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하루를 마치고 연남동을 지나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그냥 그대로 집까지 향하기에는 너무 고된 귀갓길이 멀게 느껴졌다. 심지어 배도 고팠으니 곧 브레이크 타임이 끝난다는 유명 만두집을 그냥 지나치긴 쉽지 않았다.
잠깐 가게 앞에서 줄을 서고 나니 다섯 시 반부터 시작되는 저녁 타임 오픈 시간에 맞춰 테이블을 잡고 앉았다. 바로 다음으로 줄을 선 손님까지 가게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가게의 점원은 수첩에 펜을 들고 다니며 테이블의 손님들에게 주문을 접수받았고, 포장 주문 손님들은 그대로 가게 안으로 들어와 카운터에서 주문을 하고 밖으로 나가는 시스템이었다.
마지막으로 테이블에 앉은 젊은 커플은 테이블 식사가 아닌 포장 주문이었고, 이에 점원은 접수를 받고 포장 대기는 밖에서 해주셔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러자 앉아있던 여자 손님은 ‘포장 주문이 나올 때까지 테이블에서 기다리겠다고 ‘ 답했다. 점원은 다시 한번 ‘대기하는 사람이 많아 포장주문은 밖에서 대기해 달라고 ‘ 안내했고, 손님은 다소 기분이 상한 말투로 ‘나올 때까지만 있겠다니까요’고 답하며 움직이지 않았다.
저녁 다섯 시 반이었다. 좁은 가게 안의 분위기는 점원과 손님 사이의 대화가 오가는 과정에서 싸늘해졌다. 이제 막 다들 착석해 만두 한 접시 나오지 않은 가게 안의 테이블에는 적막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덜그럭 거리는 식기 소리만 나는 식당에서 나는 양쪽 입장이 너무 이해가 되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만두가 나올 순간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점원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가게의 규칙을 안내했지만, 손님은 움직이지 않았다. 점원이 접수를 받은 수첩을 카운터에 넘기러 가자 사장님이신 듯한 분이 ‘포장 손님이면 한 팀 더 받으라고’ 점원에게 지령을 내리셨다. 밖에는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는 대기 손님들이 한가득이었고, 이에 점원은 다시 한번 안내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손님의 입장에서는 꽤나 오랜 시간 기다려 가게 안으로 무사히 들어왔다. 주문하는 시점에 함께 온 일행은 자리를 비워 혼자 주문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짐도 일행의 짐도 꽤나 많아 보였다. 나가서 대기해야 한다고 안내를 받았지만, 혼자서 들고나가기에는 무리일듯한 양이었다. 그녀는 점원이 다시 한번 안내하러 오게된 이유를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말이 무시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결국 일행이 들어오고 나자 기분이 상한 손님 일행은 그대로 만두를 받지 않고 가게를 나갔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저녁 식사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나의 행동이 그렇듯 누군가의 행동에도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것이 미처 파악할 수 없을 때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