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역사
우리가 만나는 건
각자의 역사가 만나는 일이었다
그동안 말하지 않았지만
네가 대놓고 싫어하던 나의
특정한 단어,
특정한 반응,
그것들은
엄마가 아빠를 대하는 방식이었다
은연중에 사용하는 단어였고
아무렇지 않은 장난의 방식 중 하나였다
듣고 보는 것처럼
그게 당연한 양
상대에게 낯선 것일 수도 있다는 의심 없이
각자의 역사는
그렇게 사소하게까지
애정의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별것 아닌 돌부리일 수 있지만
자그마한 것도 계속되면 데미지를 입힌다
는 네 말처럼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겼다
정작 그땐 이유를 몰랐다
이런 반응을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그게 뭐가 문제지?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왜 저렇게 반응하지?
그렇다고 해도 그냥 넘어가 줄 수는 없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과
사소한 차이의 틈으로 시간이 흐르니
마냥 이해받기만을 바랐던 마음이
선명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