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심과 역지사지
※이상함 주의
요새 자꾸 이 지구 내 혹은 이 은하 내 다른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김지현 씨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나는 주말마다 중앙선에 꾸역꾸역 담겨서 양평으로 이송되는 등산러 및 라이더들 사이에 끼여서 여기 산 좋고 공기 좋은 거 알지만 제발 좀 안 왔으면! 하고 생각한다. 게다가 매주 많은 사람들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느는 기분이 든다. 왔던 사람이 매번 또 오는 건지 아니면 우리나라 인구가 나만 모르게 급증한 건지.
어쨌든 그러다가도, 꾸역꾸역 비행기에 담겨서 유럽으로 이송되는 수많은 김지현들을 보면서 파리에 사는 김지현이 여기 구경할 거 많고 아름다운 곳인 거 알겠으니까 제발 좀 내 동네에서 꺼져!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 같다는 거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면 내가 했던 생각들이 엄청나게 이기적이었고 모순이 가득하다고 느껴진다. 그런데 나는 이런 생각을 거의 일초에 하나씩은 하니까 생각해보니 나는 어마 무시하게 이기적인 사람이 된다. 그러다, 나도 인간이라는 존재의 일부인 건데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면 다른 인간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생각을 해보니 내가 생각한 생각은 이랬다. 생강 생강
이기심은 뭘까?
1. 피자집에 가서 피자를 시켰는데 내 앞에 있는 피자 조각보다 애인 앞에 있는 피자 조각이 더 커 보일 경우 굳이 손을 저쪽까지 뻗어 더 큰 조각을 내 접시로 데리고 오는 것.
2. 어떤 사람이 불에 타고 있는 집에 들어가 아이를 구하면 "아이를 구한 시민 영웅!"기삿거리가 되지만 그 집 앞에서 '어떡해 어떡해' 하면서 가만히 있는 건 "불타는 집 앞에서 나서지도 않고 발만 동동.. 이기적인 시민들" 기사가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기적이고 아니고의 기준은 뭘까?
3. 1985년 제 X구역에서 인간 몇몇이 외계 생명체에게 납치된다. 단백질이 부족했던 외계 생명체(편의상 외계'인')에게 인간의 머리카락과 살코기는 좋은 단백질원이었다. 더군다나 머리카락의 경우 계속해서 긴다니! (물론 두피까지 벗겨 먹는 경우는 예외다) 외계인들은 납치해온 인간 무리들을 <인간 구역>에 방생한 채 더욱더 많은 인간을 납치해온다. 하지만 인간의 단백질은 수많은 외계인들을 풍부하게 충족시키지 못했고, 결국 더 이상 아무도 인간을 찾지 않았다. 20년 정도 아무런 터치 없이 인간 구역에 방치된 인간들은 구역을 점점 넓혀가며 자신들만의 생존 방식을 터득해가게 된다. 외계 식물을 먹고 외계 동물들을 사냥해가며(인간 위 특유의 적응력으로) 그렇게 인간들은 낯선 땅에서 스스로 적응하고 번식(인간 특유의 식욕을 능가하는 성욕으로)해나가며 인간 부족을 키워간다.
외계인들은 당황했다. 자신들의 단백질을 위해 납치, 방생해온 인간들이 도리어 자신들의 땅에 그들의 터전을 만들어 외계 동식물을 해치고, 심지어 미친 번식력으로 소수부족 급으로 커지게 되다니! 2013년 외계인들은 더 이상 외계 지역의 훼손(마치 지구처럼)과 외계 동식물의 멸종을 두고 볼 수는 없었기에 인간을 박멸하기로 결정한다. 마냥 무력으로 인간을 잡고 뜯고 맛보던 외계인들은 힘에 부치기 시작한다.
다음은 2014년, 외계인 대표들과 인간 분석학자의 대화 해석본이다.
외계인대표 1 : "야 이럴게 아니라 그냥 머리를 쓰자. 지들이 지들끼리 싸우게해서 박멸시키면 오히려 좋잖아?"
외계인대표2: "오 좋은데 근데 딱히 방법이 있나?"
인간분석학자: "얘들 조사해봤는데 얘네는 스트레스에 약하더라고.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이유 없이 남을 죽이기도, 스스로 자살하기도 한대."
외계인대표1: "그럼 극강의 스트레스를 주자!"
인간분석학자: "그래서 내가 생각해봤는데 얘네한테 가장 스트레스는 배변을 못할 떄더라고. 심지어 얘네 봐 삼시 세끼나 먹는데 배변을 못하면 얼마나 스트레스겠어?"
외계인대표2: "오!"
외계인대표1: "오! 몇 놈을 잡아다가 항문을 봉합시키고 다시 인간 구역으로 보내면 되겠네. 극강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남이건 지 새끼건 무자비하게 죽이고 스스로 죽기까지 해주면 완전 땡큔데? 아마 가장 가까운 자기 자식부터 죽이겠지. 일종의 카니발리즘을 유도하자고!"
인간분석학자: "바로 그거지. 실행하자"
외계인대표1: "우리 Nutri-A 종족을 위해서"
외계인대표2, 인간분석학자: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