
www.sosod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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