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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Jul 02. 2024

'밀양 집단 성폭행' 가해자의 사진을 SNS에 올렸었다

'이것은 과연 정의인가'


우리에게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사진으로 알려진 이 사진에는 밀양 사건과 무관함에도 신상이 공개된 사람들이 있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사진으로 알려진 기사 속 사진을 SNS에 올렸던 적이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 인간으로서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 반응은 거셌다. 불과 며칠만에 엄청난 사람들이 게시물을 봤다. 인사이트 페이지를 보니 조회수는 수백 만에 달했다. 그런데 며칠 후, 이 사진 속 인물 중 한 명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이 사진이 온라인 공간을 돌아다닌 후부터 정상적인 삶을 살기 어렵고, 너무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당신이 고통스러울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그는 말했다.


"저는 사건과 무관하며 밀양 사람도 아닙니다.. 그냥 동명이인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온라인에 제 사진이 떠돌아 다니면서 직장을 포함한 많은 곳에서 큰 고통을 당했고, 하루하루가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사진을 봤다. 사진 속에서 10번째에 위치한 그의 얼굴을 보니, 그의 말이 진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사진 속 다른 인물들과 비교해 봤을 때 확연히 나이든 얼굴을 하고 있었고, 아무리 봐도 또래가 아니었다. 그저 누군가가 가해자들의 이름을 파악한 후 사진을 붙여 넣던 중 같은 이름의 다른 사람을 넣은 것이었다.


나는 그에게 정중히 사과했고 사진을 삭제했고 그 사실을 공개했다. 이게 벌써 5년도 더 지난 일이다. 그런데 이 사진은 온라인 세계에서 계속해서 생명력을 유지했고 2024년 6월 6일 이 순간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하고 있다. 유튜버 '나락저장소'의 영상을 보거나 관련 기사를 본 후 구글링을 해보면 매우 손쉽게 이 사진을 찾을 수 있다. 어제도 이 사진은 조선일보를 비롯한 미디어에 노출됐다. 사진 속 인물들이 모두 가해자인 것처럼 보도됐다.


아무래도, 그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것으로 보였다. 상상해 봤다. 저 자리에 내 이름이 있고 내 사진이 박혀 있었다면, 그리고 그것이 그 어떤 해명에도 불구하고 영원한 생명력을 얻어 이 사안을 잘 모를 절대 다수에게 끊임없이 전파됐다면, 나는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했을 것이다.


이 일에 있어 국가의 잘못이 너무나 크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적 보복을 옹호하게 되면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와 같은 제3, 제4의 피해자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며칠 전 한 네일샵 사장이 밀양 사건 가해자의 여자친구로 지목돼 비난받은 일은 이에 대한 가장 완벽한 예시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사건과 무관했다.


그리고 '나락저장소'는 거짓말을 했다. 그는 피해자의 허락을 구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오히려 삭제 요청을 했지만 유튜버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대중의 뜨거운 관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에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보도자료를 냈다.


상담소 측은 "피해자는 해당 유튜브 채널이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에 대해 첫 영상을 게시하기 전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고 사전 동의를 질문받은 바도 없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는 이 유튜브 채널에 삭제와 수정을 재차 요청했으며, 피해자의 일상 회복이나 의사 존중과 거리가 먼 일방적 영상 게재와 조회 수 경주에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이것은 정의가 아니다. 당사자의 의사마저 묵살한 채 대중들에게 사적 보복을 선동한 질 나쁜 범죄다. '나락저장소'는 대중의 관심에 취해 당사자에게 다시 한번 큰 고통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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