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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world Jan 09. 2022

14.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시험관 시술, 그리고..

자궁경, 그 후 이야기


 마지막 글을 쓴 뒤 공백이 있었던 이유는 우리 부부에게 너무나도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첫 번째 시험관 시술 후 자궁경을 했으며 세 번의 시험관 시술을 더 거쳤다. 하지만 아직 아기를 만나지 못했다.



 여름의 초입에 시작한 두 번째 시험관 시술이 기억난다. 3개의 수정란을 이식한 후 난생 처음으로 30 이상의 피검사 수치를 받아봤다. 가족들도 회사 사람들도 제 일처럼 축하해줬지만, 기쁨도 잠시. 갑자기 생리같은 피가 똑똑 떨어지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계속되는 피, 3-4일에 2배 씩은 뛰어야 하는 피검사 수치의 하락. 돌주사라고 불리는 유산 방지 주사를 몇 번 맞았지만 2차 시험관 시술은 결국 화학적 유산으로 종결됐다.



 가을의 시작엔 세 번째 시험관 시술을 시작했다. 이 때의 피검사 수치는 10점 대. 배아가 착상이 되긴 했으나 떨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은 수준이다. 우린 이 때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품고 몸을 아꼈다. 허나 하혈과 두 번째 화학적 유산을 또다시 겪었다.



 세 번의 시험관이 실패로 끝나면 반복착상검사, 유전자 검사 등을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 의사 선생님은 병원이 이토록 비싼 검사를 추천하지 않는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며 검사를 반대했다. 하지만 마음이 급해진 우리는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검사비용과 열 통도 넘는 피 채취로 얻은 검사 결과는 “아무런 이상 없음”.

다음 시험관 때는 아스피린 정도만 처방하면 되겠네요. 의사선생님은 건조한 목소리로 다음 시험관 차수를 위한 예약을 잡았다.



 전원을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병원에 들른 날이었다. 전원 서류를 떼려면 진료가 필요하기에 신랑과 함께 진료실을 찾았다. 사실 기계적인 처방과 불편한 서비스에 질려 한시라도 빨리 이 병원을 떠나고 싶었지만, 선생님께는 전원의 전 자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이건 환자의 매너니까.


 그런데 웬일. 항상 신선만 고집하시던 선생님이 갑자기 적극 처방을 권했다. 이번에는 신선 이식을 하지 말고, 채취 후 수정란을 동결했다가 자궁경 시행 후 바로 이식해보잔다.
자궁경을 또 하자고? 경험 상 자궁경 직후의 이식이 가장 효과가 좋았는데, 이 옵션 솔깃한걸?


 우리는 고민 끝에 한 번만 더, 정말 딱 한 번만 더 이 병원에서 시험관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선생님의 계획대로 동결을 하기 위해 난자 채취를 했다. 이번에는 잘 되겠지. 시험관 시술의 고차수로 넘어가는, 무려 4번째 시험관이지 않은가. 그런데 웬걸, 지금까지 적어도 5개 이상 채취되던 나의 난자는 딱 두 개만 채취되고 말았다. 그마저도 냉동할 수 있는 퀄리티를 되지 않아 나의 소중한 난자들이 싹 폐기됐다는, 이식은 커녕 동결마저 하지 못했다는 말도 안되는 사실. 

 일 년만에 난자 채취 개수가 9개에서 2개로 떨어졌다니. 이건 생리 날짜도 아주 규칙적이고 건강한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시험관 4차, 이식 3차, 화학적 유산 2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우리는 근 1년간 고생한 우리 둘을 위해 휴식을 선물로 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2021년을 조용히 흘려보냈다.




무엇이 문제일까?

30대 초중반인 나이.

건강한 몸과 정신.

인간적인 잣대로는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저 하나님의 시간, 하나님의 방법을 기다리는 수 밖에.


충분히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었다고 생각될 때 다시 한 번 시험관에 도전해 볼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가올 일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수 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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