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48시간 정도였으면 좋겠다. 평소에도 틈틈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24시간은 너무 짧다. 특히나 직장이든 자영업이든 하루에 생업을 위해 써야만 하는 시간이 1/3이 넘는다는 것이 가끔은 믿기지 않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언제쯤 태양 아래서 광합성도 좀 하며 계절을 즐기고, 건강을 위해 운동도 하며,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잠까지 자라는 거람?!
평소에도 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며 부여잡고 뭐라도 좀 해볼까 시시때때로 궁리하는 타입이라 여름휴가라도 가게 되면 ‘하루 48시간 plz’ 울부짖음이 좀 더 심해진다. 아침에 일어나서 요가도 다녀오고, 호텔에서 조식도 좀 즐기고, 나가기 전에 잠깐 수영장에서 수영도 했다가, 좀 산책하며 마음에 드는 동네 맛집에서 점심도 좀 즐기고, 커피도 마시고, 해가 좀 지는 선선한 때에는 러닝도 하고 싶고, 또 저녁에는 재정비를 한 끝에 나가서 친구들과 새로운 현지 바에서 분위기를 즐기며 술을 한 잔 하고 싶은데? 물론 그 한 잔이 정말 한 잔으로 끝날리는 없지만 말이다.
심지어 저 일정에 여행지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정들도 빠질 수 없다. 발리에 가면 바다에서 거북이를 보며 바다 수영도 좀 하고, 상어가 나온다는 샤크 포인트에서 스쿠버 다이빙도 하고, 바투르산에 가서 트레킹 하다 일출도 좀 보고 싶지 않겠어? 하는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면 이번에도 역시나, 여유로운 듯 바쁜 여행이 되고 만다 (….) 이런 숨 가쁜 모든 일정도 함께 지켜보며 소화해 준 친구들에게 깊은 감사를.
이 모든 여행 일정을 적어도 0.7배속으로 즐길 수 있었으면 좀 더 여유로웠을까 상상하다 보면 화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애초에 일 년 중 일주일 이상 맘 놓고 쉬지도 못하는 판국이다 보니 이렇게 압축적으로 여유를 누르고 눌러 맛보기 형식으로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 그런데 하루가 48시간이 정말 된다면 낮이 좀 더 길어져야겠다. 밤까지 24시간이 되어버린다면 그건 또 좀 곤란한 것 같기도? 자도 자도 끝이 없고, 막상 깼는데 해가 안 뜨면 그것도 좀 지루할 수도 있겠다. 그럼 그냥 하루는 24시간인데, 잠을 좀 덜 잘 수 있게 해 준 거랑 뭐가 다르담? 아 근데, 밤이 긴 거는 또 긴 거 대로 좋을 거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자연의 섭리에는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무튼 말이다.