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야 Aug 16. 2021

코로나는 경찰만 피해가나요?

<소성리를 쓰다>

소성리의 상황이  세상에 많이 알려졌나보다. 화요일과 목요일, 새벽일찍 못 오는 사람은 오후 평화행동에 참여하자고 의논이 되었는지, 지난 월요일(8월9일)은 전국농민회에서 소성리를 찾아주셨고, 수요일(8월11일)은 전교조선생님들이 소성리를 찾아와서 사드기지 앞에서 오후 평화행동을 하셨다. 사실 그들이 오는 시간에 맞춰서 따박따박 소성리로 올라가지 못하고 소식만 들었다.  소성리로 사람들의 발걸음, 평화의 발자국이 포개지고 있다는 건 여간 기쁜 일이 아니다. 

거기다 통일선봉대가 소성리로 들어왔다. 8월10일은 경찰침탈 29번째 지속된 날이었는데, 대학생 통일선봉대가 새벽일찍 소성리로 들어와서 마을길을 지켜주었다. 나도 집회대오 속에 앉았다. 지난번엔 나갈거냐고 수없이 물어보더니 사람들 많을 때는 뭐가 그리 바쁜지 끌어내기 바쁘다. 나는 할머니들 곁에서 앉았다가 할머니들이 모두 드러누워서 아싸리 잘되었다 싶어서 그냥 도로에 누워버렸다. 끊임없이 나가라는 경찰들의 회유와 체포될 수 있다는 협박을 소음처럼 듣고 있는것 보다야 뜨끈한 도로에 등지지면서 드러누워서 한숨 자고 있다보면 마을회관으로 옮겨지거나 경찰서로 옮겨지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주변의 환경이 좋지 않아서인지 잠은 오지 않았다. 

버티는데까지 버티던 할머니들도 일어나서 마을회관으로 나가고, 나는 일어나려니까 허리에 무리가 갈 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했다. 남들이 보면 내가 얼마나 별나보일까 만은 허리를 한번 다쳐보니까 정말 매사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번 뻑 거리면 다시 돌아오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나는 내몸을 소중히 다루고 싶어서 경찰들한테 들려나올 수는 없다면서 구급차 들것에 실려나왔다. 구급차에 누워있으니까, 나 말고도 구급차 한 대가 응급실을 다녀온 모양이다. 우리 사람이 아니라 경찰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퍽 쓰러진 모양이었다. 순간 정신을 잃었는데 응급실 가서는 멀쩡하더란다. 그런데 혈압은 70/50이란다. 위험하다. 순간 기억을 잃을 정도면 괜찮은게 아니다. 개인의 체력이야 다를 수 있다지만, 경찰들의 상태도 조금 걱정스러웠다. 벌써 2번째다. 지난번은 백신맞고 바로 출동한 경찰이 쓰러져서 구급차에 실려나간 적이 있었다. 

8월12일 목요일은 민주노총 통일선봉대 200여명이 소성리로 온다고 해서 소성리부녀회장님이 식사를 준비할 수준이 아니어서 도시락을 주문했다. 그런데 경찰이 병력이동 날짜를 하루 연기해버렸다. 김찬수대표님의 말씀대로 통일선봉대는 무혈입성을 하게 되었고, 우리는 8월 13일 금요일날 경찰병력을 다시 맞이 하였다. 30번째 침탈이었다. 하루 연기한 건 괘씸했지만, 그런 일에도 이제 해탈의경지에 이르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초연해졌다. 어차피 경찰 너 죽고 나 죽어야 끝날 판인 거 같아서 그러려니 했다. 

금요일 새벽에 소성리로 도착했을 때 완전 감동이었다. 민주노총 통일선봉대가 와있었다. 중앙통선대는 아니고, 울산과 대구경북 쪽인듯 했다. 그리고 커다란 버스한 대가 소성리로 들어와서 모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쳐다보고 있었는데 우리편이었다. 대학생들이 버스 한 대를 맞춰서 온 거다.  우리주민 몇명만 모여서 겨우 마을길을 지키겠다고 생각했는데,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마을회관앞으로 모여드니까 북적북적거렸다. 

성주보건당국에서 방역문제로 나와 있었다. 사람들에게 열체크를 하게 하고 노란 띠를 손목에 둘러주었다. 성주경찰서는 필 받았다는 듯이 방역지침을 어길 시에 처벌하겠다고 노래를 불렀다. 나름 집회대오가 방역지침을 준수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성실히 따르는데도 경비과장이 자꾸만 깐죽거리니까 결국은 한판 싸움이 벌어졌고, 나는 궁금했다. 우리는 방역지침을 준수한다고 참가자 서명하고 온열체크하고 노란띠를 손목에 차는데, 경찰이 어떻게 방역지침을 지키고 있는지 우리는 알지못한다. 경찰에게 어떤 표식도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경비과장에게 물어보려고 갔지만, 경비과장은 카메라만 보면 알레르기 반응이고 인터뷰를 거부하겠다고 한다. 인터뷰가 아니라 공무집행을 하는건데 말이다.

그러다 기가 막힌 사진이 올라왔다. 여자경찰이 망사마스크를 한 모습이 찍힌거다. 왜 망사마스크를 하고 왔냐고 물었더니 그는 kf94라고 했다는데, 망사마스크도 kf94가 있다니 그게 더 놀랍다. 그런 게 있으면 나도 그걸 할걸,, 사실 마스크 때문에 혈압이 너무 상승해서 더욱 위험하게 느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래도 방역수칙을 준수하라는 경찰이 망사마스크를 쓰고 있는건 조금 이상한 일인 거 같아서 경비과장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경찰들에게 방역물품을 직접 지급하는가 하고 물었더니 그건 각자 알아서 챙겨온다는거다. 그럼 망사마스크를 하고 온 경찰은 문제가 되지 않냐고 물으니까 어떤건지 모르겠다고 시치미를 뗐고, 자신들이 방역을 철저히 한다는 걸 안내해줘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작전 마치고 방역메뉴얼과 어떻게 지키고 있는지 상세히 적은 자료를 준비해서 보여주겠다고 한다.

이 정도면 경비과장이 인터뷰를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겠지.  기대만땅이다. 

경찰들이야 당연히 방역을 잘 준수해야겠지만,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몰려들어와서 집회참가자들을 끌어낼 때도 우글바글 거리면서 모여있는데, 아무리 방역지침을 잘지킨다고 해도  거리두기는 실패한 거 아닌가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문재인을 소성리로 델꼬 온나. 그래야 우리도 일어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